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는 음식을 눈으로 먼저 먹는다고 했던가. 이른바 '밭에서 난 쇠고기'로 알려진 두부도 컬러시대를 맞았다. 색깔별로 자란 콩을 이용해 삼색의 물결무늬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맛깔스런 색동두부다.
어찌나 색이 곱고 아름답던지 젓가락이 선뜻 가질 않는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이 흡족해 한다. 전라남도 화순군 도곡면에 있는 한 두붓집에서 맛보는 '포두부쌈'에 대한 인상이다. 한두 번이 아니다. 볼 때마다 그렇다.
오랜만에 포두부쌈 앞에 앉은 큰 아이 슬비와 작은 아이 예슬이의 젓가락질이 분주하다. 평소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두부이지만 이 집에서만큼은 다르다. 자그마한 입도 쩍-쩍- 벌어진다. 심심찮게 두부 먹으러 가자고 보채던 아이들이었기에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두부의 색깔을 어떻게 냈을까? 어떻게 0.1㎜정도로 얇은 포두부를 만들었을까? 볼 때마다 호기심이 생기지만 젓가락질이 먼저다. 아이들은 개인 접시에 포두부를 한 장 깔고 그 위에 먹음직스럽게 익은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 그리고 색동두부를 조금씩 올려놓고 젓가락으로 감싸더니 금세 입으로 가져간다. 오물거리는 입이 오져 보인다.
하얀 콩과 연두색 콩, 연보라색 콩 등 세 가지 콩으로 세 가지 색깔을 냈다는 게 두붓집 주인 이은옥 씨의 얘기다. 인공적인 색소나 다른 야채 등의 즙을 이용해 색깔을 내지 않고 콩에서 나온 천연색깔 그대로란다.
색깔을 곱게 낼 욕심으로 다른 재료를 넣으면 더 쉽게 또 예쁘게 만들어낼 수 있지만, 두부 원래의 맛을 해칠까봐 콩으로만 색을 냈단다. 콩 특유의 향이 살아있고 맛이 구수하다. 씹히는 맛도 기분 좋게 색다르다.
포두부쌈을 먹고 난 다음 주문한 순두부찌게와 청국장, 그리고 시원한 콩국수까지도 진한 맛이 배어난다. 실내 분위기도 깔끔하다. 운 좋으면 통기타 음악회도 감상할 수 있다. 화순에서의 한나절이 두 배로 행복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