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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천국' 대한민국의 전체 사교육비 절반이 영어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대통령인수위원회에서 '어륀지 파동'을 일으켰을 때 영어몰입교육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사교육비 증가 우려였다. 즉, 영어는 대학 입시, 특목고와 더불어 초중고등학생 사교육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본격화된 가운데 공정택 후보는 사교육비 경감을 공약으로 내걸고 서울 시내 곳곳에 "사교육비를 줄이겠습니다", "아이들만 생각하겠습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러나 곳곳에서 그의 사교육비 경감 공약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정택 여동생 총장은 한달 150만원짜리 '영어몰입캠프' 운영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4주(정확하게는 20일) 참가비가 무려 148만원이라는 모집요강이 보인다. 공정택 후보가 이 대학 총장이었고 지금은 그의 여동생이 총장, 매부가 이사장이다.
▲ 남서울대학 홈페이지의 영어몰입교육캠프 공고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4주(정확하게는 20일) 참가비가 무려 148만원이라는 모집요강이 보인다. 공정택 후보가 이 대학 총장이었고 지금은 그의 여동생이 총장, 매부가 이사장이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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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공정택 후보는 기독교 사학인 남서울대학 총장 출신이다. 지금은 그의 뒤를 이어서 여동생이 총장을 하고 있고 그의 남편, 즉 공 후보의 매부는 이 학교법인의 이사장이다.

그런데 여동생이 총장인 이 대학 홈페이지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몰입교육 캠프를 운영중이다. 이 영어몰입교육 캠프의 한 달 참가비, 정확하게는 20일 참가비가 무려 148만원으로 하루에 7만원이 넘는다. 이는 중학생으로 치면 한 달 참가비가 3년 동안 학교에 내는 학교운영비 총액보다 훨씬 많고, 고등학생 등록금으로 치더라도 무려 열 달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오빠인 공 교육감 후보는 사교육비 경감을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여동생인 총장은 사교육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는 영어몰입교육 캠프를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여동생이 영어몰입교육 캠프를 운영하고 있는데 오빠의 사교육비 경감 공약의 진심성 여부가 의심받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택 후보의 선거본부장과 매부는 사설 입시학원장

언뜻 보기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또 있다. 지난 선거에 이어 공교육을 정상화시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하는 교육감 후보를, 사교육비로 먹고 사는 학원장들이 지지하고 있다는 모순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모순을 푸는 비밀의 열쇠를 짐작할 수 있는 진실이 밝혀졌다.

사교육비 경감 공약을 내건 공 후보의 선거 총괄본부장이 사설 입시학원 원장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본부장은 김포외고의 입시 문제 유출로 물의를 일으킨 J학원을 운영하는 사설 입시학원장이며, 학원연합회 부의장을 역임한 인물로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도 학원 관계자들의 공정택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오마이뉴스> 7월 11일자 '공정택 후보 선거총책이 특목고 입시학원장')

또 하나 기독교 사학인 남서울대학의 총장을 하고 있는 공정택 후보의 여동생 남편 역시 남서울대 이사장인 동시에 서울 신설동의 사설학원인 S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공교육 기관의 수장이 사교육 시장의 수장을 동시에 맡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이 사설 입시 학원 원장들이 공정택 교육감 후보를 지지한다는 소문의 진실을 밝혀주는 열쇠인 것이다.

해마다 500개씩 늘어나는 학원, 1분기 학원비 상승율 15.7% 사상 최대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정택 교육감 취임 이후 서울에만 2005년에 600여개, 2006년에 500여개의 사설 입시 학원이 새로 생겼다. 이후에도 학원의 숫자는 계속 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지난 5월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지수 동향에 따르면 도시가구의 월평균 학원 및 개인 교습비 지출은 16만465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7% 늘어났다. 이는 지난 2003년 1분기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5년 만에 52.3%나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학원수와 학원비 지출에 대해서 공정택 교육감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재임기간중에 늘어난 사교육비를 다시 교육감이 되면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에 신뢰성이 안 간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공교육 대표 후보와 사교육 대변자 사이에서

공정택 후보가 교육감 재임 시절 사설학원의 심야 영업 시간을 연장하는 조례 개정을 계속적으로 시도하였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그리고 사교육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히는 특수목적고와 자립형 사립고의 확대를 추진하는 것도 모자라 초등학생까지 입시 경쟁의 지옥으로 몰고 갈 국제중학교 설립을 집요하게 추진하였고, 이번에 다시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것 역시 분명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공약으로 사교육비 경감을 이야기한다.

이쯤 되면 공정택 후보가 공교육을 대표하는 교육감 후보인지 사교육의 대변자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사교육비 감소를 공약으로 이야기하지만 그의 재임 4년 기간 동안 계속해서 사설학원은 지속적으로 늘었고, 학원비 역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사실 그의 공약 대부분이 사교육비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공정택 후보에게 사교육비를 경감을 기대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지켜주길 바라는 것과 같다는 비판에 대해 공정택 후보는 답해야 할 것이다. 과연 그가 교육감에 재선되면 사교육비가 줄어들 수가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중의소리에도 송고하였습니다.



태그:#공정택, #영어몰입교육, #사교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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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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