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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 할 줄 아나."

 

22일 오후 8시 청계광장, 공기업 민영화 반대를 위해 모인 300여 개의 촛불들 앞에서 한 남자가 소리쳤다. 작지만 다부진 체구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폭발적이었다. 그의 외침에 사람들이 환호했다. 이날 집회 중 가장 집중력이 높은 순간이었다.

 

연·영·석. 태준식 감독의 다큐멘터리, <필승 ver.2.0 연영석> 주인공으로 나온 그는 '문화노동자'로, 노래를 통해 힘 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가수다.

 

그가 마이크를 잡고 크게 외쳤다.

 

"주인의 매를 폭력이라 한다면, 누가 주인이고, 누가 머슴입니까. 대통령이 착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이날 집회에서 <이씨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 할 줄 아나>, <노란선 넘어 세상>, <간절히> 등 4곡을 불렀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가사와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 덕에 금방 사람들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날 집회를 주관한 '공공부문 민영화저지 공동행동' 집행부 유현경(36)씨는 "연영석씨가 부르는 노래가 보통 사람들의 소박한 꿈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비정규직 등 가난한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과 울분을 노래로 잘 표현해 연영석씨를 초대했다"라고 말했다.

 

유현경씨의 말대로 연영석씨가 부르는 노래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소박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간절히

 

누구는 뺏고, 누구는 잃는가. 험난한 삶은 꼭 그래야 하는가

앞서서 산 자와 뒤쳐져 죽은 자. 그 모든 눈에는 숨가쁜 눈물이

왜 이리 세상은 삭막해지는가 아 나는 오늘도 간절히 원하지

(중략)

내 마음만큼 일하는 세상, 내 일한 만큼 갖는 세상을

간절히 간절히

 

내가 세상에 살고 사는 이유, 밥만 먹기 위한 건 아냐

나도 나에게도 누구 못지 않은 꿈이 있었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면서 작지만 나의 꿈을 키우고 싶었어

 

사람들의 소박한 꿈을 자신의 목소리로 힘차게 외치는 그에게서 진실한 삶을 일면을 엿볼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에너지 얻으러 집회에 옵니다"

연영석이 바라본 촛불집회

 

 

공연이 끝난 후 그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문화노동자'로서 수없이 많은 집회에 다녀본 그에게 촛불집회의 의의와 한계, 대안을 물었다.

 

- 촛불집회가 기존 집회와 어떤 점이 다른가?

"기존 집회들은 굉장히 정형화 되어 있다. 반면 촛불집회는 지도부가 없기 때문에 틀에 박힌 형식이 없어 자유롭다. 촛불집회에만 4번째 와서 공연했다. 사실 공연보다는 사람들에게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참석한 경우가 많았다."

 

- 촛불 집회에 대해 다양한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스테레오 타입의 집회에 많이 다녀 본 연영석 씨가 보기에는 어떤가?

"민주주의가 잘 운영됐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것이 이미 정책에 반영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촛불집회에서 나오는 주장들이 정치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분명 촛불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 아까 무대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연영석씨가 생각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촛불집회에서 나오는 목소리들을 현실적으로 정치에 어떤 식으로 대입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를테면, 서울시 교육감 투표에서 촛불집회에서 나왔던 이야기를 실현시켜 줄 만한 인물을 뽑아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교육 정책이 바뀌지 않겠나. 사실 촛불집회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진보적이지만 이 사람들은 민노당 등의 진보 정당을 지지하진 않는다.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정당을 찾고 지지해주든, 새로운 당을 만들어내는 식으로든 현 정부의 방향에 대해 제재를 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김원영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인턴기자 입니다. 


태그:#연영석, #촛불,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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