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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산에서 내려다본 풍경. 백야대교를 지나 고돌산반도로 이어진다.
 백호산에서 내려다본 풍경. 백야대교를 지나 고돌산반도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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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도 가는 길

더운 여름철 섬 산행을 떠날까 계획했었는데 태풍 '갈매기'가 올라온단다. 하늘은 맑지만 선뜻 배를 탈 자신이 없다. 언제 변할지 모를 바다 날씨에 모험을 하기는 싫다. 그래서 연륙이 되어 있는 섬. 백야도로 향했다.

여수시(麗水市) 화정면(華井面)에 속하는 백야도(白也島)는 면적 3.08㎢로 작은 섬이다. 백야도는 섬의 주봉 정상의 바위들이 하얀 색을 띠어 '희섬'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섬 이름을 하얀(白) 이끼(也)로 표현한 것이 너무나 아름답다.

백야도 가는 28번 시내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들어간다. 잠깐 소나기가 내린다. 불안하다. 우산도 준비하고 비 옷도 챙겼지만 산행 중 비를 만난다면 기분은 별로다. 여수 시내에서 50분 정도 달리니, 2005년 개통된 백야대교를 지나 등산로 입구에 내려 준다.

하얀 삼나무가 시원스럽게 서있다.
▲ 백호산 등산로 입구 하얀 삼나무가 시원스럽게 서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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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겁게 올라 좋은 경치를 주는 산

백호산(白虎山, 286m)은 하얀 바위의 모습이 표효하는 호랑이를 닮았다고 한다. 등산로 입구에는 삼나무가 모진 해풍에 고생을 많이 했는지 하얀 모습으로 서 있다. 삼나무 숲의 규모는 얼마 안 되지만 숲길은 상쾌하게 시작된다. 산이 낮아선지 숲은 단순한 구성으로 되어있다. 야산에 많은 오리나무와 소나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바다를 그리워 하는 지 고개를 들고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하다.
▲ 거북바위 바다를 그리워 하는 지 고개를 들고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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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정도 올라가니 거북이 모양의 바위 뒤로 파란 바다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 위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열심히 달려가는 고깃배. 아름다운 풍경이다. 섬 산행의 묘미는 바로 이런 것. 산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평온하게만 보이며, 마음이 넓어지게 한다.

오늘은 혼자 산에 올랐다. 혼자서 산을 올라가면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도 났다가, 어떤 때는 아무생각 없이 걸어가기도 한다. 가끔 안 좋은 생각이 날 때면 나도 모르게 속도가 빨라지기도 한다. 혼자 큰 소리로 말을 하기도 하고, 노래가 생각나면 흥얼거리기도 한다.

다시 10여분 더 오르니 작은 돌담을 만난다. 평평한 곳에 원형으로 쌓은 돌담은 백야산성이 있던 자리이며, 예전에는 봉수대와 말을 사육하던 목장이 있었다고 한다. 산성은 오랜 세월 동안 키가 작아져 겨우 경계만 짓고 있다. 바로 위로 하늘이 보이고, 올라서니 백호산 1봉(281m)이다. 30분 만에 올라서니 조금 싱겁기는 하지만 경치가 좋다.

섬이 구름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 그 풍경이 꿈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다.
▲ 구름에 쌓인 바다 섬이 구름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 그 풍경이 꿈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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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쨍하니 높고 바다는 구름이 흘러다닌다.
▲ 바위와 어울린 바다 하늘은 쨍하니 높고 바다는 구름이 흘러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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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영향인지 쨍한 하늘에 구름이 바다를 흘러 다닌다. 섬들이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곤 한다. 꿈 속 같은 풍경이다. 바다에서는 어디로 가는지 모를 뱃고동 소리가 들린다. 뱃고동 소리는 마음이 울렁거리게 한다. 바다로 나가자는 재촉의 소리.

표지석이 삐딱한게 주변 경치와 더 어울린다.
▲ 백호산 정상 표지석이 삐딱한게 주변 경치와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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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분 더 가니 2봉(286m)이다. 새로 세운 표지보다 예전에 세워 논 삐딱한 표지석이 더 마음을 사로잡는다. 표지석 뒤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백야도 등대가 보인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광고에 나오는 한 장면 같은 풍경이다. 자귀나무꽃과 어울린 바다도 한폭의 그림이다.

섬과 어울린 구불거리는 길이 인상적이다.
▲ 백야도 등대 가는 길 섬과 어울린 구불거리는 길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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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 바다와 어울린 자귀나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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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산은 세 개의 봉우리로 되어 있는데 3봉은 오르지 못하게 막혔다. 사유지라 들어갈 수 없다는 안내판과 함께 철조망으로 길을 막았다. 철조망을 따라 돌아가게 되어 있다. 조금 아쉽다. 내려오는 길은 적당히 햇살을 받아주는 아늑한 숲길이다.

몽돌밭의 오케스트라

노란 나비가 팔랑거리며 날아다닌다. 봄은 간 지 오랜데 다시 봄 생각이 난다. 산비탈에 술 패랭이가 분홍색으로 산발한 채 몸매자랑을 하고 있다. 바다가 큰 소리로 울어댄다. 태풍의 영향인지 바다는 하얀 속살을 내보이며 해안가에 부서진다.

숲속에서 기다랗게 목을 빼고서 밝게 웃고 있다.
▲ 술패랭이 숲속에서 기다랗게 목을 빼고서 밝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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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큰 소리를 내면서 하얗게 부서진다.
▲ 몽돌해변 파도가 큰 소리를 내면서 하얗게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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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정도 내려왔다. 힘차게 부서지는 파도를 느껴보고 싶어 바닷가 몽돌밭으로 갔다. 몽돌밭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고 있다. 파도와 몽돌의 부대낌으로 표현하는 소리. 크르릉~~. 힘차게 부서지는 파도와 그 파도에 피부를 갈아대는 몽돌의 웅장한 환상곡.

몽돌밭에 앉아 가져간 과자로 점심을 먹었다. 벼들이 푸릇푸릇 커가는 논길을 따라서 큰 도로로 나왔다. 버스가 올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서서히 도로를 따라 걸었다. 다시 백야대교를 건넜다. 아치형 다리 밑으로 걸아가는 길은 애벌레 뱃속 같은 느낌이다. 도로를 따라 걸어가니 버스가 들어간다. 돌산개마을까지 걸었다가 버스를 탔다.

몽돌해변에 밀려오는 파도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 파도 몽돌해변에 밀려오는 파도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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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산행은 넉넉잡아 2시간. 백야도에는 아름다운 등대도 있으며, 등대 아래 바닷물을 만질 수 있습니다.
섬을 나가면 10분 거리에 장등해수욕장도 있습니다.



태그:#백야도, #백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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