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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은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

 

내가 교직에 있을 때, 담임을 맡게 되면 학기 초에 연례행사처럼 상 하급생 간에 또는 불량배들에게 매를 맞는 구타사건이 일어나곤 하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양측 모두 문제가 있었다. 상급생은 하급생이 상급생에게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복장이 엉망이었기에 조금 주의를 준 것 뿐이라고 항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매 맞는 녀석 가운데는 원인 제공을 하거나, 하교 길에 가지 말라는 뒷골목을 가다가 불량배에게 얻어 터졌다. 교직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하급생 때 맞은 녀석이 상급생이 되면 하급생을 구타하는 악습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는 쓴 웃음을 짓곤 하였다.

 

사기꾼에게 속은 사람들은 대체로 허욕이 많은 사람이 많다. 남보다 더 많은 이자를 준다는 이에게나, 필요 이상 친절을 베푼 사람에게, 그것이 미끼인 줄도 모르고 홀딱 넘어가서 자기 재산뿐 아니라, 일가친지 돈까지 꿔다가 온 집안까지 피해를 끼치는 사람을 우리 언저리에서 자주 보곤 한다. 곰곰 따져 보면 사기꾼에게 당한 사람에게도 매우 큰 책임이 있다.

 

내가 아는 한 법조인(변호사)은 전문 금전사기꾼에게 당한 사건은 수임을 맡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 까닭은 변호사도 지능적인 고도의 금전사기꾼을 이기기 힘들거니와 사건을 깊이 파고들면 그런 사기꾼에게 당한 피해자도 책임이 크기 때문에 여간 골치 아프지 않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나에게 사기꾼에게 당하지 않는 비결은 상식 이상의 허욕을 부리지 않는 일이라고 신신 당부하였다. 그 이야기를 귀담아 들은 탓인지 다행히 이제까지 크게 속고 살지는 않은 듯하다.

 

낚시에 걸려들지 않는 비결

 

산마을에 살면서도 세상과 단절할 수가 없어 곁에다가 전화를 두고 사는데,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보이스 피싱'이라는 전문 사기꾼 전화도 여러 통 받았다. 그 수법도 점차 비상해져서 어리석은 사람은 꼼짝없이 속을 만큼 나날이 고도로 지능화하고 있다. 또 다른 귀찮은 전화는 대출업체나 부동산전문회사로  어떻게 내 손 전화번호까지 용케 알았는지, 때로는 신상정보까지 알고서는 투자를 달콤하게 유혹한다.

 

그때마다 바쁘다고 끊어버리지만, 대부분 내용은 돈을 거저 주듯이 수 분 내로 재빨리 빌려준다든지, 그들이 추천하는 곳에 투자만 하면 곧 서너 배를 남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이야기만 믿고 돈을 빌려 쓰면 패가망신하기 십상이요, 부동산에 투자하였다가는 시가의 몇 배를 더 주고 산다든지, 전혀 개발도 되지 않을 토지도 시가의 몇 곱을 주고 사게 마련이다. 그런 뒤 뒤늦게 속은 줄을 알고 사기꾼을 찾아 나서지만 이미 종적을 감춘 뒤이기 십상이다.

 

사기꾼에게 속지 않는 비결은 첫째, 필요 이상 불로소득이나 횡재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 둘째, 나에게 권하는 그 사람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자세히 살펴보는 일이다. 그의 지난 인생이 올곧게 살아왔으면 믿어도 되겠지만, 그의 지나온 삶의 자취가 지저분하면 또다시 그런 길을 걸을 확률이 높다. 셋째, 그 사람을 잘 모를 때는 중간에 소개하거나 바람 잡는 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를 살펴보는 일이다. 내가 재산상 손실을 당했을 때 중매인에게 변상 받을 수 있는지 따질 일이다.

 

왜 이런 날이 곧 올 줄을 몰랐는가

 

지난 토요일(7월 5일), 촛불을 들고 시청 앞에서 남대문으로 종로로 걸으면서 곰곰 생각하니까 나는 이 땅의 백성들이 몹시도 원망스러웠다. 이는 쇠고기 재협상 이전의 문제로, 불과 석 달도 가지 않아 깨어지는 '747'의 헛된 공약 앞에 '묻지 마'식 지지를 하지 않았는가. 왜 백성들은 이런 날이 곧 올 줄을 몰랐는가.

 

자신이 땀을 흘려 노력하지 않고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이는 사기꾼에게 속기 마련이다. 그 나라 지도자는 그 나라 백성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을 곱씹으면서 이튿날 산골마을로 돌아왔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것을 터득하기 위해 오늘 우리는 비싼 수업료를 치르나 보다.  "낚시에 물린 물고기는 쉽게 먹이를 얻으려다가 걸려든다"는 이야기를, 내 이웃에게 정성된 마음으로 전한다.


태그:#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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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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