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07년 10월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주에서 촬영된 곰.
 2007년 10월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주에서 촬영된 곰.
ⓒ Wikimedia Commons

관련사진보기


"곰이 내 머리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 끔찍함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곰은 내 팔까지 공격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3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700km 떨어진 벨라 쿨라 근처 센트럴 코스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CBS 방송에 따르면, 브렌트 케이스(53)씨는 그곳에서 홀로 현장 측량을 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회색 곰에게 무차별 공격을 당해 거의 죽다가 살아났다.

이처럼 곰이 캐나다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이전과 달리 민가 근처까지 곰들이 내려오고 있어 사람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밴쿠버 코퀴틀람시 인근에 야생 곰이 나타난다는 제보가 늘었고, 지난달에는 주택가까지 내려왔던 곰이 현장에서 사살되기도 했다. 브리티시 콜럼비아(BC) 주 야생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6월 24일 먼디파크 인근 주택가 쓰레기통을 뒤지던 수곰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발견해 사살했다. 당시 먼디파크에는 산책 나온 시민들과 아이들이 있어, 그들의 안전을 위해 곰을 사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

이같이 곰들의 민가 출현이 잦아진 이유는 뭘까? 잭 트루지안 야생동물보호협회 담당관은 6월 24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으로 곰의 먹이인 야생 딸기나 산과일 등이 줄어들자 곰들이 먹잇감을 구하러 주택가까지 내려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주택가의 음식 쓰레기 및 정원에 심어둔 야채, 과일 냄새를 맡고 민가로 내려온 곰들이 한 번 맛을 본 후엔 습관처럼 계속 내려오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2008년 한 해의 특이한 현상이라기보다는, 지구 온난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곰의 민가 출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5월 3일 회색 곰에게 무차별 공격을 당한 브렌트 케이스씨 사례를 보도한 CBS 뉴스. 머리 뒤쪽에 길게 패인 홈이 곰에게 공격당한 흔적이다.
 5월 3일 회색 곰에게 무차별 공격을 당한 브렌트 케이스씨 사례를 보도한 CBS 뉴스. 머리 뒤쪽에 길게 패인 홈이 곰에게 공격당한 흔적이다.
ⓒ CBS

관련사진보기


주택가로 내려오는 곰들... 원인은 온난화로 인한 먹잇감 감소

7월 10일 오후, 곰이 자주 나타난다는 밴쿠버 코퀴틀람 먼디파크 현장에 가보았다. 제일 처음 눈에 띈 것은 노란 형광펜으로 덧칠된 "곰 조심"이라는 문구였다. 문구 아래엔 자주 출몰한다는 어미곰과 새끼곰이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모습의 그림이 있었다.

혹시나 만날지도 모를 곰의 공격에 대비해 인근 지역 경찰서 전화번호와 스프레이 등 여러 가지를 준비해갔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곰이 다녀간 흔적만 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그것이 곰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검은 봉지를 꺼낸 다음 손톱으로 봉지를 뜯어 음식물을 먹은 흔적이라고 전했다.

"곰 때문에 아이들이 걱정돼요."

먼디파크에서 불과 100여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헨리 로버츠(43)씨는, 주로 아침 7~8시경에 곰이 나타나는데 6월 초 이래 5번 이상 나타났다고 전했다. 코퀴틀람은 인근에 산이 많아 다른 지역보다 야생 동물이 많이 나타나는 곳이기는 하지만, 요즘처럼 곰이 자주 나타나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셋인데 곰을 아주 좋아해요. 아이들은 순수하잖아요. 겁 없이 곰에게 다가갈지도 모른다는 게 가장 겁이 나고 걱정이에요. 곰이 살짝 할퀴기만 해도 인간에겐 치명적이잖아요. 그래서 아침엔 아이들을 밖에도 못 나가게 해요."

BC주 야생동물보호협회는 지난달에만 해도 먼디파크와 가까운 트라이시티 지역에서 곰을 목격했다는 신고가 70건에 가까울 정도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그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BC주 당국은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먼디파크 인근에 5~6마리의 곰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포트 무디 뉴포트 빌리지 지역과 이글리지 병원 인근에도 자주 곰이 출몰하니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먼디파크에 있는 "곰 조심" 문구.
 먼디파크에 있는 "곰 조심" 문구.
ⓒ 유정님

관련사진보기


캐나다 밴쿠버 먼디파크 쓰레기통 옆 모습. 주민들은 이것이 곰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검은 봉지를 꺼낸 다음 손톱으로 봉지를 뜯어 음식물을 먹은 흔적이라고 말한다.
 캐나다 밴쿠버 먼디파크 쓰레기통 옆 모습. 주민들은 이것이 곰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검은 봉지를 꺼낸 다음 손톱으로 봉지를 뜯어 음식물을 먹은 흔적이라고 말한다.
ⓒ 유정님

관련사진보기


희생되는 곰들, 2007년 BC주에서만 1000마리 이상 피살... 대안은?

이처럼 곰들이 민가 인근에 출현하면서, 희생되는 곰도 늘어나고 있다. BC주 당국은 지난해 사살된 곰이 BC주 내에서만 1000마리가 넘는다고 4월 15일 밝혔다. 당시 BC주 당국도 이러한 수치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이는 사냥꾼들에 의해 죽은 곰들도 포함된 수치다.

이 중에서 민가로 내려오는 곰들은 대개 굶주린 곰이라는 점에서, 야생동물보호협회도 사살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음을 인정한다. 곰들이 자주 나타나는 민가나 공원은 학교, 놀이터와 인접한 곳이라는 점에서 아이들이 곰의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높고, 따라서 곰을 불가피하게 사살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

그렇지만 야생동물보호협회와 BC주 환경단체는 곰을 사살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사살해야 하는 경우를 줄이는 것, 즉 곰이 먹이를 찾아 주택가로 내려오는 일 자체를 줄여 인간과 곰의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이에 따라 야생동물보호협회와 환경단체는 1990년대 초부터 '베어 스마트(Bear Smart)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편, '곰 조심 브리티시 콜럼비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그중에서도 특히 아이들)의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야생 곰들이 사살되는 일을 줄이자는 취지다.

이 단체들은 곰이 주택가에 나타났을 때 마취총을 사용하는 방안을 권장한다. 이와 관련, 지역 신문 <밴쿠버 선>에는 6월 8일 랭리시에 흑곰이 나타나자 경찰이 마취총을 쏴 포획한 후 산으로 돌려보낼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곰들이 민가로 내려오는 근본 원인인 먹잇감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곰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야생동물보호협회는 산 곳곳에 곰들이 즐겨먹는 체리나 사과를 비롯한 과일 나무 등을 심으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인간이 만들어낸 지구 온난화로 인해 커져가는 곰과 인간의 갈등을 캐나다인들이 현명하게 풀어갈 지 지켜볼 볼이다.

'곰 조심 브리티시 콜럼비아' 홈페이지.
 '곰 조심 브리티시 콜럼비아' 홈페이지.
ⓒ '곰 조심 브리티시 콜럼비아'

관련사진보기


곰과 불필요한 마찰 피하려면
전문가들은 곰들을 민가로 본의 아니게 '유혹'하지 않으려면 음식물을 더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음식물 관리 주의 사항이다.

▲ 냄새를 풍기지 않도록 음식 쓰레기는 반드시 2번 이상 봉지에 싸서 버릴 것.
▲ 음식물 쓰레기통을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야간에는 쓰레기통을 외부에 두지 말 것. 특히 야외 나들이가 많은 요즘엔 파티 음식들 처리에 더 신경 쓸 것.
▲ 애완동물 먹이도 가능한 한 실내에서 보관할 것.
▲ 정원에 심은 과일나무의 열매 등은 익는 즉시 수확할 것.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곰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곰은 대체로 사람을 무서워하고 만나면 피하려 하지만, 새끼와 함께 있는 어미곰이나 상처 입은 곰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절대로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 된다.
▲ 곰과 15m 이내에서 마주치면 서서히 뒤로 물러서야 하며, 그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 소리를 내거나 팔을 휘둘러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곰 퇴치용 스프레이(Bear Pepper)를 지니고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태그:#곰, #온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