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일곱 번째 촛불을 들었다.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줄고 로컬 한인 언론들은 철저하게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여섯 차례의 1인 촛불시위와 여섯 차례의 촛불집회를 강행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들은 지난 11일(현지시각) 코리아타운의 윌셔 블러버드와 웨스턴 애비뉴가 만나는 지점에서 일곱 번째 촛불을 들었다.
1차 촛불집회에는 50여명이 참석했지만 7차 집회에 참석한 숫자는 15명 안팎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다소 지친 듯한 표정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두 달 넘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광화문과 서울광장을 밝히고 있는 한국 촛불의 고단함에 어찌 견줄 수 있겠느냐만, 이곳 한인들은 미디어의 외면으로 마치 진공속의 외침과도 같은 심정으로 촛불을 들어야만 했다.
흔히 미주 한인들, 특히 로스앤젤레스 한인들은 정치적으로 보수라고 한다. 이는 한인들의 이민이 주로 근대성의 추구와 신분 상승이라는 경로를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Nancy Abelman and John Lie, Blue Dreams: Korean Americans and the Los Angeles Riots, Harvard University Press, 1995 참고). 하지만 스스로를 다 태울 의지로 일곱 차례 촛불을 든 로스앤젤레스 한인들은 한인들이 결코 일괴암적일 수 없다는 점과 한인 사회 내부에 정치적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11일 7차 촛불집회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났다. 매번의 집회 때마다 새롭게 참석하는 사람들은 그동안의 촛불집회로 인한 피로감을 말끔히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신경과학 박사후과정에 있는 황은정씨는 남편인 Bardia Behabadi씨와 함께 처음으로 로스앤젤레스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지난 8일 로컬 라디오 방송국 KPFK의 서승혜 교수 인터뷰(
'촛불은 글로벌 투쟁으로 진화해야', <오마이뉴스> 7월 9일 기사 참고)를 듣고 촛불 현장에 오게 됐다는 황은정씨는 "광우병 자체도 커다란 문제지만 언론탄압과 경찰의 과잉 폭력진압을 보고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40년 동안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해왔다는 이화영씨는 아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
그는 "아들이 불고기를 너무 좋아하지만 광우병 때문에 커다란 걱정"이라며 "부득이한 경우 조금 비싸지만 유기농 제품을 파는 곳에서 쇠고기를 구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LA 사람들'의 김인수씨도 로컬 한인 라디오 방송국인 라디오코리아 인터뷰에서 "MB가 사퇴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이제는 사퇴해야 할 것 같다"면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지난 6월 2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앞에서 진행되었던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김흥수씨는 11일 집회에도 참석해 Organic Consumers Association이 진행하고 있는 미국 쇠고기 검사 강화를 위한 청원 캠페인에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으며 윤성운씨는 "로컬 한인 언론의 편향성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촛불을 든 한인들은 이외에도 민영화 등에 대해서 의견을 주고 받았으며 촛불을 장기화를 위해 스스로 조직화할 필요성이 있음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들은 어둠이 짙어가는 윌셔와 웨스턴 길에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부르며 7차 집회를 마무리했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투쟁 속에 동지 모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동지의 손 맞잡고…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