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7시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리기로 했던 제 66차 촛불문화제가 경찰의 원천봉쇄로 이곳에서 열리지 못했다. 이날 지하철 1호선 시청광장 입구인 5번 출입구까지 경찰이 봉쇄해 촛불집회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의 거친 항의를 받았다.
5000여명의 촛불 참여자들은 경찰차벽으로 둘러싸인 시청광장 밖인 프레지던트 호텔(국가인권위원회 쪽) 앞에서 깃발과 촛불,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펼쳤다.
일부 참여자들은 종로, 안국동 등에서 촛불거리행진을 했다. 이날 하루 1만 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오후 4시부터 프레스센터 앞마당에서는 사단법인 전국한우협회 주최로 무료 시식행사가 열렸다.
한우협회는 무료시식과 함께 부채살, 살치살, 차돌백이, 치마살, 토시살, 제비추리, 안창살 등 구이꺼리와 갈비, 등심살, 채끝살, 앞다리살, 도가니살, 목심살, 안심살, 꾸리살, 홍두쌀, 사태살, 우둔살 등 한우 부위별 요리특성을 설명한 전단를 나눠줬다. 한우 불고기 시식을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시민들은 하나같이 미 광우병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에서 과일 도매상을 한 김학우(39)·이상미(39)씨 부부도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앞마당 한우 시식장소에서 데리고 온 아이들과 한우불고기를 시식을 했다. 해빈(8, 초1)·해환(6)·해봄(4)·해기(2) 등 4명의 자녀들과 함께 대화를 하면서 옹기종기 모여 종이컵에 나눠준 불고기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두 번에 걸쳐 가족 모두가 촛불행사에 참여했고, 그동안 남편 김학우 씨는 여덟 번 정도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천주교 신자인 이들 가족은 오후 4시 정동 프란체스코성당에서 열린 시국 미사에 참석하고, 촛불집회를 위해 시청광장으로 왔다. 하지만 경찰의 삼엄한 경비로 들어가지 못했다. 프레스센터 쪽으로 와 한우불고기를 시식하면서 집회 장소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먼저 턱수염을 기른 김씨가 말문을 열었다. “며칠 동안 시국미사가 없었다. 오늘 열린다고 해 나왔다. 경찰이 평화스러운 집회까지 원천봉쇄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길을 막고 국민의 입까지 막으려고 하는 이명박 정부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진정 국민과 소통할 준비가 돼 있지 않는 것 같다.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어 그는 정부의 촛불평화시위 강경진압은 오히려 화근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촛불 평화시위를 하는 국민을 두들겨 패고 잡아가는 행위는 정부가 할 도리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금을 내고 있는 국민과 소통하고 싶다면 마음을 열고 얘기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재협상이 힘들면 진정 반성하고 사과하는 불쌍할 정도의 대통령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강경진압은 촛불도 끄지 못할뿐더러 화근을 키울 것이다.”
무료시식 행사에 참여했던 이들 가족은 한우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시골 장인도 소(홍성, 1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손위에 동서도 소(아산, 5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며칠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미국산 쇠고기 시식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분을 뿌리고 싶었다. 자기 나라 소인 한우에는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미국소를 먹으라고 홍보하는 것이 국민혈세로 월급받는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일인지 묻고 싶다.”
옆에 서있던 김씨의 부인 이상미 씨도 한마디 거든다. “일부에서는 한우가 비싸 맛있고 질 좋은 미국산을 먹으라고 한다. 하지만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산지가격은 절대 높은 것이 아니다. 유통구조가 잘못돼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유통구조를 개선하는데 방책을 내놓아야 한다. 한우 농가가 정말 어렵다. 파산지경이다. 한우를 많이 먹게 장려책을 세우는 것이 정부지, 미국산 쇠고기를 홍보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
이어 그는 쌀, 콩 등 외국에서 수입하는 곡식들의 현재 모습을 보면 미래를 예측할 있다고 말했다. “ 우리 곡식을 놓아두고 외국에서 수입을 한 농산물들이 싸게 많이 들어왔다. 싸기 때문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국내 농촌에서 농사를 기피했고, 농사를 기피하자 일시에 외국산 곡물들이 가격을 올렸다. 한마디로 지금 미국산 쇠고기가 싸다고 해 사먹으면, 우리 소를 키우는 농촌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고, 다음에는 미국산 소가 엄청 비싸질 것이다. 광우병도 문제지만 설령 안전한 쇠고기가 수입된다고 해도 문제는 많다. 자국민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식량기반은 남겨둬야 한다.”
남편 김씨는 원산지 표시 문제점도 지적했다. “현재 원산지 표시제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투입됐다. 광우병 소고기 사태가 없었으면 이들의 활동도 없었고, 이들에게 지출된 인건비, 활동비 등 국민세금도 지출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와 국민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기본만 해주면 안전하게 식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데, 밥 한 끼니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나서 일일이 식당을 대상으로 확인절차를 받으라고 하니 한심한 일이다.”
이들 부부는 광우병 쇠고기 위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광우병 쇠고기를 안 사먹으면 된다고 하지만 그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다. 의약품, 소시지, 조림, 라면스프, 다시다, 조미료, 냉면육수 등에 소고기가 안 들어 간곳이 없다. 30개월 이하 살코기만 들어오면 되는데, 이상부위로 소문난 내장 수입은 절대 안 된다.”
특히 이들 부부는 이명박 정부가 최초협상을 어떻게 해 검역주권까지 포기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교역에서 서로 주고받은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검역주권까지 포기하는 것은 국민자존심의 문제다. 정부가 쇠고기 협상과정에서 무엇을 주고 무엇을 가지고 왔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 최근 G7정상회담에서 부시가 일본 후쿠다 수상에게 20개월 쇠고기 월령을 늘리자고 했는데, 일본 수상이 단호히 거부했다.”
이아들을 촛불집회에 데리고 나온 이유에 대해 “말하는 교육 보다 보고 듣는 교육이 확실한 교육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아이들이 맨 처음 왔을 때는 잘 모르고 참석했지만 주변사람들 얘기하는 것을 듣고 많이 생각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특히 8살 초등학교 1학년인 해빈이가 ‘헌법 제1조’를 확실히 이해를 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다. 이날 해빈이는 “엄마 아빠가 오니까 따라왔는데, 공연을 할 때는 재미있다. 하지만 경찰이 서있으니 무섭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씨는 “지난 7월 2일 신부들이 단식에 들어갈 때부터 턱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면서 “ 국민의 힘이 무섭다는 것을 보여 주기위해서 무언의 농성을 하고 있는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경제가 좋지 않아 4명의 아이들을 키우기는 힘들지만 그것보다 힘든 것은 느께 나타난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 병이 들면 어떠나 하는 생각 때문에 걱정이 된다”면서 “후손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까 불안 심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왜곡 보도한 조중동 등 보수신문에 대해도 한마디 했다. “평소 조중동 등은 많은 편파 왜곡보도를 일삼았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때 보수신문 사설 등을 보면서 공부를 했다. 편파보도를 안후, 조중동은 보고 있지 않다. 친 누나가 <중앙일보>를 구독하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거부할 정도다.”
이날 초저녁 굵은 장대비가 내렸다. 비옷과 우산을 쓴 이들 가족들 경찰의 원천봉쇄로 시청광장이 막히자 촛불집회 행사 장소를 알아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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