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대체 : 16일 오후 1시 15분]
지난 11일 금강산에서 피살당한 박왕자씨에 대해 북한군은 총 4발을 발사했으며, 이 가운데 3발은 조준 사격이었고 2발이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씨는 애초 알려진 것처럼 군사통제 구역 안으로 1200m를 들어간 게 아니라 800m 정도 진입했으며 호텔을 나선 시간도 4시 31분이 아닌 4시 18분으로 확인됐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16일 오전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금강산을 방문한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사장은 "금강산에서 총 3회에 걸쳐 해수욕장 주변 현장을 조사했다"며 "2번은 사고시간 대인 새벽 4시부터 5시 사이에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에서 윤 사장은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유병욱 참사, 권영훈 과장, 최 과장, 지도원 등 4명을 만났다.
이전에 구두로 사건 경위를 설명하던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은 15일 오전 10시 군대의 조사 결과라며 자료를 들고 와 윤 사장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북측은 문건 자체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애초 설명과 다소 달라진 사실은...
처음 현대아산은 "비치호텔의 CCTV에 11일 새벽 4시31분 박씨가 호텔을 나가는 모습이 찍혀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GPS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CCTV에 설정된 시간이 실제 보다 12분 50초가 빨랐다. 즉 박씨가 호텔을 나선 시각은 11일 새벽 4시 18분이다.
또 북한군 초병이 처음 박씨를 발견한 시각과 박씨의 진입 지점도 달라졌다. 처음에 북한은 "박씨가 군사통제구역 1200m 지점까지 들어왔으며, 서라는 명령에 불응하고 도주해 4시50분께 총을 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군 초병이 박씨를 처음 목격한 시간은 4시 50분경이었으며, 위치는 군사통제구역 안 800m 지점이었다"고 수정했다.
북측 설명에 따르면, 당시 박씨는 빠른 걸음으로 기생바위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북한군 초병이 "섯! 움직이면 쏜다"를 3회 반복했는데, 박씨는 정지 요구에 불응하고 오던 길을 황급히 되돌아 뛰어가기 시작했다.
박씨는 평지처럼 다져진 해안가를 이용해 달렸고, 북한군 초병은 발이 빠지는 모래사장 위로 추격하다 보니 서로 거리가 멀어졌고 초병이 경고 사격을 한 차례 했다. 그러나 박씨가 멈추지 않자 3발의 조준 사격을 했다는 것이다.
윤 사장은 "박씨를 발견하고 쫓아갔던 초병은 1명이었으며 박씨가 피격된 뒤 2명의 초병이 추가로 현장에 나와 사고를 파악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박씨가 2발의 총에 맞아 숨진 지점은 군사통제구역 울타리에서 300m 떨어진 지점으로 시간은 새벽 4시 55분에서 5시 사이였다는게 북측 설명이다.
북측이 현대아산 쪽에 사고 사실을 통보한 것은 오전 9시 30분으로 4시간 30분이 지난 뒤였다. 이렇게 늦어진 이유에 대해 명승지 종합개발지도국은 "사고자가 관광증은 물론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 측에 통보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북한 "불법침입에 대한 정당한 대응"
윤 사장의 이날 기자회견에 의해 그동안 제기됐던 일부 의혹은 해소됐지만 남는 의문도 많다.
일단 50대 여성인 박씨가 어떻게 20분만에 3.3㎞를 이동했는지라는 의문은 해소됐다. 이날 설명에 의하면 박씨는 40분 안팎에 2.4㎞를 이동했다. 성인의 걸음 속도가 시속 4㎞인 점을 감안하면 박씨가 50대 여성이라고 해도 걸어갈 만한 거리다.
또 현대아산 측은 150m 이상 거리에서는 사람인 것은 식별가능했지만 남녀 여부는 구분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날이 밝아 남측 관광객인 줄 분명히 알고도 북측 초병이 사격을 한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에 대한 일정 정도 해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총의 발사수와 북측 초병의 대응 방식은 문제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총성을 들은 것은 5시 20분께로 총성은 2발이었다고 한다.
박씨의 몸에 난 총상이 두 군데이기 때문에 목격자들 언급대로라면 북한군은 경고 사격 없이 바로 사격했다는 말이 된다. 이는 북한군 초병의 과잉 대응 여부를 파악하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다.
또 이전는 남쪽 관광객이 경계선을 넘어갔을 경우 북한군 초병이 처음부터 진입하지 못하도록 제지했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군 설명에 의하면 박씨는 800m나 군사통제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박씨가 경계선을 넘어서 상당히 깊숙이 군사통제구역안으로 들어갔는데도 북한군 초병이 발견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유야 어쨌든 군사통제구역 안으로 진입하는 남쪽 관광객을 발견해 제지해야 하는 일을 북한군이 못했다는 말이다.
윤 사장은 "너무 이른 시각이어서 발견이 늦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 경험이 있는 일부 기자들은 "새벽 5시께면 초병들이 가장 졸립고 경계심이 가장 풀리는 시간"이라며 "북한군 초병이 졸다가 박씨가 진입한 것을 몰랐고, 나중에 뒤늦게 발견한 뒤 상부 문책이 두려워 과잉대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초병이 박씨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둘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는 대목도 의심스럽다. 초병이 모래사장 위로 추격하고 박씨가 다져진 해안가를 달렸다고 해도 군인보다 중년 여성이 더 빨리 뛸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녹색 펜스 부근의 CCTV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도 북측의 일방적 주장일 뿐 실제 확인된 것도 아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북한 군의 경계도 강화됐는데 CCTV를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이 여전히 합동조사를 거부하고 있어 진상 조사는 어렵다. 윤 사장은 "북측은 이번 사건이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 남북 합의서 위반이라기보다는 불법침입에 대한 정당한 대응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합동 조사는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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