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동발 폭염특보가 전국적으로 확대된 10일 낮 1시 대구의 기온은 27.9℃, 불쾌지수 78로 땡볕이 내리쬐는 더위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시간에 현 시국에 '부글부글' 끓어 넘친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섰다.
대구·경북대학교 학생 5명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구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조합원 2명 등 총 7명은 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요구와 촛불 든 국민들을 필요 이상으로 탄압하는 데 항의하는 농성에 들어간 것. 10일 낮 1시 30분경 대구광역시 동구 신천동에 있는 한나라당 주성영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원래 농성단은 주성영 의원 사무실로 갈 계획이 아니었다. 낮 12시께 한나라당 대구시당(대구광역시 수성구 범어동)으로 향했지만 당사 주변에 배치되어 있던 경찰 병력에 의해 저지당했다. 농성단과 경찰간에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농성단은 주성영 의원사무실로 옮겨 농성을 펼쳤다.
하지만 이마저도 순탄치 않았다. 경찰은 농성단의 해산을 종용했다. 또 농성 소식을 들은 시민들과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소속 회원들 20여명이 동참하는 등 시간이 흐름에 따라 농성단은 늘어났다. 결국 오후 3시 55분 경찰은 농성단 7명 모두를 '퇴거불응죄'로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항의하는 시민 2명도 함께 연행됐다.
"당정청은 현 시국에 책임, 주성영 의원직 사퇴해야"농성단은 당정청이 현 시국에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한편 주성영 의원 사퇴를 주장했다.
천용길 경북대 인문대 부학생회장은 "대구와 대구 시민의 명예를 훼손시킨 주 의원은 의원직에서 사퇴해야 하고 자숙해야 할 텐데 주 의원 사무실 직원들이 경찰에 신고해 우리를 잡아가게 하고 있다"면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할 것이며 강제로 연행되면 유치장 안에서라도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강제 연행을 시도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대학생들은 성명서를 급하게 발표하기도 했다.
성명서에서 "100만 명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였고, 광장에서 함께 있지는 못했지만 마음만은 함께 한 촛불시민이 수천만에 이르러도 (이명박은) 머리 한 번 조아리고 거짓만 늘어놓고 아무 것도 바꾸지 않았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쇠고기 수입 추가협상? 3.5명의 개각?"이라고 규탄했다.
그리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군홧발에 의한 짓밟힘과 방패에 의한 찍힘과 소통의 단절을 상징하듯 도로를 가로막고 있는 수십 대의 전경차로 만들어진 명박산성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 폭력이다. 그러나 이것만이 아니다. 선택의 여지없이 미국산 수입 소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와 이를 강제하는 정부 권력은 폭력의 진면목이라 할 것이다. 눈앞의 물리적 폭력은 구조적 폭력을 은폐하고 관철시키는 보조수단일 뿐이다"며 공권력의 강제 진압을 성토했다.
또 "촛불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본모습을 있는 그대로 낱낱이 보여주었다. 바로 대한민국 1%를 위한 권력이란 것을. 우리 시민들의 삶은 우리 스스로 지켜낼 수밖에 없다. 삶과 생존을 지켜내기 위한 시민들의 도도한 저항은 지속되고 더 큰 흐름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한 몫을 한 대구시민들이지만 그 어떤 곳보다 삶과 생존에 대한 위협은 크다. 거짓으로부터 비롯된 지지는 오래가지 못한다. 이곳에서부터 저항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고 항의했다.
농성단 전원 연행... 항의 시민들 경찰서로 모여농성단은 연행하면서까지 구호를 외쳤다.
"쇠고기 협상 무효! 재협상 실시하라!" "촛불은 정당하다! 탄압을 중단하라!" "선진화를 가장한 민영화 정책, 즉각 포기하라!" "물가폭등, 민생파탄 책임져라!""이명박과 한나라당은 물러나라!"한편, 농성단이 강제 연행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구 동구경찰서 앞에는 농성한 대학생과 노조원들을 풀어줄 것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한 시민은 "이제 막 이십 대인 대학생들을 잡아가는 건 너무한 처사"라며 "초등학생도 강제로 연행하려더니 대학생들은 젊은 애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라며 경찰의 무차별 연행을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은 "강제 연행 소식을 듣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뛰쳐나왔다. 시민들도 항의했다고 '괘씸죄'로 잡아 간 것도 문제인데 연행된 한 시민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인데 무리하게 잡아갔다는 게 더 큰 일"이라며 "만약 이 장애인 시민이 연행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다쳤을 때는 이대로 있지 않을 것이다"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오후 5시 현재 퇴근길 시민들이 대구 동구경찰서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성서공단 노조원들도 속속 모이고 있는 상태다.
장애인 포함 막무가내 연행 논란국민의 뜻에 반하는 이명박 정권의 정책을 반대하는 '정책반대시민연대 대구경북모임' 운영진 '국민소망'씨는 막무가내 연행을 규탄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막무가내 연행 중입니다!! - 5시까지 동부경찰서 앞으로 모여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현재, 대구 한나라당 주성영 사무실 앞에서 대책위, 땅과자유, 정반연 분들이 점거농성을 하고 있던 중, 막무가내 연행을 시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장애우분들이 연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부상자도 나왔다고 하는데 자유와 인권이 보장된 대한민국이 맞는가?"고도 밝혔다.
'정책반대시민연대 대구경북모임' '이엠비포멧' 회원과의 채팅인터뷰에서 그는 "정책반대시민연대 대구경북모임 대표와 방금 전에 연락을 했는데 현재 9명이 강제 연행, 장애인 2명은 병원에 실려갔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다음 아고라를 통해 이를 적극 알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는데 경찰서로 직접 가서 부당함을 알리고 국제앰네스티에도 알릴 것"이라도 덧붙였다.
한편 농성자 7명과 시민 2명 등 경찰에 연행된 9명은 이날 밤 9시 35분경 모두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