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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테네 영원한 신들의 도시
아테네 영원한 신들의 도시 ⓒ 살림
여름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은 어떤 종류가 있을까? 소설, 시집, 인문, 사회, 자연, 예술, 역사 등 수많은 종류가 쏟아져 나온다. 이럴 때 '어떤 장르를 읽을까'를 고민하기 보다 책 판형에 따라 골라도 재밌을 것 같다.

책 판형에는 A4판형, B5판형, 크라운판형, 신국판형, A5변형판형, 문고판형으로 A6판형이 있다. A6판형은 크기(가로105mm X 세로148mm)로 주머니 안에 쏙 들어간다. 주머니에 들어가는 문고판은 짐이 많은 여행을 갈 때 가지고 가면 유용하다. 책 크기가 작다고 무조건 내용도 가벼운 것은 아니다. 100쪽 안팎의 분량은 지적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

이번 휴가철에 읽을 만한 문고판으로는 출판사 '살림'에서 내놓은 <살림지식총서>가 있다. <살림지식총서>는 2008년 5월 현재 <SF의 법칙 살림지식총서-326>까지 나왔다. 326권까지 나온 시리즈물은 우리 출판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326권을 다 읽기는 힘들고 가장 눈에 띄는 한 권을 소개한다. 서구 문명의 한 축을 담당했던, 헐레니즘 문명을 태동시킨 신들의 도시 아테네를 소개한 책이다. 제목은 <아테네 영원한 신들의 도시>.

이 책은 살림지식총서 101번째 책으로 서구의 철학과 예술, 문학과 건축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원형을 이룩한 아테네와 아테네인들, 그리고 그들의 의식을 지배했던 신화, 정치, 예술, 철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쓴이 장영란씨는 한국외대에서 그리스도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신화 속의 여성, 여성 속의 신화>를 쓰기도 했다. 그는 아테네를 한 마디로 '신들의 도시'라고 말했다. 철학과 과학이라는 합리성을 통하여 인간 이성의 위대함을 탄생시킨 가장 이성적인 사람들이었지만 수많은 신들을 숭배한 종교적인 곧, 비이성적인 사람들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아테네 신화의 숲으로 들어가기

아테네는 아테나(Athena) 여신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 옛날 한 도시를 두고 아테나와 포세이돈은 경쟁을 벌였다. 아테나 여신은 아테네인들을 위해 최초의 올리브 나무가 솟아나도록 했고, 포세이돈은 소금샘이 솟아오르도록 했다.

메마르고 건조한 땅, 그리스에 무엇인 적합할까? 당연히 소금샘이 아니라 올리브 나무다. 승자는 이미 갈렸다. 아테네 왕 케크롭스(Kekrops)는 아테나 여신의 승리를 선언했고, 아테네라는 도시 이름도 바로 이 여신에게서 기원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도시의 가장 높은 곳을 아크로폴리스라 했다. 거기에는 가장 아름다운 신전들이 있었다. 아테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아테네 신전들은 아테나 신전 아래에 있다. 그들이 가장 사랑했던 신은 아테나 여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쓴이는 우리를 안타까움으로 이끈다. 아테네 사람들은 페르시아 전쟁의 승리를 아테나 여신에게 돌리고 기리기 위하여 아테나 니케 신전을 세우고 그 안에 아테나 니케상을 모셨지만 '승리'의 여신 니케를 만날 수 없다.

“아테나 니케 신전의 정문인 동쪽 프리즈에는 유명한 그리스의 올륌포스 12신 부조로 새겨져 있지만 지금은 그리스를 떠나 대영박문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아무도 그리스인들에게 고대 유물을 돌려줄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아테네인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떠나지 말라고 흔히 니케상에 달고 하던 날개도 달지 않았지만, 이제 아테나 니케상은 날개도 없이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12-13쪽)

제국주의가 낳은 문명파괴를 아테네에 있는 아테나 니케 신전을 통하여 우리는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신들의 나라, 신화의 나라 아테네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신들은 고대 그들이 만든 신이 아니라 후대 사람들의 욕망과 제국주의가 만든 힘에 의하여 사라져버렸음을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아테나 여신은 신들의 아버지, 곧 자신의 아버지인 제우스에게 종속되었지만 그는 사람을 사랑했던 신이었다. 그리스인들이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수많은 신들이 있었지만 그리스인들은 그들 중심을 '아테나'로 헌정했음을 기억할 때 그들이 얼마나 아테나 여신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아테네 정치의 숲으로 들어가기

아테네에는 정치가 있었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흉물스러운 바위산인 '아레아파고스'는 아테네 정치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살인, 상해, 방화, 독살에 대한 재판이 열렸던 '아레파고스'가 있고 '솔론'을 만날 수 있다.

“귀족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각종 범죄가 발생했을 때 누구나 범죄의 피해자를 대신하여 범죄자를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더욱이 부당한 판결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나 민회에 상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다. 이것은 일반 시민들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해 주는 제도였다. 솔론의 정치적 개혁은 진정한 민주제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하였다.”(46쪽)

아테네 민주제가 탄생한 ‘프뉙스’(Pnyx)에서 아테네사람들은 ‘민회’(ecclessia)를 열었다. 민회는 아테네인들이 전체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가장 핵심적인 권력기구였다. 이 피뉙스 이전에 아테네 사람들이 ‘아고라’에서 민회를 열었다는 사실은 요즘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아테네 예술의 숲으로 들어가기

신화와 정치 도시로 알려져 있는 아테네는 한 편으론 예술 도시였다. 인간 비극을 노래한 디오뉘소스 극장에는 ‘실레노스’ 부조가 있다. 실레노스는 디오뉘소스를 양육한 사람이다. 실레노스가 어느 날 술에 취해 산중에 떨어져 있을 때 미다스 왕이 그를 구해준다. 이에 디오뉘소스를 감사하여 미다스 왕에게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미다스 왕은 만지는 것 마다 황금이 되기를 원한다. 만지는 것 마다 황금이 된다면 어떤 세상이될까? 끔찍한 비극이다.

미다스가 실레노스에게 묻는다. “도대체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가?” 실레노스 답은 무엇일까?

“가련한 하루살이여, 우연의 자식이여, 고통의 자식이여, 너는 내게서 무엇을 들으려 하는가? 차라리 듣지 않는 것이 그대에게 더 좋으리라는 것을 모르는가? 가장 좋은 것은 네가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이네. 가장 좋은 것은 태어나지 않는 것,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아무 것도 아닌 것이네. 다음으로 좋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곧 죽음이네.”(60쪽)

아직 우리는 미다스 황금주의에 빠져 있다. 어쩌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황금이 될지라도 어쩌면 인간은 황금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황금이 되는 그날까지 자본에 대한 욕망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미다스는 이후 깨달음을 얻고 실레노스에게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우리는 지금 이 질문 자체도 하지 않고 끝없는 비극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아테네 그곳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있다. 100쪽도 안 되는 얇은 책이지만 아테네의 신화와 정치, 예술과 철학을 만날 수 있다. 가볍게 읽으면서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는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아테네-살림지식총서 101> 장영란 씀 ㅣ살림 ㅣ 3,300원



아테네 영원한 신들의 도시

장영란 지음, 살림(2004)


#그리스#아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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