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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 각원사의 좌불상
▲ 청동대좌불 충남 천안 각원사의 좌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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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 뎅~"

범종소리가 가슴을 친다.

어리석음을 깨닫게 하고 지혜를 밝혀준다는 범종이 천년의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지난 6일 저녁 공양 무렵에 찾아간 각원사의 산사엔 은은한 종소리만이 가득할 뿐 고즈넉하기 그지없다. 제법 거대한 사찰의 규모를 갖춘 각원사의 규모에 내면에서 가벼운 동요가 느껴진다.

아침에 듣는 범종소리는 새벽공기를 가르는 신선함과 청아함으로 다가오는 반면 저녁 무렵의 범종소리는 장중함으로 다가온다. 시원함으로 다가오는 범종소리의 긴 여운이 속세의 묵은 때를 다 씻어간다.

꾸벅꾸벅 졸며 스님의 불경을 듣고 있는 아름드리 노송

이층누각의 웅장한 태조산루
▲ 태조산루 이층누각의 웅장한 태조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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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청동대불 좌불상
▲ 청동대불 좌불상 남북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청동대불 좌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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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있는 키가 무려 15m나 되며 무게는 60톤, 귀의 길이만도 1.75m, 손톱 길이가 30cm나 된다.
▲ 연잎과 좌불상 앉아있는 키가 무려 15m나 되며 무게는 60톤, 귀의 길이만도 1.75m, 손톱 길이가 30cm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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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염원하기 위해 1977년 건립된 천안의 각원사. 이층누각의 웅장한 태조산루가 보는 이를 압도하며 마음마저 절로 숙연해지게 한다. 태조산루의 2층에는 '태양의 성종'이라 이름 지어진 높이 4.12m 직경 2.5m에 달하는 거대한 범종이 있다. 태조산루를 지나면 대웅보전이다.

대웅보전에서는 스님의 불경소리가 목탁소리와 함께 시냇물 흐르듯 졸졸거리며 흘러나오고 있다. 여름날의 땡볕이 아직 자리하고 있는 조용한 산사에 울려 퍼지는 불경소리는 꿈결인 듯 감미롭다. 대웅전 앞의 아름드리 노송은 졸음을 못 이긴 채 몸을 눕히고 꾸벅꾸벅 스님의 불경을 듣고 있다.

칠성전을 지나자 천태산의 상큼한 산내음이 밀려든다. 계단을 오르니 남북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청동대불 좌불상이 떡하니 버티고 앉아있다.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힘만도 예사롭지가 앉다.

그 규모 또한 놀랄 정도다. 앉아있는 키가 무려 15m나 되며 무게는 60톤, 귀의 길이만도 1.75m, 손톱 길이가 30cm나 된다고 하니, 그 웅장함이 정말 대단하다.

전남 광주에서 왔다는 유한준(45)씨는 그 규모도 놀랍지만 좌불상의 입술이 참 예쁘다며 감탄한다. 천태산의 수맥에서 솟아나오는 천안 아가씨가 건네주는 약수 한 모금은 시름은 물론 갈증마저 싹 가시게 해준다.

"좌불상이 그림자놀이를 해요"

“여우를 만들었어요.”
▲ 그림자놀이 “여우를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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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각원사의 좌불상이 손가락으로 그림자놀이를 한다. 좌불상의 손가락을 통해 비친 그림자가 불상의 가슴에 여우그림자를 새겼다. 어릴 적 고향집에서 호롱불을 켜놓고 형제들끼리 모여앉아 그림자놀이를 했던 추억이 문득 떠오른다. 

두 손을 깍지 끼듯 해서 만든 삐쭉삐쭉 선 벼슬의 수탉. 검지와 약지는 쫙 펴고 나머지 손가락을 둥글게 모아 한 손만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여우. 게와 독수리, 황소와 거위 등 수많은 동물들의 그림자를 만들어 서로 겨루며 깔깔대고 즐거워했던 어린 시절. 각원사의 좌불상도 그때를 기억하며 옛 추억에 젖어 그림자놀이를 하는 걸까.

"좌불상이 그림자놀이를 해요."
"와~ 정말 신기하네요."
"여우를 만들었어요."
"그래요. 정말 듣고 보니 그렇네요."

천안 아가씨가 건네주는 약수 한 모금은 시름은 물론갈증마저 싹 가시게 해준다.
▲ 약수 천안 아가씨가 건네주는 약수 한 모금은 시름은 물론갈증마저 싹 가시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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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천안 IC 우회전- 천호저수지- 천안 호서대학교- 태조산- 각원사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좌불상, #천안 각원사, #그림자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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