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쇠고기 협상'을 비판하는 촛불시위가 다소 잦아들 기미를 보이자, 정부·여당이 스스로 인정한 잘못조차 다시 부정하며 반격전을 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한·미 쇠고기 수입재개 협상'을 주도했던 농림수산식품부 당국자는 9일 한나라당이 마련한 토론회에 참석해 "정서가 과학을 이기고 있다"며 이후의 상황 전개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추가협상'으로 사실상 4월 협상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물어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경질한 상황에서 실무 당국자가 공공연히 "졸속 협상을 지적한 여론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지도부 역시 "비과학적인 주장이 사실로 호도돼 유포되고 있다"며 '괴담론'을 들고 나왔다. 미국과의 추가협상에서 정부 대표단을 이끌었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쇠고기 사태를 보면서 감성에 너무 취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차가운 이성, 머리에 따른 과학을 좀 더 믿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대응과 논리가 5월 촛불시위가 처음 시작될 당시로 되돌아간 인상이다. 

농림부 당국자 "정서가 과학을 이기고 있다"

김창섭 농림수산식품부 동물방역팀장은 9일 오전 한나라당 중앙위원회(의장 이군현 의원)가 주최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인간 광우병에 안전한가' 토론회에 참석해 "협상은 과학"이라며 "그런데 정서가 과학을 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우리의 과학이나 국제적 기준이 정서에 져선 안 된다"며 "그런 정서에 휘말리는 정치나 과학은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1차 협상에 참여했던 일을 들며 "어떤 분들은 저한테 양심선언을 하라고 민원을 하기도 하는데 양심선언은 잘못된 것을 밝힐 때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그렇지 않다"며 정부의 협상에 잘못이 없음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요즘 쓰는 '검역주권'이란 표현도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팀장은 이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점을 설명해나갔다.

"과거에 저희(우리나라)가 돼지 콜레라 때문에 일본에 돼지고기를 수출할 때 일본에서 사사건건 굉장히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내밀어 국내보다 훨씬 더 엄격히 검사해서 수출했다. 우리 국민한테는 죄송스런 얘기인데 국내보다 더 깨끗하게 나갔다. 90년대 후반에 우리 소비자단체가 그걸 알았고 '어떻게 자국민한테는 대충 검사한 고기를 주고 수출은 그렇게 신경 쓰냐'고 문제 삼지 않았느냐. 미국도 마찬가지다. 수출용이나 내수용이나 (쇠고기의 질이) 같다."

그러면서 그는 "자국민에게 먹이는 고기를 다른 나라에는 수출 못 한다는 건 미국 내 소비자단체나 국민들도 이해를 못 한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질을 추켜세웠다.

또다시 '괴담론' 꺼내 든 한나라 지도부... 이군현 "왜곡된 사실, 무차별 전파"

한나라당 지도부 사이에서는 또다시 괴담론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희태 대표는 축사를 통해 "광우병에 대해 이제 국민들이 알 만큼 알았으나 (정보) 공급이 일방적으로 된 면도 있다"며 "모든 지식이란 건 균형감각을 가지고 쌍방으로 전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요즘에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호도해 많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며 "광우병은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다뤄야 하는데 실제로는 상당히 괴담 형식으로 퍼지면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중앙위 의장인 이군현 의원 역시 "쇠고기 수입 협상 과정에서 일부 과정이나 절차가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언론 보도 과정에서 일부 왜곡된 사실이 무차별적으로 전파됐던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 밖에도 각종 이벤트와 토론회를 통해 촛불시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오는 23일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안형환 의원이 촛불시위로 나타난 디지털 민주주의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살펴보는 정책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8일에는 심재철 의원 등이 주도해 국회에서 '미국산 등심 스테이크 시식회'를 열었고, 여기서 일부 의원들이 "한우보다 맛있네"라고 말해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