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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팽목항에서 하조도 어류포항까지는 30분 정도 걸립니다.
▲ 진도 팽목항과 하조도 어류포항을 오가는 여객선 진도 팽목항에서 하조도 어류포항까지는 30분 정도 걸립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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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도와 하조도로 나뉘어진 조도는 유인도와 무인도를 합쳐 154개의 섬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잔잔한 호수 위에 새떼가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러고 보니 상조도와 하조도는 수많은 새들의 엄마새, 아빠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진도 팽목항에서 출발하면 30분 정도 걸려 하조도의 어류포항에 이릅니다. 어류포항에 도착하면 왼쪽으로 상조도와 하조도를 잇는 조도대교가 바다 위에 두둥실 떠있고, 멀리 다도해의 장관을 볼 수 있는 도리산 전망대가 보입니다.

한국의 휴양섬 30에 선정된 상하조도에서는 신전해수욕장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 여유로움이 가득한 하조도 신전해수욕장 한국의 휴양섬 30에 선정된 상하조도에서는 신전해수욕장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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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해수욕장은 하조도의 남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하조도의 남쪽 끝지점으로 차로는 더이상 갈 수 없습니다. 신전해수욕장은 하조도의 유일한 해수욕장으로 관매도가 바라다 보이고, 날씨가 좋을때는 제주도도 보인다고 합니다.

신전해수욕장은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작은 해변입니다. 해변에 가까이 청등도와 죽항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고, 해무는 늦은 오후까지도 섬들을 질끈 동여매고 있습니다. 개장한 지 얼마 안된 고요한 해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넉넉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특별한 편의시설은 없지만, 그래서 더욱 휴식같은 시간을 즐기기에 좋은 곳입니다.

신전해수욕장에는 유일하게 매점이 하나 있습니다. 한철 장사를 위해 광주에서 내려오신 분이 머물러 있습니다. 간단한 먹거리를 살 수는 있지만, 숙식을 위한 먹거리는 미리 준비해와야 할 듯 합니다. 계속된 빠듯한 여정 속에 토종닭을 한마리 시켜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동통한 속살에 쫄깃쫄깃한 맛이 그만입니다. 해변을 바라보며 들이키는 맥주 한모금의 짜릿함이란...

호수처럼 잔잔하고, 얕은 바닷가는 남녀노소가 즐기기 좋은 해변입니다.
▲ 신전해수욕장에서 해수욕 즐기는 가족들 호수처럼 잔잔하고, 얕은 바닷가는 남녀노소가 즐기기 좋은 해변입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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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해변의 풍경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주기에 충분합니다. 모래사장에서 공놀이하는 사람들의 몸짓도 보이고,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해변을 산책하거나 아이를 안고 해수욕을 즐기는 젊은 아버지도 눈에 띕니다. 이곳 역시 수심이 별로 깊지 않아 가족 단위의 해수욕을 즐기기엔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조도대교는 상조도와 하조도를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 도리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조도대교 조도대교는 상조도와 하조도를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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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구를 지나 조도면사무소가 위치한 창유를 거쳐 상조도를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하는 조도대교를 넘습니다. 조도대교는 1997년에 개통된 다리로 상조도와 바로 이어지는 다리가 아니라 충도라는 작은 섬에 놓인 후 상조도로 이어집니다. 다도해 속의 구름다리로 일컬어지는 조도대교는 옛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도리산 전망대는 차량으로 올라갈 수 있으며, 맑은 날에는 추자도와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합니다.
▲ 도리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다도해의 풍경 도리산 전망대는 차량으로 올라갈 수 있으며, 맑은 날에는 추자도와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합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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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따라 도리산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가파른 시멘트 길로 10여분 정도 오르면 도리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오르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차량만큼이나 도리산 정상에 서서 다도해를 바라보고픈 급한 마음도 덩달아 가쁜 숨을 내쉽니다.

시계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사방으로 펼쳐진 다도해의 풍경은 밀려드는 바람만큼이나 시원했습니다. 도리산 정상에는 이동통신 기지국이 자리잡고 있어 360도 돌아가며 관망하기는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도리산 정상에서 기지국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고 했는데, 철거한 모양입니다. 360도 회전하며 파노라마를 담고 싶었는데 아쉽기 그지 없습니다.

도리산 전망대 풍경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사람은 영국의 해군 장교인 바실 홀입니다. 그는 1816년 영국에서 사절단을 수행한 해군장교로 함장 맥스웰과 함께 조선의 서해안과 류큐 탐험을 나선 인물입니다. 그가 탐험을 마치고 돌아가서 지은 책이 '조선 서해안 및 류큐제도 발견 항해기'입니다. 이 책에는 도리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광을 '세상의 극치'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유난히 많은 화사한 자귀꽃과 함께 다도해가 훤히 들여다 보입니다.
▲ 도리산 전망대 부근에서 바라본 점점이 떠있는 다도해 유난히 많은 화사한 자귀꽃과 함께 다도해가 훤히 들여다 보입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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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했을까요? 그것은 이곳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습니다. 과연 이곳의 풍광이 세상의 극치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울 수 없는 기억이 될 것임은 틀림없을 겁니다.

바실 홀과 맥스웰은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도 그리 낯선 인물은 아닙니다. 서해안을 탐험하면서 충남 서천 마량포구에도 이르는데 이곳에서 당시 마량진 첨사 조대복에게 우리나라 최초로 성경을 건넨 사람들입니다.

도리산 전망대에서는 상조도와 하조도를 잇는 조도대교 뿐 아니라 멀리 진도가 거대한 육지처럼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진도 서남해안의 손가락섬, 발가락섬으로 알려진 주지도와 양덕도와 가사군도가 흩뿌려져 있고, 남쪽 방면으로는 손에 잡힐 듯 나배도가 큼직하게 자리잡고 있고, 하조도를 시작으로 죽항도, 청등도, 관매도, 각흘도, 병풍도, 거차도, 맹골도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시계만 좋았으면 멀리 추자도와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하니 시계의 아쉬움은 오늘 하루종일 느끼고도 남음입니다.

붉은 석양을 기대했건만, 먹구름이 여지없이 밀려듭니다.
▲ 조도대교에서 바라본 일몰 붉은 석양을 기대했건만, 먹구름이 여지없이 밀려듭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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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섬사이로 붉은 기운이 천천히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정상부에 있는 기지국 때문에 일몰보기가 어려워서 내려가면서 포인트를 찾기로 했습니다. 내려가면서 포인트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고, 결국 조도대교 위에서 일몰을 보기로 하고 서둘러 조도대교로 향했습니다.

하루종일 섬들을 감싸고 있던 해무는 오늘 하루종일 따라다닙니다. 붉은 기운이 섬사이로 조금 남는가 싶더니 이내 검은 먹구름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위압감이 느껴지는 먹구름은 바로 위 푸른 하늘에 점점이 박힌 양떼구름마저도 거칠게 삼켜버리고 맙니다. 결국 일몰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하루를 마감합니다.

빨간 모자를 쓴 하조도 등대와 오른쪽 언덕 위에 운림정이 보입니다.
▲ 하조도 등대의 이른 아침 풍경 빨간 모자를 쓴 하조도 등대와 오른쪽 언덕 위에 운림정이 보입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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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반,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일어나는 순간 소나기가 거칠게 세상에 던져지고 있었습니다. 일출도 틀렸다 싶어 도로 자리에 누웠는데, 금세 일행 한 분이 일말의 희망을 안고 하조도 등대로 나섰습니다. 결국 같이 가자며 차량에 올랐습니다.

하조도 등대 찾아가는 길은 거친 비포장도로입니다. 4km에 이르는 비포장도로는 피곤함에 잠시 감긴 눈도 여지없이 뜨게 합니다. 어둠속에 차량 달리는 소리만이 천지에 울려퍼집니다. 새벽에 내리기 시작한 비는 멎었고, 상큼한 기운을 느끼기도 전에 하늘 가득한 구름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바다를 향해 내뿜는 불빛. 구름 가득한 하늘 위로 새로운 세계와 교신을 하는 것 같습니다.
▲ 하조도등대의 새벽 풍경 바다를 향해 내뿜는 불빛. 구름 가득한 하늘 위로 새로운 세계와 교신을 하는 것 같습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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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의 밝은 불빛이 홀로 외롭게 떠돌고 있습니다. 어둠 속 구름이 정처없이 떠돌고, 바다도 길을 따라 무심히 흐릅니다. 오로지 등대 불빛만이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맴돌기만 합니다. 구름 사이로 뻗어나가는 불빛은 단절된 저편 너머의 세계와 교신을 하기 위한 빛처럼 보입니다.

하조도 등대는 이제 100년의 역사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1909년 2월에 첫 불을 밝힌 하조도 등대는 높은 절벽 위에 우뚝 솟아 있습니다.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마치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어린이처럼 발랄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운림정에 이릅니다.
▲ 하조도등대와 주변 바다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운림정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운림정에 이릅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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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조도 등대 뒤편으로 높은 곳에 운림정이라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나무데크로 만든 계단을 타고 전망대에 오르니 이제 막 검은 새벽의 색깔을 벗은 섬들이 바다 위로 올망졸망 떠오르고 있습니다. 짙은 먹구름은 여전히 드리워져 있고, 또다시 세상의 아침을 맞이한 어선 몇 척은 조용히 바다 위 물살을 가르며 지납니다.

조도대교의 윤곽이 뚜렷해지고, 도리산 전망대는 구름속을 헤어날 줄 모르고 있습니다. 어슴푸레한 새벽의 기운이 사라진 완연한 아침입니다. 어느새 밤새 불빛을 비추던 등대도 피곤한 몸을 쉬려는 듯 멈춰 섰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조도의 풍경을 가득 담고 떠날 시간입니다. 하조도 어류포의 아침은 자못 분주합니다. 2박 3일 동안의 진도여행이 벌써 끝이 나고 있습니다. 산, 바다, 하늘과 땅을 오가며 끊임없이 밟았던 진도의 여정이 흐르는 구름처럼 스쳐지나갑니다. 진도에서 서울까지 또다시 5시간, 가는 시간 내내 2박 3일동안 담은 기억 고스란히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꿈으로 다시 되새김질 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티스토리 '바실리카 열린공론장'과 블로그(http://blog.naver.com/mis71)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상조도, #하조도, #조도대교, #신전해수욕장, #도리산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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