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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택 서울교육감 후보의 공약집에 실린 '미국산 쇠고기 급식 사용 금지' 등에 대한 내용
 공정택 서울교육감 후보의 공약집에 실린 '미국산 쇠고기 급식 사용 금지' 등에 대한 내용
ⓒ 공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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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꺼지지 않고 있는 '촛불'에 최초로 불을 붙인 것은 교복 입은 여학생들이었다. 0교시과 우열반 부활로 대표되는 4·15 학원자율화 조치와 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발표가 계기가 됐다. 학교 급식에 미국산 쇠고기가 제일 먼저 사용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7·30 서울교육감 선거가 본격적인 궤도에 진입했다. 최근의 촛불 시위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반영한 것인지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제1공약으로 '안심 먹을거리 제공'을 내걸고 "미국산 쇠고기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급식 사용 금지"와 "친환경 농산물 사용 시범학교 확대" 등을 구체적인 실천 과제로 발표했다(☞ 공약집 바로가기).

'안전 확보'라는 조건부이긴 하지만 공정택 후보는 미국산 쇠고기의 급식 사용 금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전에 공정택 후보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취했던 여러 조치들과 비교해 본다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음은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공정택 교육감의 행보를 정리한 내용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제작하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일선 학교에 배포, 물의를 빚었던 미국산 쇠고기 홍보 만화 중 하나인 <엄마의 마음>
 농림수산식품부가 제작하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일선 학교에 배포, 물의를 빚었던 미국산 쇠고기 홍보 만화 중 하나인 <엄마의 마음>
ⓒ 농림수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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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택의 생뚱맞은 '미국산쇠고기 급식금지' 공약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홍보하는 책자, 학교에 배포]
미국산 쇠고기 논쟁이 한창이던 지난 5월 7일 농림수산식품부는 미국산 쇠고기 홍보 책자를 만들었고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울교육청을 비롯 각 시도교육감을 통해 각 학교로 배부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는 광우병 위험물질을 제거한 안전한 쇠고기만 들어온다"는 내용의 '엄마의 마음'이라는 만화를 비롯하여 "광우병 우려는 다 근거없는 헛소문"이라고 단정짓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광우병 촛불 집회 참가 학생들의 배후는 전교조?] 5월 7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소집한 시도교육감 회의에서 당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학생들의 집회 참여에 대해 "뒤에서 종용하는 세력이 있다"며 촛불집회의 배후로 전교조를 지목했다. 그 근거로 그는 "여의도에 7000~8000명이 모였는데 그 쪽이 전교조가 심한 지역"라고 말해 국민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또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가를 막기 위하여 교감과 학생부장·장학사들을 현장에 파견해 학생들의 집회 참가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광우병 우려 미국소 급식 사용 반대 현수막 금지' 공문 발송] 7월 초 전교조 교사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학교 급식에 쓰일 가능성이 높아 학생들이 최대의 피해자가 될 우려가 있다는 걱정에 '광우병 우려 미국쇠고기 학교 급식 반대' 현수막을 걸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공정택 후보가 교육감으로 있던 서울교육청은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서 이를 막았다. 각 학교들에서는 이 공문을 놓고 현수막을 걸겠다는 교사와 이를 막으려는 교장 사이에 크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렇듯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급식을 반대하는 학생들과 교사들을 가로막았던 공정택 후보가 뜬금없이 서울시교육감 선거 공약으로 '미국산 쇠고기 급식 사용 금지'를 내놓은 것이다. 이는 선거에 임박하여 표를 얻으려는 헛공약 남발이거나 평소의 소신과 다른 이중적 행태라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하다.

또 다른 공약으로 내놓은 '안전한 먹을거리 제공을 위한 친환경 농산물 시범학교 확대' 역시 비판의 소지가 많다. 친환경 우수 국산농산물 사용과 무상급식(최소 급식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급식조례제정운동이 한창일 때 서울교육감이던 공정택 후보는 아무런 입장도 없었다. 시·구의회에 이 조례안들이 상정됐을 때 학생 급식을 담당하는 교육감으로서 입장을 강력하게 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조례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전국 꼴지 직영급식·최다 식중독 발생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미국산 소고기 전면 수입개방에 따른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가 등에 대한 대책 마련 전국 16개 시·도교육감 긴급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미국산 소고기 전면 수입개방에 따른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가 등에 대한 대책 마련 전국 16개 시·도교육감 긴급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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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학교와 교육 당국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학교 급식 개선이다. 수없이 반복되어 온 학생들의 집단 식중독과 바퀴벌레 반찬 소동을 지나면서 학교 급식에 대한 사회와 학교의 책임성을 높이고자 '위탁 급식의 직영급식 전환과 친환경 우수농산물 사용'을 핵심으로 하는 학교급식법이 2006년 전면 개정됐다.

직영 비율과 식중독 사고의 비율이 반비례한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그런데 안민석 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서울교육청 산하 학교의 급식 직영 전환 비율은 전국 꼴찌이며, 동시에 식중독 발생 건수는 전국 최다 수준이다.

또 현행 학교급식법은 학교 급식에 '축산법에 의한 육질등급이 3등급 이상인 한우 및 육우' 등 국내산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절반에 가까운 49%의 학교들은 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된 바 있다. 비슷한 지역인 경기도가 4%, 인천이 9%만이 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이렇게 서울교육청의 많은 학교들이 공정택 후보가 교육감이던 시절에도 학교급식법을 어기고 있었고, 직영 전환 비율도 가장 낮았다. 최근에는 서울 국공립 중학교 교장단이 직영급식을 의무화한 현행 학교 급식법 재개정을 위한 서명을 벌여 논란이 되고 있다. 공정택 서울교육감은 그동안 최고 책임자로서 안전한 먹을거리 제공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 스스로 밝혀야 한다.

공정택 후보가 아이들의 먹을거리와 관련해 답할 문제


7월 8일 국민권익위원회(구 국가청렴위원회)는 2006년 8월, 2007년 8월, 2008년 1월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급식업체 사장과 일본 골프 여행을 함께 다녀온 전현직 8명의 학교장들을 서울교육청에 통보했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은 이들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논란이 일자 뒤늦게 감사에 나선다고 한다. 과연, 서울교육청은 이들 교장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공정택 후보가 제시한 '미국 쇠고기의 조건부 학교급식 사용 금지'와 '친환경 농산물 시범학교 확대' 선거 공약이 헛공약이 아니라 실천 의지가 있는 것이라면 공정택 후보는 다음 질문들에 먼저 답해야 하지 않을까?

- 미국산 쇠고기 급식 사용에 반대한다면, 미국산 쇠고기 홍보 책자는 왜 나누어 주셨습니까?

- 미국산 쇠고기가 불안하다고 생각한다면, 왜 학생들의 미국소 반대 외침을 막고, 전교조가 배후라고 하셨습니까? 그리고 왜 교사들의 '미국산 쇠고기 급식 반대' 현수막을 못 걸게 하는 공문을 내려보냈습니까?

- 학교급식법을 어기고 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고 있는 학교들이 전국에서 서울에 가장 많은데도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까? 학교 급식 직영 전환 비율은 전국 꼴찌이고, 식중독 사고 건수는 전국 최대라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안전한 먹을거리 실현을 위해 서울교육감 재임 중에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지 않고(또는 못하고) 있다가 선거에서 왜 '미국산쇠고기 급식금지' 공약을 내걸었습니까?

덧붙이는 글 | 김행수 기자는 서울의 현직 교사입니다. 이 기사는 민중의소리에도 송고하였습니다.



태그:#공정택, #미국소, #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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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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