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재료와 조리과정, 맛이 표준화된 것들 즉 햄버거, 샌드위치 등 각종 인스턴트식품과 가공식품을 일컫는다. 비만은 물론 각종 질병과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우리의 농업환경과 음식문화에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하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반대된 개념으로 슬로우푸드가 있다. 토양과 기후를 중시하면서 자연의 방식대로 생산된 먹을거리를 지칭한다.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그리고 젓갈류와 김치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제 계절에 난 과일도 슬로우푸드로 분리된다.
슬로우푸드 가운데 하나인 복숭아가 요즘 제철을 맞았다. 복숭아는 피부미용과 간기능 강화, 변비와 대장암 예방, 위장기능 개선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를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한방에서는 생약으로 취급한다.
복숭아 재배단지로 널리 알려진 전라남도 순천시 월등면에서 2㏊(6000평)에 복숭아를 재배·생산하고 있는 이희탁(56)씨. 불볕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복숭아는 저장성이 약해서 사철 맛볼 수 없는 과일입니다. 대표적인 제철 과일이죠. 슬로우푸드라고 봐야죠."업자가 예냉시설을 갖춰 생 복숭아를 수입을 하더라도 검역과정 등을 따지면 이문이 남지 않는 장사라는 게 그의 얘기다.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값 싼 여러 가지 과일들이 밀려들고 있지만 고품질 과일을 생산하면 수입산과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게 그의 확신이다.
이씨는 고품질 복숭아 생산을 위해 수종 갱신을 했다. IMF 외환위기 때 했으니 벌써 10년 전이다. 한 그루에서 복숭아 120㎏을 딸 정도로 나무와 과실이 튼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철 따라 가지치기, 비료주기, 순치기, 봉지 씌우기에도 온갖 정성을 다 쏟았다.
재배기술 교육과 세미나도 빠지지 않고 찾아 다녔다. 농업기술센터 전문지도사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그러고도 궁금한 것은 전문서적을 뒤적이는 열정을 발휘했다.
그의 프로의식은 선별과정에서도 확인된다. 상품가치가 약하다고 판단된 것은 과감히 폐기 처분한다. 지금도 많은 소비자들이 믿고 찾아 중·만생종이 본격 출하될 때엔 날마다 2㎏짜리 50상자 이상이 나갈 정도로 현지에서 대부분 팔리는 것도 그동안 신뢰를 탄탄히 다진 덕분이다.
예전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아직도 복숭아는 노력한 만큼 소득을 보장해 주는 작물에 속하는 것도 영농의욕을 북돋운다. 이씨는 "상대적으로 복숭아는 땀에 비례해 결실과 소득을 가져다주고 있는 편"이라면서 "양심을 속이지 않고 작물에 남다른 애정을 쏟는다면 안정된 소득도 자연스럽게 보장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문유산, 바랑산, 병풍산이 감싸고 있는 순천시 월등면은 지대가 높아 밤낮의 기온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다. 경사지가 많아 배수관리가 좋고 토질도 약산성이어서 복숭아 재배의 적지다.
월등면 전체 인구의 3분의 1인 300여 농가가 복숭아를 재배하는 복숭아 주산지이기도 하다. 농가의 재배기술도 탁월해 과육이 연하고 향과 당도가 높은 고품질 복숭아를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8월 2일과 3일 이틀 동안 제6회 복숭아 체험 행사를 연다. 복숭아 수확은 물론 복숭아 깎기, 당도 알아 맞추기, 가공식품 제조체험 등을 해볼 수 있다. 초대가수 공연, 노래자랑, 풍물공연 등 볼거리도 준비된다. 복숭아도 싸게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