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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를 가로막는 경찰을 피해 달려가는 엄마와 아이
 촛불집회를 가로막는 경찰을 피해 달려가는 엄마와 아이
ⓒ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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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금지 구역을 넘어간 것은 명백한 잘못처럼 보인다. 그러나 도망치는 여인의 등에 총을 겨누어야만 했을까. 꼭 그래야만 했을까.

차도로 행진한 것은 분명한 잘못처럼 보인다. 그러나 비폭력을 외치는 엄마들과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닭장차에 가두어야만 했을까. 꼭 그래야만 했을까.

'우리민족끼리 화해협력하고, 자주통일 이룩하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절대구호는 박왕자씨의 싸늘한 주검 앞에서 초라하다. 초라하다 못해 비겁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는 잘려나간 시민의 손가락과 진압경찰의 몽둥이 앞에서 허무하다. 허무하다 못해 자괴감을 자아낸다.

작은 잘못도 명백한 잘못이라지만, 그걸 바로잡겠다고 나선 당신들의 끔직한 폭력과 오만은 사는 재미를 경감시키고 있다. 사는 의미를 되묻고 있다. 당신들이 전면에 내세운 '민주주의'와 '공화국'의 이유를 무색케 하고 있다. 당신들은 닮았다.

아니라고 부인하겠지만, 우린 다르다고 항변하겠지만, 당신들은 참으로 닮았다. 옹졸한 폭력을 사용하고, 거만하게도 반성을 모른다. 원인에 다가설 줄 모르니, 뉘우침도 모른다. 주인을 아주 못 알아본다.

'작은 잘못'도 분명한 잘못이다. 허나 그 잘못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헛다리를 짚으면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재발을 거듭한다. 자초지종은 따져 묻지도 않고, 뒤돌아 달아나는 '작은 표적'에게 총과 몽둥이를 겨누지 마라. 자조지종을 따질 겨를이 없지 않았음을 만인이 알고 있다.


태그:#촛불,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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