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방문 이틀째, 우기(雨期)라 그런지 장맛비가 오락가락하고 날씨가 후텁지근하다. 오늘은 아지무 마을의 그린투어리즘 운동을 돌아보고 농박을 하는 날이다. 요즘 농촌체험마을 일을 보고 있기 때문에 농촌현실을 돌아보며 그들의 생활모습을 배워가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기도 하다.
‘아지무에 놀러와’ 여관도 아닌, 민박도 아닌, 그냥 평범한 가정에 머무르며 가족처럼 시간을 보낸다. 이것이 농촌체험 농박이다. 고향을 잃어버렸거나 고향이 그리운 도시 사람들을 위해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 ‘그린투어리즘’이다. 우리네 농박과 별반 다른 게 없어 보인다.
어디를 가나 반듯하게 정돈된 논과 밭, 푸른 삼나무 숲, 꽃과 새소리는 아지무도 매한가지다. 해 어스름 무렵에 농가에 도착했다. 꿈처럼 아름다운 시골 농촌은 동화의 나라에 온 듯 아담하고 조용하다. 나이든 노부부가 외국손님을 반갑게 맞이한다.
‘오하요 고자이마스(안녕하십니까)’
‘아리가또 고자이마스(고맙습니다)'로 수인사를 나눈다.
우리네 농촌처럼 젊은 사람들은 다 시골을 떠나고 노부부가 농촌을 지키며 농박을 하는 모습이 우리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
농박집을 나오려니 다시 오라며 나긋나긋 이별인사가 정답다. 일본인들은 어딜 가나 예절과 인사 질서가 몸에 배어 있다. 겉으로 보기엔 금세 간을 빼 줄 것만 같이 친절하고 다정다감하다.
그러나 그들의 머릿속엔 무엇이 들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룻밤 농박을 가지곤 추측하기가 어렵다. 독도가 자기 땅이라 어거지를 쓰는 작금의 작태만 보더라도 참 알다가도 모를 섬나라 속성이다.
여행의 뒷맛은 어디가고 날씨마저 무덥고 후텁지근하니 짜증스럽기만 하다. 가깝고도 먼 섬나라. 얄팍한 사탕발림에 간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내장 단속을 단단히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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