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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교육자적 양심에 비추어보면 토론회 참석은 후보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이다. 그러나 최근 공정택 후보가 언론·시민단체들이 주최하는 토론회를 뚜렷한 이유 없이 거부하고 불참하고 있다."

 

서울시교육감 자리를 두고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펼치고 있는 박장옥·이인규·주경복 후보는 23일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공정택 후보의 연이은 토론회 불참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세 후보는 "공정택 후보의 이러한 행태(토론회 불참)은 정책 중심의 선거를 거부하고 서울시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처사로서 규탄 받아 마땅하다"며 "(공 후보는) 정정당당하게 토론회에 참석해 서울시민에게 후보의 정책과 자질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대체 공 후보의 토론회 출석률이 어느 정도이기에 경쟁 관계에 있는 후보들이 공동 성명서까지 발표한 것일까.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24일 현재까지 서울시교육감 후보 초청 토론회는 총 5차례 열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까지 공 후보의 토론회 출석률은 0%다.

 

"교육자적 양심으로 따지면 토론회 참석은 의무"

 

첫 토론회는 14일 서울장애인교육연대 주최로 열렸다. 주제는 장애인 학생 학습권 확장에 관한 것이었다. 이 자리에는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 50여 명이 참석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현 서울시교육감인 공정택 후보는 일정상의 이유를 들며 불참했다. 이어 공 후보는 17일 저녁 교육방송 라디오가 주최한 토론회에도 역시 같은 이유로 불참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 후보는 22일 오전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이 주최한 토론회는 물론, 오후에 불교정책기획단이 연 토론회도 불참했다. 23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 역시 공 후보는 참석하지 않았다. 불참 이유는 모두 똑같다. 다른 선거 운동 때문에 바쁘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2주 전부터 공 후보에게 참석을 제안하며 최우선적으로 시간을 맞춰주겠다고 배려했지만 끝내 일정상의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며 "토론회 참석을 위해 40분의 시간도 못 내겠다는 것은 학부모들과의 소통과 정책 검증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유감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22일 오전과 오후 두 번의 토론을 모두 불참한 공 후보는 이날 어떤 일을 했을까.

 

공 후보 쪽은 22일 오전 모든 유세 일정을 취소했었다. 25일 열리는 방송토론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22일 오전 9시, 경실련 주최의 토론회가 열리던 그 시간에 공 후보는 마포FM <송덕호의 쌈빡시사>에 약 20여 분간 출연했다.

 

그리고 이날 저녁 6시가 조금 지나서 공 후보는 MBC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을 했다. 이 때문에 공 후보는 6시 30분으로 예정된 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 주변 유세에 약 20여 분 늦게 도착하기도 했다.

 

즉 후보들 간 정책을 비교하고 토론하는 자리에는 불참했지만, 득표 활동에 보탬이 되는 일정은 빠뜨리지 않고 챙긴 것이다.

 

공정택 후보, 5차례 토론회 모두 불참

 

선거운동 시작 이후 공 후보가 다른 다섯 후보와 나란히 선 건, 21일 대한노인회서울특별시연합회가 주최한 '서울시교육감 후보 초청 교육정책 소견발표' 자리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는 토론회가 아닌 단순한 정책을 발표하는 행사였다.

 

토론회 불참과 관련 공 후보 쪽의 박종진 대변인은 "모든 토론회와 인터뷰에 응한다는 것이 우리의 방침이지만 선거 운동이 급박하게 돌아가 잘 시간이 맞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 대변인은 "다른 후보 5명이 모두 공 후보를 집중 공격하는 상황이 솔직히 부담스럽다"며 토론회 불참의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공 후보는 유세 때마다 "교육감 선거는 이념 대결의 장이 아니다"며 "이번 선거는 철저하게 정책 대결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정책 대결을 피하며 선거 구도를 이념 대결로 몰아가고 있는 건 공정택 후보 본인이다. 공 후보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정책 대결을 강조하면서 후보자 정책 토론회에는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유세 때마다 "전교조가 서울시 교육을 장악하려 한다"며 "전교조의 후원을 받는 사람이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되면 우리나라 교육은 그걸로 끝"이라는 말을 되풀이 하며 선거 구도를 정책 대결이 아닌 '전교조 대 비전교조'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

 

게다가 23일 청량리 유세에서 공 후보 쪽의 선거운동원은 "6.25를 북침이라고 주장하는 세력이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되면 되겠느냐"고 근거 없는 색깔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23일자에서 교육감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응답자의 38.4%만이 "꼭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또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의 공약과 정치적 성향에 대해 58.6%가 전혀 모르고, 38.4%는 '몇 명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채 30%가 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토론회 참석 여부는 후보자 개인의 선택 사항이다. 하지만 유권자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보와 정책을 밝히는 건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은 유권자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공 후보 쪽이 참여 의사를 밝힌 토론회는 25일 서울시선관위가 주관하는  토론회가 유일하다. 6명이 벌이는 이 토론회에 주어진 시간은 80분이다. 공 후보가 강조하는 정책 대결을 펼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공 후보 쪽의 한 핵심 관계자는 "어차피 투표율이 30% 미만으로 나올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투표율 높이는 건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며 "우리는 논란 없이 빨리 시간이 흐르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공 후보가 토론회를 기피하는 건 바로 이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선거 때 바쁘지 않은 후보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단체가 후보들을 불러 토론회를 여는 건,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지금이라도 공 후보는 토론회에 적극 나서야 한다.


태그:#공정택, #서울시교육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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