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본관 앞이 경찰에 의해 원천봉쇄됐다. 경찰은 24일 오전 10시께부터 KBS 앞 인도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던 시민들을 밀어냈고, '다음 아고라', '안티 이명박 카페' 회원 등이 쳐놨던 천막을 순식간에 제거했다. 그리고는 KBS 본관 앞 마당과 인도에 전경버스 20여대를 대놓고 시민들의 접근을 차단시켰다.
오후 6시께부터는 인도에서 밀려나 뒤쪽 공터(KBS 본관 주차장 옆)에 모여 담화를 나누고 있던 20여명의 시민들조차 밖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공터로 투입된 100여명의 전경들은 방패를 앞세우고 시민들을 강제로 밀어냈다.
시민들은 "국민의 방송인 KBS 앞에 국민들이 모여 있는데 왜 나가라고 그러냐", "인도에 있는 사람들을 밀면 차도로 가라는 거냐"며 항의했지만 경찰은 막무가내로 밀어 붙였다. 이 과정에서 몇몇 시민들이 넘어지고, 근처에 있던 대형 화분이 깨지기도 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대화명 '희망의 정령'을 쓴다는 누리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민들의 촛불을 끄겠다는 것"이라며 "이젠 작은 불씨마저 완전히 제거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마저... "용렬한 이명박 정권 마음크기 보여준 행위"
경찰은 더 나아가 기자회견을 여는 것도 허락하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이날 KBS 본관 앞에서 오후 6시로 예정된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은 경찰의 제지 속에 KBS 앞 차도 부근까지 밀려난 채로 겨우 진행됐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등이 전경방패 앞에 서 경찰이 밖으로 밀어내는 것을 막으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심상정 대표는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광경을 잘 보라"며 "한마디로 이명박 정권이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최문순 의원도 "불법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고 기자회견은 아무 곳에서나 열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막무가내로 밀어버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옹색하고 용렬한 이명박 정권의 마음크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행위"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의 사회를 봤던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평화적인 기자회견까지 틀어막는 모습을 보니 정말 어이가 없다"며 "우리는 이명박 정권이 실패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간다면 우리 뜻과 관계없이 이 정권을 국민들이 앞서서 심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40일이 넘게 KBS 앞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보금자리를 잃었음에도 "경찰이 막으면 다른 곳으로 가면 된다"고 말하며 KBS 담장 주위를 떠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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