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영희 노동부 장관(자료 사진).
 이영희 노동부 장관(자료 사진).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사진 찍기 좋아하는 정치인이나 얼굴 내민다. 노동부는 일부러 목소리 안 냈다."

17일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말이다. 이날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 "비정규직법 등 노동현안에서 노동부가 보이지 않는다"고 취재진이 지적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취재진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알리안츠 사태, 화물연대 파업 등 노동문제가 주요한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노동부는 자율 교섭을 강조하거나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언론의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얼굴 안 나와서 놀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최근 이영희 장관이 언론에 모습이 드러낸 건 노동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6월 29일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과격·폭력 시위를 엄정 대처하겠다"고 발표했을 때와 7월 2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안정 종합대책을 내놓았을 때 자리를 함께 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섬기는 정부를 강조했다. 노동부의 경우 노사 모두 우리가 섬겨야 할 대상"이라며 "고용지원센터 등에 가면 상당히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노사 분쟁 부분에서 직원들에게 생색내지 말라고 했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선 일부러 목소리를 안냈다. 노동부가 어떤 안을 내면 당장 비판이 나온다. 노사 주장을 충분히 듣고 있다. 얼굴 안 나와서 놀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

그의 느긋한 말과는 달리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식은 17일로 37일째를 맞이했다. 또한 16일 서울 마포대교 북단 30m 높이의 교통 CCTV탑에 오른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의 농성은 이날도 이어졌다. 이랜드 노조와 KTX 여승무원들의 천막농성도 마찬가지다.

이 장관은 "올해는 비정규직 문제와 일자리 늘리기 모두 중요하지만, 노동부가 제일 역점을 두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보다는 일자리를 늘리기"라며 "일자리 없는 노동자들은 '가릴 것 없이 일자리를 달라' '비정규직이라도 오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다"고 전했다.

김경한(가운데) 법무부장관이 6월 2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 4브리핑룸에서 "폭력시위 엄정 사법처리" 내용을 담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맨 왼쪽에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모습이 보인다.
 김경한(가운데) 법무부장관이 6월 2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 4브리핑룸에서 "폭력시위 엄정 사법처리" 내용을 담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맨 왼쪽에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모습이 보인다.
ⓒ 연합뉴스 전수영

관련사진보기


"민주노총 총파업은 불법" 재확인

한편 이 장관은 "민주노총 총파업은 정치파업으로 불법"이라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노조도 정치적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현장은 정치와 무관하게 실세 없이 움직여야 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치적인 총파업을 하도록 허용돼 있지 않다. '생산을 타격한다'고 했는데, 우리 경제의 문제를 걱정하는 노동자 대표라면 그렇게 얘기할 수 있겠나?"

하지만 '정치 파업=불법 파업' 주장은 논란거리다. 지난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법률단체 4곳은 "국제노동기구(ILO)는 중요한 사회·경제적 정책에 대해 파업을 할 수 있다'고 했다"며 "파업에 대한 탄압은 이명박 정부 구하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노총은 18일 오전 "정부가 파업을 범죄시하고 시대착오적이고 반인권적 탄압을 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파업은 임금·고용과 관련된 물가 폭등과 공공부문 사유화에 반대하고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파업"이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금속노조의 파업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쟁의권을 남용해선 안 된다. 쟁의는 더 이상 교섭이 어려울 때 해야 한다"며 "경고성 파업을 하는 것은 파업만능주의로 가는 것으로, 대단히 잘못됐고 도덕적 정당성이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파업은 산별교섭에서 비롯됐는데, 사용자가 산별로 가는 것을 동의하지 않는데 노조가 힘으로 압박을 가해 산별로 나오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우리 경제가 어려운데 산별교섭 쟁취가 시급한 과제인가?"라고 반문했다.

"노조, 경제 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고통분담? 고통전담?

이 장관은 어려운 경제상황을 강조하며 노조에 '고통분담'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임단협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무파업 노사 선언한 업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0% 증가된 1146곳"이라며 "26.7%의 교섭 진행률로 굉장히 순조롭다"고 말했다.

"노조에서는 4%대의 임금 상승을 요구하는데, 최근 물가동향을 보면 고통 분담 차원해서 그렇게 하는 것 같다. 교섭은 대체로 노조가 없는 곳이 임금교섭이 빨리 됐다. 대체로 민주노총 쪽에서는 교섭 진행률이 13% 밖에 안 된다. 파업 자제하고 경제 위기 극복에 동참한다면 그 결과가 노동자에게 돌아오지 않겠느냐."

"노동자의 희생만을 강조하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이명박 정부의 노동부는 경제부처에 휘둘리는 '기업부'나 마찬가지"라는 노동계의 우려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한 노동부 관계자는 이러한 지적에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어제 기획재정부가 고용 악화의 원인으로 비정규직법을 들기도 했는데, 잘못된 주장"이라며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이명박 정부 초기, 우리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는데, '747'이 자초돼 우리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7일 오전 경기도 과천 노동부 청사에서 이영희 노동부 장관(왼쪽)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만나 '까칠한' 대화를 나눴다.
▲ 마주 앉은 노-정 지난 3월 7일 오전 경기도 과천 노동부 청사에서 이영희 노동부 장관(왼쪽)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만나 '까칠한' 대화를 나눴다.
ⓒ <노동과 세계> 이기태

관련사진보기



태그:#이영희, #노동부, #노동부 장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