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청북도 음성군에 가면 참으로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장소가 하나 있다. 우선 이곳에 가면 그 규모에 먼저 놀란다. 또 이곳이 한 개인의 집념에 의해 탄생된 공간임을 알 때에는 약간의 경외감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곳에 가면 우리 민족의 영원한 노스탤지어인 광개토대왕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비록 복제품이지만 중국의 집안현 통구에 있는 광개토대왕비를 실물 크기 그대로 재현한 석비가, 하나도 아닌 두 개나 이곳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국내외 역사 인물과 현대의 인물까지 화강석으로 재현한 곳은 아마 국내에서 이곳이 유일할 것이다.

 

 광개토대왕비
광개토대왕비 ⓒ 김대갑

음성 큰 바위 얼굴 조각공원. 17만평 부지 위에 185개국 일 천 명의 인물들을 거대한 화강석으로 고스란히 재현한 곳이다. 세계 4대 성인과 그 제자들이 재현된 제1관을 위시로 세계 각국의 정치 지도자와 종교계 성인들,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과 우리나라의 역사 인물들 등을 재현한 총 19관의 야외전시장이 이곳에 있다.

 

재미있는 것은 서태지의 전신상도 재현되어 있는 것이다. 또 이 땅의 민주화 열사들도 그 모습 그대로 재현되어 있으니 고맙기까지 하였다. 박종철 열사와 전태일 열사가 밝은 햇빛 아래 서 있는 모습은 자못 숙연하기까지 하다.

 

 조각공원 진입로
조각공원 진입로 ⓒ 김대갑

누가 이 거대한 조각공원을 만들었을까? 공원에 난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서 막다른 곳에 다다르니 그 의문이 풀렸다. 막다른 길에는 현대정신병원이란 곳이 나오는데, 이 병원의 설립자인 정근희 이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정치지도자들
정치지도자들 ⓒ 김대갑

정 이사장은 1974년 음성현대정신병원을 설립하면서 의료복지사업에 투신한 사람이다. 처음 병원은 기도원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목사였던 형님이 돌보던 행려병자들을 거두면서 이 정신병원을 건립했다.

 

정신병원을 건립한 후, 그는 정신병원에 대한 어두운 이미지와 편견을 불식시키고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 병원 인근에 공원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이 큰 바위 얼굴 조각공원이 탄생한 것이다.

 

 조각공원 전경
조각공원 전경 ⓒ 김대갑

그는 1991년부터 14년에 걸쳐 큰바위 얼굴 조각공원을 구상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400여 명의 석공으로 하여금 3000개의 조각상을 만들게 했다. 한마디로 대역사(大役事)인 셈이다.

 

특히 그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것은 광대토대왕비였다.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보면서 의분을 느낀 그는 3년에 걸쳐 장수왕과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같은 고구려 인물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다.

 

그러면서 광개토대왕비를 실물 크기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일본과 중국, 한국에서 편찬한 역사서를 섭렵하면서 탁본을 구해 재현작업을 진두지휘한 것이다. 특히 그가 세운 광개토대왕비는 순 한글로 새겨져 있어 누구나 알기 쉽도록 했다고 한다. 참 어렵고도 대단한 일을 그가 한 것이다.

 

 서태지 전신상
서태지 전신상 ⓒ 김대갑

 

이 조각공원은 일정한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않았다. 다만 세계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과 신화 속 인물들, 현대 방송계와 예술계, 스포츠계의 인물들을 객관적 시각에서 재현해 놓아 누구라도 공감이 가게끔 만들었다. 사회주의 지도자들인 레닌과 스탈린은 물론이고 심지어 김일성과 김정일 인물상까지 만든 것이다.

 

 전태일 열사 조각상
전태일 열사 조각상 ⓒ 김대갑

19관으로 이루어진 야외전시관 규모도 엄청나거니와 선정된 인물들이 지닌 역사적 의미 또한 엄청난 곳. 올 여름, 음성 큰 바위 얼굴 조각공원에서 역사와 문화, 신화와 전설을 만나는 것도 무척 의미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함


#조각공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