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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최근 수원시의 올해 1차 추경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예산낭비와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전액 삭감한 일부 사업예산을 모두 부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수원시의회(의장 홍기헌)는 지난 18일 256회 1차 정례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수원시가 제출한 올해 1회 추경예산안을 비롯한 조례 개정안 등을 처리했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에서는 수원시 인계동 '경기도 문화의 전당' 앞 경관육교 설치 관련 예산 2억3700만원과 광교공무원수련원 인조잔디구장 조성 등 체육시설비 15억4600만원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찬반토론과 표결 끝에 통과되는 진통을 겪었다.

 

김용서 수원시장의 숙원사업인 이들 사업예산은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예산 낭비와 환경 문제 등으로 전액 삭감됐으나 예결특위에서 부활됐다. 의회 안팎에서는 예결특위의 한나라당 시의원들에게 같은 당 소속인 김 시장이 '특명'을 내렸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여기에 한나라당 소속 의원조차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데다, 시민단체들도 예결특위의 '문제예산' 부활 조치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문화의 전당~야외음악당 40m에 45억짜리 호화 경관육교 추진

 

그렇다면 이들 사업은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경관육교를 보자. 수원시는 모두 45억여원을 들여 경기도 문화의 전당~수원시 야외음악당 40여m 구간에 경관육교를 설치키로 하고, 1차로 실시설계 및 현상공모 비용 2억3700만원을 추경예산에 편성했다.

 

수원시는 제안 설명에서 "조경과 녹지공간이 잘 어우러진 두 문화공연장의 미적 감각을 살리고, 수원 중심지역의 상징성을 높이기 위해 경관육교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간 조명시설이 함께 설치되는 이 경관육교는 산술적으로 따지면 1m에 1억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는 등 사실상 초호화 시설물이다. 이 때문에 수원시의회 도시건설위(위원장 김효수)는 지난 7일과 8일 추경예산안 예비심사에서 이를 문제 삼았다.

 

도시건설위는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경관육교는 시급한 현안도 아닌 데다, 설치 목적이 시민들의 편의보다 전시용 성격이 강해 막대한 예산이 낭비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소속 의원 9명 만장일치로 예산 전액을 삭감해 예결특위로 넘겼다.

 

더욱이 경관육교 설치 사업은 중기지방재정계획에도 없던 것으로 드러나 수원시가 즉흥적이고 무계획적인 전시성 사업에 혈세를 낭비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행 지방재정법은 예산편성의 계획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5년 단위의 중기지방재정계획을 수립토록 하고 있다. 또 신규 사업의 경우 투융자 심사를 거쳐 예산의 낭비적 요소를 차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에 인조잔디구장 등 체육시설, 환경-법적 문제 발생 

 

수원시 하광교동에 있는 광교공무원수련원의 인조잔디구장 조성 등 체육시설설치 사업도 문제다. 수원시는 지역주민 편익을 위해 인조잔디운동장과 부대시설을 갖추겠다며 15억4600만원을 추경예산에 편성해 수원시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체육시설을 설치할 경우 환경오염 문제와 환경부 승인 등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명칭은 공무원수련원으로 불리고 있으나 실제로 공무원과 지역주민 이용은 거의 없고, 수원시여자축구단 합숙소와 연습장, 일부 관변단체 등의 행사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곳은 공공시설이 아니라 특정인들을 위한 공간인 셈이다.

 

이에 따라 수원시의회 총무개발위원회(위원장 염상훈)는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공공성이 떨어지고, 환경 오염과 법적인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도 예결특위는 지난 16일 예산심사에서 이들 사업예산을 전액 되살렸다. 이를 두고 시의회 안팎에서는 예결특위의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같은 당 김용서 시장의 '특명'을 받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예결특위에 참여했던 한 시의원의 '의정일기'는 예결특위의 문제예산 부활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김 시장의 '입김'에 의해 이뤄졌음을 암시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자질 논란이 예상된다.

 

이 시의원은 예산부활이 있었던 지난 16일 자신의 카페에 올린 '처음 쓰는 의정 일기'를 통해 "오늘 아침 시장의 숙원사업이라 시장 오더가 떨어졌다고 수군수군… 시장 역시 한나라당, 그들은 주민들의 편이 아니라 시장의 의중에 훨씬 신경을 쓴다"고 적었다.

 

이어 "일부 한나라 의원들은 도심 흉물이 될 것이 확실한 육교 건설에 회의적이고, 광교산수련원은 생태환경에 맞는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돼야 맞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그들은 무기명 비밀투표를 원하면서 시장의 의중대로 조종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썼다.

 

수원시의회에 따르면 이번 수원시 추경예산안 심사를 위해 구성된 예결특위의 위원은 모두 12명. 이들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7명, 민주당 소속 의원이 5명이다. 예결특위는 상임위에서 삭감된 이들 사업예산 부활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서자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해 찬성 7명, 반대 5명으로 삭감된 예산을 부활시켰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소속 의원 수대로 투표결과가 나온 것으로 미뤄 한나라당 의원들은 찬성표를, 민주당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예결특위에서 부활된 예산안은 본회의로 넘겨졌다. 그러나 18일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일부 의원들이 문제의 사업 예산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찬반토론이 벌어졌으며, 결국 표결 끝에 재석의원 25명 가운데 찬성 14명, 반대 10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됐다.

 

"경관육교 전시용-인조잔디구장 환경피해"..."수원상징물-환경공법 문제없어"

 

이날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에 나섰던 민주노동당 소속 윤경선 의원은 "경관육교는 시급성도, 필요성도 없는 전시용 시설물에 불과하다"면서 "가뜩이나 예산 부족으로 시급한 현안들이 뒤로 밀리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사업 추진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김명욱 의원은 "상수원보호구역은 각종 개발행위가 제한돼 있어 체육시설을 설치하려면 환경성 평가와 함께 환경부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서 "그러나 수원시는 이를 주민 편익시설로 위장해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원시가 5000㎡ 이상 체육시설은 환경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법적인 문제를 피하기 위해 시설면적을 5000㎡ 미만으로 줄이는 등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의원은 "생태보존이 잘 된 지역에 인조 잔디 등 인공시설물을 설치하면 비점오염원과 이용객들에 의해 환경피해가 발생하고, 또한 운동장을 씻겨 내려간 빗물을 차집관거로 빼버리면 수원천으로 흘러가는 물이 줄어들어 건천화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찬성토론에 나섰던 한나라당 소속 최중성 의원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문화의 전당과 야외음악당을 연결하는 경관육교 사업은 시민들의 횡단보도 통행 불편을 덜어주고, 수원의 대표적인 상징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광교수련원 인조잔디구장 조성과 관련해 "운동장이 맨땅이라 비만 오면 질퍽거리고, 맑은 날은 먼지가 날려 이곳을 이용하는 수원시여자축구단이나 단체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인조잔디구장은 친환경 공법으로 시공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에서 환경오염 문제를 걱정하는데, 수질오염물은 하천변에 별도로 매설돼 있는 차집관거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면 된다"고 일축했다.

 

수원시의회 도시건설위원장 "경관육교, 쓸모없는 조형물" 비판 

 

그러나 이들 사업추진에 대한 논란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의원들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여기에 시민단체들도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관육교 설치에 반대하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김효수 도시건설위원장은 "경관육교는 주민편의 시설이 아니라 아무 쓸모없는 조형물 하나를 세우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문화의 전당 네거리 교통체계 여건을 볼 때도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예결특위에 대한 불쾌감도 드러냈다. 그는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춘 상임위원들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만장일치로 삭감한 예산을 예결특위가 사전에 한 마디도 없이 살렸다"며 "시급한 현안 사업들을 제쳐두고 이럴 수 있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이번에 통과된 경관육교 관련 예산은 불용처리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수원시의 본 공사비 예산 승인을 보이콧하겠다는 뜻이어서 주목된다.

 

시민단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수원경실련·수원여성회·수원환경운동연합 등 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수원참여예산연대(예산연대)는 예결특위의 예산부활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수원시와 수원시의회 예결특위를 싸잡아 비판했다.

 

시민단체들 "수원시 로비창구 예결특위, 존재 이유 고민하라"

 

예산연대는 성명에서 "경관육교 건설은 오히려 도심 경관을 해치는 시대 역행 정책"이라며 "더욱이 고유가, 고물가 시대에 온 나라가 에너지절감에 나서고 있는 현실에서 수원시는 전시행정에 눈이 멀어 정책의 우선순위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산연대는 또 "상임위에서 심사를 통해 삭감한 예산을 예결특위에서 부활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면서 "동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방해하고 수원시 로비창구 역할을 수행한 예결특위는 계속 존재할 이유가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하라"고 쏘아붙였다.

 

김미정 수원경실련 사무국장는 "예결특위는 수원시장의 권유로 문제의 사업 예산들을 부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2006년에도 비슷한 사례로 광교공원주차장 증설예산이 세워져 광교산 경관을 해치는 흉물스런 주차건물이 지어졌는데, 집행부를 견제해야 될 시의회가 또다시 과거의 잘못된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예결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한나라당 소속 이종필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예결특위 예산심사 과정에서 집행부 쪽의 설명을 듣고 필요성이 인정돼 표결에 부쳐 부활 처리한 것"이라며 "시장의 오더가 떨어졌다는 얘기는 맞지 않다"고 부인했다.

 

또 박래헌 수원시장 비서실장은 "집행부가 사업예산을 세워 의회에 승인을 요청할 때는 당연히 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면서 "의원들끼리 견해 차이가 크다 보니 찬반논쟁 끝에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런 말들(시장 오더)이 나온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8대 수원시의회는 전체 의원 정수 36명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이 25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민주당 9명, 민주노동당 1명, 무소속 1명이다.

 

후반기 원구성을 보면 한나라당 소속 홍기현 의장(비례대표)이 전반기 이어 후반기에도 재선됐으며, 부의장은 민주당 소속 오상운 의원이 맡고 있다. 그러나 5개 상임위원장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태그:#수원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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