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목사 9000명이 서명한 '촛불집회 중단호소문'이 7월 10일 오후 2시에 발표했다. 이를 주도한 것은 '기독교사회책임'이라는 단체다. 단체 대표는 서경석 목사. 서 목사는 광화문 한복판에서 재중동포 교인들을 데리고 촛불집회 반대 시위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개신교계는 불과 1주일 전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 시국기도회를 주최했다. 비록 진보 진영에서 주도했다고는 하지만 목사 1000여 명이 참여한 당시 시국기도회는 개신교계가 촛불집회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행사였다.
그런데 목사 9000명이 돌연 '촛불을 꺼야 한다'고 나선 것은 도대체 무슨 연유일까. 우선 서경석 목사 개인이나 '기독교사회책임'의 능력과 영향력만 가지고 불과 1주일 사이에 목사 9000명의 서명을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 배출한 '예장통합', 대통령 지키기 나서그러나 '기독교사회책임'이 미리 공개한 호소문에 참여한 주요 인사들의 명단을 살펴보면 의문이 풀린다.
맨 앞의 이름은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총재 김준곤 목사가 차지하고 있다. 김 목사는 나이도 많지만 평생 반공과 보수 노선을 걸어왔다는 면에서 이번 호소문의 맨 앞에 등장하기에 손색없는 인물이다.
김 목사 뒤를 이은 인물은 이광선 목사(신일교회). 김준곤 목사에 비해 일반 시민이나 평신도에게는 낯선 인물이다. 그러나 이 목사는 차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노린다고 알려질 정도로 거물급이다. 현재 '한국찬송가공회 이사장'이라는 거창한 직함을 갖고 있고, 지난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 총회장을 지냈다.
이번 호소문에서 이광선 목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는, 그 다음 순서로 조용기 목사와 김선도 목사 등이 올라있는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김준곤 목사 다음으로 조용기 목사와 김선도 목사의 이름이 올라야 정상이다.
이광선 목사가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광림교회라는 초대형교회 원로목사 두 명을 제칠 수 있는 힘은, 그가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한 교단인 예장통합 총회장 출신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출석하는 소망교회가 바로 예장통합 소속이다.
예장통합은 교단이 배출한 대통령을 가장 위협하는 촛불을 끄기 위해 이번 호소문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 목사는 특유의 보스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한 덕분에 일약 호소문 순위 '넘버2'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이 목사는 통합교단 내에서 확실하게 보스 기질을 발휘하는 인물로 꼽힌이다. 그는 2007년 총회장 재임시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면서 스스로 삭발을 감행했다. 이 목사가 삭발을 감행하자 당시 교단 산하 주요 교회 목사들까지 줄줄이 삭발을 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번 호소문에 서명한 예장통합 측 목사 가운데는 당시 이 목사를 따라 기꺼이 머리를 깎았던 의리파들도 포함되어 있다.
'사학법' 반대했던 삭발 목사들 대거 나섰다 '기독교사회책임'이 '주요 인사들'이라고 공개한 서명파 목사들은 모두 38명이다.
이 중 예장통합 측 소속 목사는 이광선 목사를 포함해 박종순 목사(충신교회),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 이성희 목사(연동교회), 이종윤 목사(서울교회), 하용조 목사(온누리교회), 이승녕 목사(새벽교회), 강신원 목사(노량진교회)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서경석 목사(조선족교회), 조재호 목사(고척교회) 등 12명. 서경석 목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수도권에 위치하는 내로라 하는 규모의 교회 담임목사들이다.
이수영 목사와 이성희 목사 등은 이광선 목사와 함께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는 삭발에 동참했다. 또 박종순 목사는 이광선 목사 이전에 총회장을 지냈고,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현 부총회장으로 오는 9월 총회에서 총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예장통합은 촛불집회가 잠시 수그러드는 틈을 타 이명박 대통령을 코너에서 구출해 내는 전위대 역할을 해내기로 작정한 듯 하다. 머리카락을 완전히 밀어버리는 심정으로 말이다. '기독교사회책임'은 대표인 서경석 목사가 통합 측이라는 연유로 자연스럽게 손발이 맞았을 것이다.
또 조용기·김선도·하용조·엄신형 목사 등은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로 불러 시국 관련 대화를 나눴다는 점에서 당연히 누구보다 앞장서서 촛불에서 대통령을 보호해야 할 사명감을 느낄 만한 사람들이다.
결국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은 예장통합 측과 보수 대형교회 목사들의 두터운 보호막 속에서 촛불이 완전히 사그라지는 상황을 지켜볼 여유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다음은 기독교사회책임이 미리 공개한 서명 목사 명단이다.
김준곤 목사(CCC총재), 이광선 목사(신일교회),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김선도 목사(광림교회), 박종순 목사(충신교회),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최성규 목사(순복음인천교회),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 이성희 목사(연동교회), 이종윤 목사(서울교회), 엄신형 목사(중흥교회),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김홍도 목사(금란교회), 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 정필도 목사(수영로교회), 조용목 목사(은혜와진리교회),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하용조 목사(온누리교회), 윤석전 목사(연세중앙교회), 이승녕 목사(새벽교회), 김성광 목사(순목음강남교회), 신신묵 목사(한강중앙교회), 유재필 목사(순복음노원교회), 강신원 목사(노량진교회), 김요한 목사(국제신대원), 임택권 목사(전아세아신대총장), 이태희 목사(성복교회),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 이필재 목사(갈보리교회), 서경석 목사(조선족교회), 나성균 목사(성복중앙교회), 송기성목사(정동교회), 최홍준 목사(호산나교회), 임석순 목사(한국중앙교회), 안용운 목사(온천교회), 이강호 목사(봉천교회), 조재호 목사(고척교회) 덧붙이는 글 |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