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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자극적인 선무방송, 심각한 수준

 

촛불시위 현장에서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이명박 대통령 다음으로 많이 '공공의 적'으로 거론될 정도로 경찰의 대처가 논란의 대상으로 거론된다. 과잉폭력진압과 사복경찰이 불법으로 채증에 나서는 것은 물론, '초등학생 연행'과 지하철 역에서의 중학생들에 대한 진압 등, 경찰의 대처방식에 대해 문제를 거론하자면 2박 3일 이상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위참가자들을 자극하는 것은 선무방송이다. 이미 여러 언론에서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시사주간지 <시사IN> 43호 기사 <어 청장의 농담, 진담이 되다>에서, 거리로 나와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기 시작한 민주당 의원들을 거론한 부분에서 경찰의 선무방송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촛불 고립정책'에 경찰이 보조를 맞추고 있음은 시위대를 대상으로 하는 경찰 선무방송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시위대를 자극하고 고립시키려는 문구가 주를 이룬다. 통합민주당도 7월3일 경찰 선무방송이 대놓고 시위대를 자극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여러분은 헌법 제1조를 정말 제대로 알고 있습니까. 여러분이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습니까. 경찰에 폭력을 행사한 분들 그 자리에 그대로 계십시오. 경찰이 반드시 책임을 묻겠습니다.'

 

민주당이 전한 선무방송의 한 대목이다. '이것이 여러분이 말하는 평화집회입니까?' 등 시위대를 도발하듯 비아냥거리는 방송도 자주 들렸다. 그때마다 시위대는 한층 더 흥분했다.

 

선무방송이 거슬리는 것은 시민만이 아니다. 6월29일에는 보신각 종 앞 도로에서 시민 50여 명과 새벽까지 농성을 벌이던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들이 '제발 저 방송 좀 멈춰라. 자꾸 저렇게 자극하면 (집에) 가려다가도 못 간다'라며 경찰에게 짜증을 내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10분이 멀다 하고 반복되던 방송은 그 직후 멈췄다."

 

"'여러분은 헌법 제1조를 정말 제대로 알고 있습니까. 여러분이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습니까. 경찰에 폭력을 행사한 분들 그 자리에 그대로 계십시오. 경찰이 반드시 책임을 묻겠습니다"라는 선무방송은 나 역시 현장에서 직접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바 있다.

 

이속에서 내가 제기하고 싶은 문제가 하나 있다. 이렇듯 '막말'에 가까운 선무방송을 주도하는 이 중에는 총경 계급장을 단 서장도 있다는 사실이다. 누굴까? 이미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 바 있다. 남대문경찰서장 김원준 총경이다.

 

'자극적 선무방송'의 주인공 김원준 서장

 

 

김원준 서장이 직접 시도했던 선무방송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사례부터 직접 돌아보도록 하자.

 

"(시민들이 외치는 구호가 뭉쳐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분들끼리도 통제가 안되지 않느냐."

"여러분의 불법 도로 점거는 처벌대상이다. 떼 쓰는 행위를 중단하라."

"(예비군 참가자들을 향해) 죄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것 다 알고 있다. 이탈자들이 생길까 봐 팔짱끼고 있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대치 시간이 길어진 상황에서) 여러분들, 그렇게 왔다갔다 하면서 악 쓴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밤 12시가 넘자) 여러분들은 돈이 많아서 전부 택시 타고 돌아가십니까?"

 

여기까지는, 김원준 서장이 5월 30일 하룻동안 쏟아냈던 '화려한 어록'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건 말 그대로 시작에 불과하다.

 

"(비가 내리자) 이것 보십시오. 하늘도 여러분들의 불법 시위를 슬퍼하고 있습니다." -7월 13일 새벽

 

하도 많아서, 그중에서도 특별히 기억해야 할 '명언'만 꼽아본 것이다. 서장이 직접 방송차에 올라타 이런 발언을 '선무방송'이라고 내뱉은 것이다. 의도가 뭘까? 그의 목적은 '해산'일까 '진압'일까?

 

나로서는, 지난 7월 6일 새벽 당시, 도로에 주저앉은 남성을 향해 '아버지'라는 호칭까지 써가며 부드럽게 시민을 설득해 결국에는 시민을 인도로 데려갔던 어느 의경이 떠오른다. 그 의경은 그토록 장한 일을 하고도 오히려 "징계당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뭔가 바뀌었다는 생각, 안드나?

 

남대문경찰서 홈피 팝업창, 웬 '조중동문' 칼럼?

 

김원준 서장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알아보고자 남대문경찰서 홈페이지(http://ndm.smpa.go.kr/)를 방문했다가 뜬금없이 뜨는 팝업창을 보게 됐다. 나로서는 그 팝업창을 보고 웃고 말았다. 웃을 일이 아니었지만, 너무 황당해서 웃은 것이다.

 

 

팝업창의 왼쪽에는 일부 시위참가자들이 '폭력'을 휘둘렀다는 증거라면서 제시하는 동영상과 사진이 게재돼 있었다. 일부 시위참가자들이 폭력적으로 나섰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시위참가자들의 것만 배치해놓은 가운데 마치 경찰이 피해자인 양 '왜곡된 이미지'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중앙 하단에 배치된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해명을 통해서도 시위를 목격한 사람이라면 코웃음칠 수 밖에 없는 변명을 늘어놨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로서는 우측 상단을 주목했다. '링크 모음'을 클릭해보니 안그래도 '촛불시위'에 대해 저주란 저주는 몽땅 퍼붓고 있는 '조중동문'의 칼럼이나, 촛불시위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정적으로 게재된 칼럼 및 기사는 알뜰하게 퍼왔다는 것이다.

 

이는 경찰의 직무를 넘어선 '정치행위'임이 명백하다. 이 팝업창은 사이버경찰청 홈피에도 엿보이는 것으로 봐선 경찰 전체의 문제다. 누가 경찰한테 촛불시위의 명암을 따지라고 했나? 그 법적 근거는 어디에 있나?

 

 

누가 경찰에게 '정치행위'하라고 했나

 

나로서는, 지난 12일 밤 서울시청 근처의 대치현장에서 어느 시민이 노트북과 소형 확성기를 동원해 경찰병력 바로 앞에서 틀었던 '시민 경고방송'을 기억할 수 밖에 없었다.

 

"전경 여러분, 이미 점호시간이 지났습니다. 지금 바로 해산하시고 숙소로 돌아가서 점호받으세요. 전경 여러분, 여러분이 이런다고 밥 더 주지 않습니다. 휴가, 더 주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선동당하고 계십니다. 여러분들을 선동하는 저 경찰들을 보세요. 여러분들이 이렇게 불법을 행하는 동안, 여러분들을 선동하는 저 경찰관은 얼굴도 보이지 않는 안전한 곳에서 여러분들을 선동하고는 바로 도망가 버릴 것입니다.

 

여러분, 선동당하지 마시고 방패를 내려놓으시고 시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 당시, 나는 경찰 병력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봤다. 물론 그들은 대놓고 웃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웃음을 참는 기색을 드러냈다. 비웃는듯한 표정이라기보단 쓴웃음처럼 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도 대놓고 드러낼 수 없어 살짝 드러내는 쓴웃음이었다. 그 쓴웃음은 근처에서 그 '시민 경고방송'을 듣던 다른 시민들이 소리내어 웃으면서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살짝 드러난 쓴웃음'을 주목해보고자 한다. 흔히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라고 자처한다. 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민중의 지팡이' 운운했다간 비웃음이나 당할 것이다. 누가 경찰에게 '막말 선무방송'을 하라고 했으며, 경찰서 홈페이지와 보수언론의 칼럼을 이용해 '정치행위'에 나서라고 했을까? 적어도 시민들은 그런 명령을 내린 바 없었을텐데, 과연 누가 주도한 것일까?

 

경찰은 '막말 선무방송'을 내뱉기에 앞서 스스로 책임자를 맡고 있는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본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부터 따져보길 권하고 싶다. 어청수 경찰청장과 한진희 서울지방경찰청장, 김원준 서장 등은 가장 수위를 세게 넘은 것으로 보인다.

 

'촛불'은 쉽게 안꺼질 것이란 사실은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청수 경찰청장과 한진희 서울지방경찰청장, 김원준 서장 등, 앞으로는 보다 자중하고 기관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선보이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촛불, #폭력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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