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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헌법 31조 1항)

 

대학생들은 앞으로 대한민국 헌법 1조뿐만 31조 1항도 외쳐야 할 것 같다. 15일 만난 대학생 이유리(20)씨는 "우리 대학생들은 이제 같은 스타트라인에서 출발한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학자금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1학기 학자금 대출 금리는 7.65%. 2학기 땐 8%가 넘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학자금 대출 금리가 미쳤다"라는 대학생들의 얘기가 빈말이 아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대학생과 학부모 20여명이 모여 학자금 대출 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이들은 '등록금 천만원 시대'에 학자금 대출 금리가 7~8%대를 기록한 상황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대학생들 "미래를 향한 출발조차 포기하는 사람 늘어"

 

이유리씨는 "2번 학자금 대출을 받았는데, 한 달에 이지만 6~7만원 내고 있다"며 "원금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음 학기에도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갚아 나가야 할지 앞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학자금 대출의 이자 상승은 대학생들과 부모님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많은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2~3개에 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제때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

 

한창 청운의 꿈을 안고 학업에 매진하고, 미래에 대한 설계를 할 나이에 신용불량자가 되어 앞길이 막히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나? 우리에게 미래를 향해 출발이라도 하게 해달라. 지금의 상황이 계속되면 출발조차 포기할 사람은 늘어만 갈 것이다."

 

이씨는 마지막으로 헌법 31조 1항을 언급하며 "우리들도 경제적 능력이 아닌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균등하게 교육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교 졸업반인 최설희(22)씨는 "정부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 대학생들이 빚쟁이가 되는 현실을 올해 안에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학부모들도 힘들다. 이희정 참교육학부모회 사무처장은 "내년엔 대학에 다니는 자녀가 둘이 되는데, 연봉 3000만원에 대학등록금 2000만원을 내게 됐다"며 "물가가 폭등하고 대학등록금이 얼마나 오를지 모르는데, 대출 금리까지 오르니 살길이 막막하다"고 전했다.

 

학자금 연체자 느는데 정부 지원 예산은 삭감

 

550개 시민·사회·학생·학부모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등록금넷)'에 따르면,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대학생 10명 중 4명이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진선 참여연대 간사는 "올해 1학기 7.65%를 기록한 학자금 대출 금리가 2학기 때는 8%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요즈음 학자금 대출 이자가 밀려 등록금을 마련한 길이 없어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고, 신용불량자가 된 이들도 상당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등록금넷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2월 현재 연체 건수가 2만6800건에 이른다.

 

이진선 간사는 "일본의 경우, 보통 무이자나 2~3%대 저리 이자로 학자금 대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등록금 부담 경감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등록금넷은 "작년 국회 예산심사소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 주도로 2008년 학자금 대출 신용보증기금 1천억원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장학금 지원예산 100억원을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등록금넷은 이어 "18대 국회가 개원을 했으니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을 곧바로 추진해야 한다"며 ▲등록금 상한제·후불제·차등 책정제 실시 ▲학자금 무이자 저리 대출 전면 확대  ▲투명하고 독립적인 등록금 제도 실시 ▲대학 등록금 인하 및 반값 등록금 실현 대책 마련 등을 주문했다.

 

이진선 간사는 "지난주 각 정당 정책위의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없다"며 "특히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입법공청회'를 열었지만, 핵심 내용이 소득공제로, 실질적인 대책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학생들은 몸에 신용불량자라고 쓰인 딱지를 붙인 채, 이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다 결국 목을 매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날 정부중앙청사 앞엔 "이 상태가 계속되면 자살하지 않을 수 없다"는 외침이 울렸다.


#학자금 대출#등록금 인상#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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