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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재판 출석하는 이건희.이재용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증인으로 나온 아들 재용씨가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삼성재판 출석하는 이건희.이재용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증인으로 나온 아들 재용씨가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배재만-진성철

 

"경위가 어떻든 간에 회사 주식을 자식에게 넘긴 문제로 세상이 시끄러워진 것은 잘못이다. 차명 주식을 이용해 세금을 포탈한 행위를 반성하는 등 이번 기회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잡겠다." ―삼성특검 결심공판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최후진술 중에서

 

너무나 치밀한 반성

 

이게 무슨 말인가!

 

자식에게 편법증여한 것은 세상을 시끄럽게 한 잘못일 뿐이며, 차명계좌로 상속(?)받은 것은 세금을 안 내도 문제가 없고, 그 차명계좌를 매매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안 낸 것만은 '위법'이라는 말이다.

 

그런 취지에서, 변호인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와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헐값발행사건에 대하여 무죄를 주장하고, 차명계좌를 이용한 조세(양도세)포탈에 대하여는 '최대한 관용'을 호소하였다.

 

기왕이면 전부 무죄라 우길 것이지, 유독 양도세 포탈 건에 관하여는 슬그머니 유죄를 인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반성에 담긴 은밀한 탈세전략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는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그간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왜 태도를 바꾸었을까?

 

만일 양도세 포탈 혐의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된다면 삼성과 특검의 입장에서는 여태까지 공들여온 작업들이 모두 허사가 되고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상속재산'이라는 특검의 결론은 설득력을 잃을 것이며, 국세청은 임원명의에서 이건희 등의 명의로 변경되는 모든 계좌들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임원들 명의로 되어 있다가 명의변경될 때까지의 양도차익에 대하여 양도세 포탈을 판결로 확인받는다면, 그 차명계좌들은 이건희의 재산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결과적으로 그것은 상속받은 재산이 된다. 물론 고 이병철 회장이 1987년 사망하였으므로 상속세는 시효로 소멸한 것이다.

 

편법 증여를 위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힌 거야, 내가 왜 반성하나?

 

그러므로 반성하는 이유는 단지 차명계좌들의 명의변경에 대한 세금(증여세) 부담을 털어내기 위함이며, 삼성특검이 검은 돈에 면죄부만을 부여하였다고 비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는 달리 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전환사채 등을 헐값 발행하여 회사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혐의에 대하여는 "회사 주식을 자식에게 넘긴 문제로 세상이 시끄러워진 것"에 불과하다며 철저하게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세금을 내지 않고 주식을 자식에게 넘기기 위하여 시가의 10분의1도 안되는 헐값으로 주식(옵션)을 발행한 것이 단지 "세상을 시끄럽게 한 것"에 불과한 일인가!

 

이것은 단순히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이 아니다. 편법증여를 위한 배임으로서 다른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는 무거운 범죄행위이다.

 

탈세로 키운 재산, 탈세로 물려주는, 탈세들의 천국

 

삼성특검은 비자금의혹과 탈세혐의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특검은 '상속프레임'으로 일찌감치 비자금 의혹을 팽개쳐버렸다.(상속세도 안 낸 재산을 '상속재산'으로 인정한 것이 삼성특검 최대의 사기극이라는 점은 8일자 필자의 기사 '법원은 삼성에 양도소득세 아닌 증여세 부과해야' 참조)

 

그나마 특검이 기소한 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전환사채 등 헐값 발행 배임혐의와 차명계좌에 의한 양도세포탈혐의는 공통적으로 (비자금 의혹은 차치하고) '편법상속'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아버지에게서 받을 때에는 차명으로 탈세하고, 아들에게는 전환사채 헐값발행으로 물려 준 것이다. 이것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재벌의 얼굴이다.

 

삼성특검, 상속·증여세법 무용지물로 만들어

 

이제 삼성특검이 만들어낸 '상속프레임'은 상속·증여세법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때마침 롯데관광개발(주)에서도 770억원의 차명주식이 세상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아마도 삼성과 삼성특검이 터놓은 탈세의 구멍을 맛 좋게 따라가려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하여 어둠 속 검은 재산들이 하나둘씩 얼굴을 내밀지 않겠는가. 그들은 저마다 이렇게 속삭일 것이다.

 

"상속세도 증여세도 시효로 소멸되었으므로 세금을 내려고 해도 낼 방법이 없다"(삼성쇄신안발표회견 중 이학수 회장의 말)

 

내가 어쩌다가 이 따위 파렴치한 재벌들만 판치는 대한민국 백성으로 태어나고, 힘없는 백성들만 조지는(?) 이 나라의 세금 전문가가 되었을까?

 

광란의 미친소 파티를, 먹튀의 굿판을 멈추어라

 

삼성특검은 과연 어떤 짓을 하고 있을까?

 

몇 해 전 론스타 '먹튀' 사건을 돌이켜보자. 2001년 론스타는 스타타워빌딩을 인수하면서 휴면법인을 이용하는 수법으로 취득세 300% 중과 규정을 회피하였다. 그 다음 론스타 수법을 써먹은 것은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의 형과 처남의 회사 (주)다스 아니었던가. 그리고 어떻게 되었나. 2007년 서울시 발표에 의하면 무려 2074개의 법인들이 이 구멍으로 약 1000억원의 세금을 떼어먹었다.

 

이것이 삼성특검 후 대한민국 국세에서 벌어질 먹튀의 굿판이다. 수조원 아니 수십조원의 증여세 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대한민국 세금 현실이 이 지경일진댄 국세청은 문을 닫는 것이 그나마 공평과세의 길이 아닌가. 그럼에도 그들은 변함없이 재벌들을 비호할 것이고, 그만큼 부족한 세수를 채우려고 힘없는 납세자들에게만 서슬 퍼런 칼날을 들이댈 것이다.

 

어쩌겠는가. 엊그제 죽어간 고 이병렬씨의 주검 앞에서, 하나둘 죽어가는 농민들 앞에서 이 나라의 대통령과 거대 한나라당이 미국산 쇠고기 잔치를 벌이는 판인데 말이다.

 

세계적인 재벌가의 ‘행복한 눈물’을 위하여

 

6차 삼성공판에서 이건희의 눈물을 보면서, 삼성비자금으로 구입하였다는 의혹의 '행복한 눈물'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술의 '예'자도 모르는 내가 어찌 '행복한 눈물'을 느낄 것이며, 집 한 채 없는 놈이 어찌 '황제의 눈물'을 이해하겠는가.

 

이건희와 이재용과 그 가족들은 길이길이 행복의 향연을 누릴 것이다. 천문학적인 재산들을 물려가면서 대대손손 대한민국 1등 재벌로 남아 떡 주무르듯 세상을 주무르는 그 달콤한 쾌락의 향기를 맛볼 것이다. 돈의 향기에 싫증이 날 땐 그 돈에 비하면 껌 값도 안 되는 세기의 걸작 '행복한 눈물'의 엑스터시를 만끽하면서 말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돈 없는 인간들이야 그럴 테지. 하여 이건희와 그 가족들의 행복이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작은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자.

 

그러나 산더미 같은 기름을 쏟아 부은 서해 바다에 물고기들이 어찌 숨을 쉬겠는가. 그들이 마구 검은 돈을 뿌려댄 이 땅의 삶의 터전에서 어찌 조그만 행복을 꿈꾸겠는가.

 

세금은 죽었다. 법률도, 헌법도 죽었다. 성공의 법칙도, 행복의 방정식도 모두 사라진 싸늘한 세상이다. 남은 것은 오직 그들의 '행복한 눈물'과 그들에게 매수당한 빌어먹을 권력자들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프레시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삼성재판#이건희#삼성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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