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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에 의해 진입이 막힌 16일 밤의 KBS 본관 앞.
경찰에 의해 진입이 막힌 16일 밤의 KBS 본관 앞. ⓒ 송주민

 

16일 밤 9시경부터 KBS 본관 앞에서 촛불을 든 김현석 KBS기자협회장은 이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9시뉴스> 주의 조치와 관련해 "한마디로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향후 심의위에 재심 청구를 할 것이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가처분 신청 등의 법원 소송, 나아가 헌법소원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이날의 KBS 앞 촛불집회는 5대의 경찰차량과 방패를 든 전경 30여명에 의해 본관 쪽으로의 진입이 완전히 차단된 채로 진행됐다. KBS 사측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결국 서울 시청 앞 광장에 이어 이제는 KBS 본관 앞도 경찰에 의해 시민들의 접근이 원천 봉쇄됐다.

 

이 때문에 시민들과 언론단체 관계자들은 기존에 촛불을 들던 본관 앞 계단에서 밀려나 KBS 앞 인도에 걸터앉아 촛불을 켰다. 이날 집회는 전국언론노조·민주언론시민연합 등 48개 단체로 구성된 '이명박 정권 방송장악 저지행동'에서 주최했고, 언론단체 관계자를 비롯한 '촛불시민' 300여명이 행사에 동참했다.  

 

"<9시 뉴스> 주의 조치, 상식을 넘어섰다"

 

 KBS 본관 앞 계단으로의 진입이 차단되자 인도 상에 걸터앉아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촛불 시민'들.
KBS 본관 앞 계단으로의 진입이 차단되자 인도 상에 걸터앉아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촛불 시민'들. ⓒ 송주민

시민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현석 회장은 "생각보다 <9시뉴스>가 보수적이라 KBS 감사원 특별감사에 대한 보도를 많이 하지도 않았다"며 "6건 다룬 것 중에 감사원 얘기를 한 2건을 뺀다면 단 4건인데, 이 내용을 가지고 'KBS 입장만 얘기했다'고 계속 공격을 해대니 자다가도 화가 난다"고 성토했다.

 

김 회장은 "방송과 언론의 공정성은 우리 스스로가 지켜야 할 가치인데 왜 정권이 이를 심판하려 하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안 간다"며 "공정성을 가장 해치는 집단이 막강한 힘을 가진 정치·경제권력 집단이고, 우리는 여기에 휘둘리지 않도록 싸워나가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정권이 언론의 공정함을 평가하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회장은 "뉴스의 공정성은 기자가 지킬 것이니 이명박 정권과 방통위는 이제 그만 언론의 공정성 논란에서 신경을 꺼라"며 "외국 사례에도 시사나 보도 프로그램의 공정성 여부를 정부 관련 기관이 판단하는 나라는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양승동 한국PD연합회장도 "방송독립과 정책에 관련된 뉴스면 자사와 관련된 것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영국의 BBC를 살펴보면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는 자사의 입장을 밝히지 못하도록 되어 있으나 방송정책과 관련된 부분은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 회장은 "방송통신심의위의 <9시뉴스> 4건에 대한 이번 심의는 일상적인 심의가 아니라 정권 쪽의 압박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며 "현재의 심의위 회의는 여야의 6대3 구도틀 안에서 형식적인 진행에 그치고 있으며, 이런 심의를 통해 내려진 상식을 벗어난 징계에 대해서는 인정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날 촛불집회의 사회를 봐 눈길을 끈 오태훈 KBS 아나운서도 "이명박 정부에서는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이 오보를 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요미우리신문>을 직접 고소하면 되는 거 아니냐"면서 "왜 그건 하지도 않고 KBS만 뭐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농을 치며 목소리를 보탰다.

 

"방송독립 지키기 위해 죽으라면 죽겠다"

 

한편 이날 집회에 참석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우리가 능력이 부족해 한 밤에 시민들이 여의도에 모여 언론의 자유를 외치게 하는 폐를 끼치고 있다"면서 "우리는 20년 전 시민들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이명박 정권과의 언론수호 싸움에서 가장 앞에 설 것을 다짐한다"며 '촛불 시민'들 앞에서 다음과 같은 결의를 다졌다.

 

"언론인들에게 가차 없이 요구를 해주길 바란다. 인정사정 봐 줄 것 없다. 우리는 방송독립을 지키기 위해 감옥에 가라면 갈 것이고 죽으라고 하면 죽겠다. 혹시나 우리의 마음이 약해지거나 현실과 타협하겠다는 모습이 보이면 시민들께서 가차없이 채찍질을 해달라."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금 보면 언론을 가운데 놓고 정부와 국민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오늘 우리가 만들어 놓은 판은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촛불 시민' 여러분들이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를 막아내는 거대한 촛불을 만들어 달라"고 전했다.  

 

특히 김 사무처장은 KBS 노조를 향해 "'정연주 사퇴' 얘기가 나올까 봐 집회에도 나오지 않고 있는 노조의 모습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내일부터라도 시민들과 함께 공영방송을 지키는 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KBS#촛불 집회#9시 뉴스#공영방송#방송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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