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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터 풍경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놀이터 풍경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 송춘희

 

'따르릉~'

 

"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네 안녕하세요. 거기가 선호네 집이지요?"

 

"네 그런데요."

"저, 여기 배문서점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더운데 고생많으시죠?"

"네 저야 늘 그렇죠, 아! 근데 그집 작은 아들 말이에요. 고녀석 때문에 전화를 안 드릴 수가 없어서 이렇게 전화를 드립니다."

 

"네, 저희 아들이 무슨 실례라도 했는지요?"

"아니,그게 아니라 내가 어제 3시쯤 부채질하며 앉아 있는데 책을 사러 왔드라구요. 너무 덥다고하며 그녀석이 책을 달라길래 필요한 책을 안겨 보냈는데 한 2분쯤 지났을까? 다시 돌아와서는 내게 비타민 드링크를 한 병 주고 가지 뭐예요? 이슬이 송송 맺힌 시원한 음료를 받고 보니 어찌나 고마운지 이렇게 전화드립니다. 자식 잘 키우셨습니다."

그 전화를 받고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여름이라 더워서인지 아침이면 지각일보 직전에 뛰어가기도 하고, 숙제를 안 해 방과후에 남아서 선생님과 숙제를 마치고 오기도 하고, 4교시 단축 수업기간에도 언제나 시간 맞추어 오후 4시쯤 집으로 돌아오는 선호가 밖에서 그런 일을 했다고 하니, 놀라웠다.

 

선호는 1월생이라 다른 아이들보다 1년 정도 일찍 학교를 들어갔다. 처음엔 한글로 이름만 쓸 줄 아는 아이를 입학시키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남들은 100점 받는 받아쓰기도 평균 70,80을 오가며 애를 태우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천성이 느긋한 선호는 내가 아무리 닥달해도 느긋하게, 자신의 속도로 학교생활을 했다.

 

친구들은 착하다며 선호를 좋아했지만 나는 언제나 빠릿빠릿하지 못하고 꼼꼼히 숙제를 챙기지 않는 것이 속상했다. 하지만 주변에선 친구가 많고 사교적인 우리아이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남이 가진 것을 내가 갖지 못함에 사람들은 늘 부러움을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학교에서 돌아와 가방을 던져두고 "엄마, 놀러갔다와두 돼?"하고 웃는 아이에게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그만 미소를 짓고 말았다.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어느새 신나게 뛰노는 아이를 보며 이 문구가 떠오른다.

 

'그래,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비타민음료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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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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