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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바로 앞에 위치한 할인마트가 재래시장 상품권을 받는다는 글을 써붙였다.
 시장 바로 앞에 위치한 할인마트가 재래시장 상품권을 받는다는 글을 써붙였다.
ⓒ 강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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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의 동부시장 앞 할인마트가 손님들로부터 재래시장 상품권을 받고 있다. 이 마트는 가맹점 가입을 하지 않은 점포지만 문 앞에 재래시장 상품권을 받는다고 써붙였다. 시장 앞에 위치하지만 가맹점 기준에도 어긋난다.

재래시장 상품권은 대형 할인마트의 증가로 인해 침체된 재래시장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뜻으로 발권되었다. 할인마트에서도 재래시장 상품권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면 소비자의 발길은 어디로 향할까?

군산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역전종합시장을 갔다. 지난 설에 재래시장 상품권을 선물 받아 용이하게 썼던 기억이 있다. 상품권을 반기지 않는 점포도 있다기에 우려했는데 다행히 그런 곳은 없었다. 시장 내 많은 점포들이 있지만 그 중에는 상품권 가맹점 스티커가 붙어 있지 않은 곳도 꽤 있다. 가맹점이 아니라고 하면서 상품권을 받는 점포도 있다. 시장 입구의 플래카드 문구처럼 대부분 상인들이 재래시장 상품권을 환영하고 있다.

"재래시장상품권을 환영합니다." 군산 역전종합시장 입구의 플래카드.
 "재래시장상품권을 환영합니다." 군산 역전종합시장 입구의 플래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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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으로 돼지고기를 사러 간 시장 내 정육점은 재래시장 상품권 가맹점이다. 고기를 받아들고 아주머니에게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는 과정을 물어보았다. 받은 상품권을 시장상인회장 가게로 가 도장을 받고 새마을금고로 가면 된다고 한다.

시장 상인들이 이용하는 군산 새마을금고 서해지점에서 더 확실한 환전 방법을 들을 수 있었다. 새마을금고는 시장상인협회에 등록이 되어있는 상인에 한하여 재래시장 상품권 통장을 발급한다. 통장에 상품권 금액이 입금되며 이는 입출금 통장처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역전시장 내에는 가맹점 스티커가 붙은 점포를 많이 볼 수 있다. 스티커가 없더라도 특별히 상품권을 마다하는 곳은 없다.
 역전시장 내에는 가맹점 스티커가 붙은 점포를 많이 볼 수 있다. 스티커가 없더라도 특별히 상품권을 마다하는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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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이 아닌 점포 상인은 재래시장 상품권을 받으면 다른 가맹점 주인에게 그것을 맡긴 후 현금을 찾아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협회에 등록하고 통장을 일일이 관리하는 일이 바쁘고 고된 상인들에게는 번거로울 수 있다. 상품권의 유통이 활발하지 않으니 잔일만 느는 셈이다. 시장 상인들이 다른 가맹점포에 환전을 부탁하는 방식은 시장 내의 것이지만 할인마트의 경우는 다르다.

군산 경암동의 동부시장. 인적이 드문 시장 뒤쪽에 재래시장 상품권을 받는 마트 간판도 보인다.
 군산 경암동의 동부시장. 인적이 드문 시장 뒤쪽에 재래시장 상품권을 받는 마트 간판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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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시장은 군산 경암동에 있는 소규모 재래시장이다. 앞서 말한 할인마트는 동부시장 입구 반대편 길에 있다. 문 앞에 버젓이 재래시장 상품권을 받는다고 써 붙여 시장 이용객들의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채소, 생선, 떡 등, 살 수 있는 상품이 한정되어 있지만 할인마트에서는 구매 가능 품목에 제한이 없으므로 더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상품권을 통해 재래시장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본 취지가 허물어지는 것이다.

할인마트 주인은 이곳이 가맹점은 아니지만 유통되는 재래시장 상품권이면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할인마트가 상품권을 환전하지 않고 다시 쓰는지, 아님 다른 가맹점 주인에게 부탁해 대신 현금을 받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재래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예산을 들여 만든 재래시장 상품권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재래시장이 할인마트와의 경쟁 카드로 내건 상품권 제도가 취지대로 흘러가려면 지금보다 더 엄격한 제도의 확립이 필요하다.


태그:#재래시장상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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