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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밤, KBS 본관 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정청래 전 의원
 21일 밤, KBS 본관 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정청래 전 의원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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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전 국회의원(민주당)은 최근 '아고리언'('다음 아고라'를 자주 애용하는 누리꾼)이 됐다. 그는 7월경부터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활발하게 글을 게재하고 있다. 대부분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를 '촛불 시민'들과 함께 막고자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 전 의원은 '공영방송 사수'를 위해 KBS 본관 앞에서 '급모임'을 하자는 이른바 '번개팅' 제안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제가 정치인이라 이런저런 오해도 있을 것 같아 많이 망설였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감수하고 또 해야 할 일은 해야 하겠기에 용기를 내서 '번개팅'을 제안합니다"고 누리꾼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KBS, 그야말로 풍전등화 상황...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

또한 정 전 의원은 오프라인 '촛불 현장' 참여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KBS 앞 촛불 집회만 7~8번 정도 참여했다고 한다. 지난 14일에는 YTN 주주총회 현장에도 참여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YTN 투쟁 대열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외치며 조합원들의 사기를 북돋기도 했다. 21일 밤 KBS 본관 앞 인도에서 진행된 촛불 문화제에도 참석해 200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 

정 전 의원은 21일 밤 KBS 본관 앞에서 한 <오마이뉴스> 현장 인터뷰에서 최근 방송장악 저지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에 대해 "지난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일을 했고, 의회에서도 언론개혁운동을 했기 때문에 현재 언론이 처한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라며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7대 국회에서 문화관광위원회 간사를 지낸 바 있고, 지난 2004년에는 열린우리당의 언론발전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기도 했다.

이어 정 전 의원은 "오늘 KBS 앞에서 촛불을 든 것은 현재 정연주 사장의 퇴진이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고, KBS가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위기 아래 있기 때문"이라며 " KBS가 무너지면 MBC도 대대적인 탄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 위기상황을 국민들과 함께 고민하기 위해 이렇게 나왔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향후 정국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에 다짐했던 국민을 섬기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시금 되찾을 때만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청래 전 의원과 '촛불 문화제' 현장에서 나눈 일문일답 요약이다.

"KBS 무너지면 MBC도 대대적인 탄압 들어갈 것"

-오늘 KBS 본관 앞을 찾은 이유는?
"정연주 사장의 퇴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우선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가 임박해 있다. 정 사장 개인에 대한 비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KBS 5천 직원들의 개인 비리를 정 사장 퇴진으로 덮어씌울 가능성이 크다. 검찰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체포영장을 내리든 불구속 기소를 하든 검찰 수사도 임박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KBS 이사회가 수요일(23일) 4시에 열린다. 이사회에서 정 사장 사퇴권고 결의안이 상정된다면 어떻게 되겠나. 이것은 법에 보장된 것은 아니나 이명박 정권은 어떤 구실을 들어서라도 탈법적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야말로 KBS가 풍전등화의 위기 아래 있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나왔다."

-이명박 정권에 KBS를 내주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 것 같나?
"KBS가 무너지면 MBC도 대대적인 탄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KBS, MBC의 보도국 인사교체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폐지 등이 조만간 가시화될 가능성도 크다. 이런 위기 상황을 국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방송독립을 지켜내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오늘 여기 나와 있는 것이다."   

-그동안 몇 번 정도 KBS 앞을 찾았나?
"7~8번 정도."

-지난 14일 YTN 주총 때도 현장에 있었고 KBS도 자주 찾았는데, 최근 터져 나오고 있는 수많은 이슈 중에 유독 언론 분야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나는 지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일을 했고, 의회에서 언론개혁운동을 했던 사람이다. 현재의 언론이 처한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또한 누리꾼들의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에서 드러났듯이 언론자유를 획득하기 위한 혁명적인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어 감격스럽다. 이 상황에서 내가 나서야 하지 않겠나."

-박재완 청와대 수석의 "KBS는 정부산하기관이다"라는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KBS는 정부 산하기관이 아니다. 국가공무원 임용법에 적용도 되지 않는다. 임명은 대통령이 할지 모르나 해임 권한은 전혀 없다. 공영방송을 국정홍보처로 생각하는 천박한 언론관을 가진 사람의 철학적 빈곤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자 매우 불쌍한 영혼의 언행이었다." 

"이명박 정부, 방송 못 잡으면 모든 것 잃는다는 '노이로제' 걸렸다"

-이명박 정부가 행하고 있는 언론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명박 정부는 방송을 못 잡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난 10년 동안의 민주정부 출범도, 미국산 쇠고기 파동도 모두 방송 탓으로 돌리고 있다. 지금 방송을 못 잡는 한 촛불 시위가 5년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과 초초함이 정부에 가득한 것이다."

-KBS 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우리 대한민국이 이전보다 한 단계 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진화했다는 증거를 '촛불 시민'들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중동의 편파보도에 굴하지 않고 우리 국민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촛불을 들고 시민들과 있으니 기분이 어떤가, 또 어떤 얘기를 자주 하나?
"마음이 편하고 좋다. 아무래도 문광위를 한 사람이다 보니 주로 언론과 관련된 상황에 대해서 시민 분들이 많이 물어 보신다. 대부분 시민들이 관심도 많고 지식도 많이 갖추고 계신다. 단지 나는 내가 아는 만큼 답변해 드리면서 대화를 하고 있다."

-방송과 언론을 둘러싼 정권과 촛불의 대립이 향후 어떻게 될 것 같나?
"사실상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국민과 대통령 직접 맞닥뜨리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사실 대통령이 이겨도 불행이고, 국민이 이겨도 상처뿐인 영광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어느 한 쪽이 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에 다짐했던 국민을 섬기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시금 되찾을 때만이 향후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인다면?
"공영방송을 지키는 것은 민주주의의 처음과 끝이다,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태그:#정청래, #KBS, #위기의 방송독립, #언론, #공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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