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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깎고 가사 장삼을 입은, 그것도 스리랑카에서 온 스님이 우리나라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아가담마(Aggadhamma) 스님. 스리랑카 마하마힌다 국제불교회 한국지부 대구 스리랑카 사원 주지인 그는 1년 가까이 '함께하는 세상' 부설 대구이주노동자지원상담센터 지도법사로 일하고 있다.

 

아가담마 스님은 스리랑카와 한국 간에 불교 교류를 위해 20일 경남 함안 마애사(주지 무진)를 찾았는데,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애사는 스리랑카를 비롯한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문화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1992년 한국불교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입국했던 그는 우리나라 대학에서 운영하는 어학원 등에서 공부했다. 지금은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한다. 이주노동자 지원상담 활동은 1년 전부터 시작했다. 주로 스리랑카와 중국, 네팔, 인도네시아, 필리핀 출신 노동자들을 돕고 있다.

 

그는 상담센터를 찾아오는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도 하고, 사업체를 찾아 상담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그는 사업장에서 이주 노동자와 관련된 갈등은 주로 언어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공장에서 이주노동자와 관련해서 일어나는 일들이 많다. 거의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이 한국말을 잘 몰라서 발생하는 문제다. 한국정부나 자치단체, 기업체들도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잘해주는 측면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갖가지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국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빨리빨리 하는 성격이 있고, 일도 잘한다. 이주 노동자들도 일을 열심히 하고 싶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잘 안 되는 것이다. 한국에 오기 전 2주 정도 교육을 받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한국에서 몇 달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잘 된다."

 

아가담마 스님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온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며 "돈을 벌려면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장이나 직원들이 이주노동자들의 그런 특징을 잘 알고 대해 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노동자들이 불법 체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그는 보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온 사람들이기에 체류기한이 지나더라도 1~2년 정도는 더 있고 싶어 한다. 그리고 대부분 임금을 받지 못해서 불법체류를 하는 사례가 많다. 공장이 부도가 나서 문을 닫았거나 사장이 도망을 가기도 한다. 5~6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으면서, 상담센터를 찾아 어려움을 털어놓으면서 도와달라고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체류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귀국하라고 하면, 체불된 임금은 영원히 받지 못한다. 국가적으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물론 보험으로 해결하는 길이 열려 있지만, 서류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불법체류자 신분이다 보니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한국의 관련 기관에도 찾아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는 "대구의 한 섬유공장에 다녔던 이주노동자들이 6개월 정도 월급을 받지 못한 적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대개 사장이나 직원들은 이전보다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 이주노동자들을 잘 대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가담마 스님은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갔다가 브로커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은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번은 상담하러 온 이주노동자가 비자를 연장해야 한다고 해서 같이 어느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간 적이 있다"면서 "그런데 사무소 직원이 브로커 아니냐고 하는 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 노동자와 관련되어 브로커를 없애기 위해서도 상담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해서도 그는 한마디 했다.

 

"스리랑카와 한국의 문화가 다르다. 스리랑카는 결혼하면 죽을 때까지 같이 산다. 이혼이 별로 없다. 스리랑카와 한국 사람간의 결혼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사회도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으며, 거기에 맞는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 세대뿐만 아니라 아이들 세대에도 스리랑카 사람들이 한국을 계속 이야기하고, 한국사람과 살고 싶어 하기를 바란다."


태그:#아가담마, #이주노동자, #스리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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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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