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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주총에서 사측에서 동원한 용역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YTN노조 조합원들. 가운데가 박경석 지부장.
 지난 14일 주총에서 사측에서 동원한 용역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YTN노조 조합원들. 가운데가 박경석 지부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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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노동조합의 박경석 지부장. 그는 지난 17일 임시 주주총회 현장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김재윤 주총의장의 "구본홍 사장 선임 건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란 목소리가 터져 나온 순간, 박 지부장은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흘렸다. 

단 수십 초만에 낙하산 사장이 '보도전문채널' YTN에 안착한 순간이었다. 용역 직원들에게 가로막혀 무기력한 표정으로 '날치기 진행'을 지켜보던 조합원들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박 지부장도 분을 참지 못한 많은 조합원 중 하나였다.

하지만 박 지부장은 이내 다시 '투쟁의 머리띠'를 동여맸다. 지난 두달여 동안 계속해 온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싸움을 여기서 끝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박 지부장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분노는 하지만 결코 좌절은 하지 말자"고 말하며 다시 조합원들 앞에 섰다. 그리고는 곧바로 조합원들을 모아 '낙하산 출근 저지'를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주총 후 사내 분위기 격앙... "반드시 이겨야한다"

주총 후에도 YTN 구성원들의 '구본홍 반대'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YTN 내부는 날이 갈수록 분노가 더 쌓여가는 분위기다. 출근저지투쟁이 이뤄진 첫날인 18일, 조합원들은 본사 사장실 앞에 나무합판을 들고 왔다. 그러고는 망치를 들고 ×자 모양으로 대못질을 했다. 사장실로 들어가는 문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박경석 지부장은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총 후 사내 분위기는 많이 격앙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내 구성원들이 사측에 느끼는 상실감과 배신감은 외부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크다"며 "구본홍씨가 설령 사장으로 들어온다 하더라도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상옥 경영기획실장 등 '낙하산'을 방조하고 있는 회사 간부진에 대한 불만도 폭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18일 오전 경영기획실과 보도국장실을 항의 방문하여 "용역 동원과 날치기 주총을 책임지라"고 외치며 10여 분간 시위를 이어갔다.

박 지부장은 "(회사 간부들이) 주총 과정에서 형식적인 중립이라도 지켰으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라며 "조합원들은 사실상 낙하산을 방조한 보도국장 등을 더 이상 선배로서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뜻에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또 "향후 강한 출근저지투쟁을 중심으로 낙하산 저지에 임할 것"이라며 "반드시 이겨야 하고, 이길 것이라고 믿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박 지부장과 나눈 일문일답 요약이다. 

YTN 본사 사장실에 '구본홍 출입금지'란 문구와 함께 나무 합판으로 대못 질을 해 놓은 노조 조합원들.
 YTN 본사 사장실에 '구본홍 출입금지'란 문구와 함께 나무 합판으로 대못 질을 해 놓은 노조 조합원들.
ⓒ 연합뉴스 김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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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주총회가 '날치기 통과'되자 현장에서 눈물을 보였다.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정말 기분이 안 좋았다. 주주총회가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불법적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너무 분개했다. 동시에 용역 직원들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본 선후배들, 이 상황이 참 암담하지 않은가? 우리가 왜 이렇게 됐는지 슬프기만 하다."

- 앞으로 주총 결과에 대한 대응은?
"우리는 주총이 본질적으로 정당하지 않을뿐더러 절차상으로도 편법적으로 자행됐다고 본다. 정당한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려는 조합원들을 고의로 회의 장소에 들어가기도 전에 막아섰다. 주총장에 들어간 후에도 반대 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용역을 동원해 단상을 원천봉쇄한 채 폭력적으로 주주를 막는 행태는 정상적인 주총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반드시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다. 오늘부터 변호사를 만나서 법률적인 검토를 시작하고 있다."

"사장 된다 해도 정상적 활동 할 수 없는 상황"

- 주총과 출근저지투쟁 첫날 이후 사내 분위기는 어떤가.
"많이 격앙돼 있다. 사측에 대한 상실감과 배신감이 외부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크다. 구본홍씨가 설령 사장으로 들어온다 하더라도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상적인 조직 활동과 사내 화합을 위한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 첫날 투쟁에서 사장실 문에다가 대못질을 했는데, 이것의 의미는?
"건물 밖에서 출근저지하는 것은 구본홍씨를 YTN건물에 단 한발 짝도 못 들여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리고 사장실 문에 대못질한 것은 우리 조합원들의 결의를 드러내는 마음의 표시다. 구씨가 몰래 사장실까지 들어가서 나무판자를 뜯을 수는 있겠지만 우리의 생각과 목소리는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 경영기획실장과 보도국장 등 회사 간부진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도 큰 것 같다.
"사측이 주총 현장에서 용역을 동원해 내부 구성원들의 권리를 막았다. 그리고 이것을 준비한 경영기획실 간부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또한, 보도국장은 보도의 공정성을 지켜야 할 마지막 버팀목이다. 그런 국장이 공정방송을 위해 투쟁하는 사원들에게 보도가 중요하니 정해진 일정과 현장을 지키라는 지시를 했다.

또한, (회사 측이) 보도국 간부들을 주총장에 들여보내는 것을 (보도국장이) 방조한 것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도 상상이상으로 크다. 형식적인 중립이라도 지켰으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조합원들은 더 이상 보도국장을 선배로서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뜻에서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구본홍 사장이 사내 게시판에 '사원들에게 보내는 글'등을 올리며 사실상 사장 취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글을 본 소감은?
"제발 그냥 밀어 넣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을 보면 온통 회사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런 글이 오히려 더 분노를 일으킨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구본홍씨가 말하듯 이런저런 방법으로 회사가 좀 더 크게 발전해야 한다는 내용이 아니다. 이런 식의 글 대신 언론계 선배로서 스스로 후배를 위해 사퇴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글을 본 조합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다.

또한 구씨는 주총 연기가 유감이며 노조를 보고 이성적인 행동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조합원들 보고 이런 말을 하기에 앞서 구씨 측에서 먼저 '미안하다, 생각해보니 이게 아니다'라는 사과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과연 주총 진행 시 사측의 행위가 이성적이었나?"

"출근저지투쟁 중심... 반드시 이길 것!"

YTN 노조 사무실 앞에 붙여 놓은 '낙하산 사장 선임 반대'를 표하는 문구.
 YTN 노조 사무실 앞에 붙여 놓은 '낙하산 사장 선임 반대'를 표하는 문구.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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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원들과 함께 용역 직원을 몸으로 막은 '촛불 시민'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면?
"많은 분이 오랜 시간 동안 직접 우리를 찾아 주시고, 이 외에도 전화나 문자메시지 통해 많은 격려를 보내주고 있다. 또한, 많은 국민이 어떤 식으로 주총이 통과되는지 언론보도를 통해 생생히 봤다. 우리 조합원들과 함께 분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조합원들이 정말 사활을 걸고 열심히 싸우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많은 격려를 부탁드린다."

- 향후 투쟁 계획은?
"큰 틀에서는 출근저지투쟁을 계속해서 강하게 이어갈 생각이다. 또한, 날치기 주주총회 결과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묻는 작업도 병행할 것이다. 그리고 각 투쟁의 단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물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 나갈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인다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리고 이길 것이라고 믿는다."


태그:#박경석, #YTN, #공정방송, #구본홍, #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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