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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8대 국회개원식에서 시정연설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8대 국회개원식에서 시정연설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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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곳곳에서 사고가 터지고 있다.

미국과는 쇠고기 파동, 중국과는 한중정상회담 때의 푸대접 논란, 북한과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 그리고 이번에 일본과는 독도 문제가 불거졌다. 4전 4패다.

한 사건에 이어 다른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는데 터졌다 하면 대형 사고다.

이에 관해 ▲ 콘트롤 타워가 없다 ▲ 근본적으로 전략과 비전이 부재하다 ▲ 대통령과 참모진의 무능력 ▲ 외교부 독주의 필연적 귀결이다 등 다양한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 모든 사태의 근본 원인은 지난 10년 좌파 정권과 무조건 차별화 하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무리하게 일을 추진한 데 있다"(참여정부의 한 인사)는 비판도 있다.

"괜히 없앤 것 아니냐"는 후회의 소리가 들리는 국정홍보처, NSC(국가안전보장회의)와 격하된 통일부를 MB정부가 없애려했던 것은 이들 부처가 지난 10년을 상징하기 때문이었다는 점에서 보면 이 비판은 수긍이 간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말 일본을 방문해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자"고 다짐했고, 과거사 문제로 일본과 관계가 좋지 않았던 노무현 정권과 대비되는 '실용 외교'의 성과로 자랑했다.

이 대통령은 4월 20일 재일동포들과의 리셉션에서 "나는 일본에 대해 만날 사과하라고 요구하지 않겠다"며 "(일본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과를 해야 진정한 사과지, 억지로 한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14일 중학교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 명기를 결국 강행함으로써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더구나 이번 일본정부의 방침은 지난 5월18일 <요미우리신문>에 보도됐었다. 두달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런 사태가 벌어져 이명박 정부는 외교·안보 분야의 무능력을 또 한번 드러냈다.

콘트롤 타워 부재에 외교부 독주도 문제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우리 정부는 한일 신시대와 성숙한 동맹관계를 얘기하면 일본이 독도 문제를 양해할 것으로 봤는데, 이는 냉전시대의 사고방식"이라며 "냉전시절 일본은 중국·소련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일본은 국가간 항상 영토문제가 있기 마련이고, 이는 국가 사이의 전략적 협력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면서 "한일 사이에 기본적인 인식차가 있었는데 우리 정부가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주로 외교·안보 분야에 이런 엄중한 사건이 연달아 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거론되는 것이 '콘트롤 타워'의 부재다. 이전 정부 때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중요 사안에 대한 각 부처별 의견을 종합해 기민하게 대처하는 구실을 했다. 부처별로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도 여기에서 조정됐다.

이명박 정부는 NSC를 해체시켰고, 대신 외교안보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를 만들었지만 별다른 구실을 못하고 있다.

청와대 안의 외교안보 수석비서관의 위상도 이전 정부에 비해 떨어졌다. 외교·안보 분야는 원래 잘 모르는 이명박 대통령의 개인적 자질까지 겹쳐 문제가 심각해졌다.

콘트롤 타워 부재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것이 외교부의 독주다.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의 한 인사는 "참여정부에서는 청와대 국정상황실, 민정수석실, NSC, 각 부처들이 일정 정도 서로를 견제하는 구조가 있었다"며 "조중동이 '만날 청와대 안에서 싸움질이나 한다'고 비난했지만, 사실 이는 '크로스 체크'의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외교부가 일방적으로 독주하고 있다"며 "정권 초부터 많은 문제가 생겼는데 외교부가 독주하다 보니 전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도 외교부장관이 주관하고, 청와대의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비서관도 외교부 출신이고, 총리실 업무를 총괄하는 조중표 국무총리실장도 외교부 출신이다. 6자회담 전략도 통일부는 배제한 체 외교부가 세우고, 쇠고기 협상도 겉은 농림식품수산부가 했지만, 실제로는 외교통상부가 주도했다.

외교·안보 정책을 핵심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사용

외교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외교·안보 정책이 난파 상태인데도 내가 알기로 내부에서 아무런 토론도 반성도 없다"며 "지금 현재 외교부 내부는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책 책임자들의 무능력, 전략과 비전 부재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참여정부의 한 인사는 이런 사태가 발생한 원인으로 몇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지난 10년 정권과의 강박관념적 차별화다.

그는 "현재 외교·안보의 난맥은 근본적으로 좌파 10년과의 차별화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남북관계, 한중관계, 한일관계, 한미관계 모두 지난 정권과 지나치게 차별화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고 지적했다.

그는 "좌파 정권에서 망친 한미관계를 화끈하게 복원한다며 진행한 정책이 한미관계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며 "한중관계도 우리가 미국과 접근하면 중국이 따라온다고 판단했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두번째는 이명박 정부는 상대가 있는 외교·안보 정책을 국내 정치적 수단으로, 즉 자신의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외교·안보 정책을 자신의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어 핵심 지지층에게 어필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며 "현재 지지율이 20%대에 불과한데 이 상태로 안된다, 더 중간적 위치로 가야한다"고 충고했다.

세번째는 청와대 안에 뉴라이트의 입김이 너무 강하다는 점이다.

이 인사는 "뉴라이트는 이념만 앞세우지 현실 정치와 정책은 모르는 집단"이라며 "그러니 촛불 시위의 해결책으로 보수대연합론이 나오고, 금강산 관광객 피살과 관련 정무적 판단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고 비판했다.


태그:#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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