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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것이 터졌다. 지방의회를 이르는 말이다. 서울에서 부산에서 경기도에서 줄줄이 터졌다.

 

서울시의회는 김귀환 신임 의장이 동료 의원 30명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됐고 부산 역시 후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 금품이 살포 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기도도 마찬가지. 경찰이 진종설 신임 의장을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수사 중이다.

 

금품살포 문제는 아니지만 경기도 안양시의회에서도 한 건 터졌다. 한나라당이 자당 신임 의장에게 ‘출당권고’ 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한나라당 경기도당 윤리위원회는 지난 21일 오후 4시에 열린 윤리 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신임 김국진 의장에게 ‘출당권고’ 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한나라당 당론을 거부하고 시의회 의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와 부산시의회 사건과 안양시의회 사건 모두 한나라당 내부에서 터진 일이다. 하지만 사건을 대하는 태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서울시 뇌물 비리에는 징계를 망설이던 한나라당이 당명 거역에는 이론 없이 신속하게 중징계를 내리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의회 김 의장이 구속된 것은 지난 15일이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서울시의회 제2기 의장 선거를 앞두고 동료 시의원 30명에게 3천500여만 원을 뿌린 혐의로 김 의장을 구속했다.

 

 한나라당은 21일 서울시당 윤리위를 소집해 김 의장에게 탈당을 권고했다. 하지만 ‘탈당권고’ 라는 중징계를 내리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초, 한나라당은 ‘당원권 정지’ 정도의 징계를 내릴 방침이었다. 서울시당 위원장 장광근 의원은 지난 20일 "일단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내린 뒤 수사 결과에 따라 다시 징계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장 위원장 발표가 나자 언론은 일제히 ‘솜방망이 징계’ 를 하려한다며 한나라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결국 한나라당은 21일 윤리위원회에서 ‘’탈당권고‘ 라는 중징계를 내리게 됐다.

 

하지만 안양시의회 김국진 의장 ‘항명’ 건은 참으로 신속하게 처리했다. 김 의원이 당선된 이틀 후인 7월2일 긴급의원 총회를 열어 김 의장을 교섭단체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고 중앙당과 경기도당 윤리위원회에 출당조치를 건의했다.

 

14일, 윤리위원회에서는 김 의장에게 ‘자진사퇴’ 를 권고하고 일주일간 조정 기간을 줬다. 조정기간이 끝난 지난 21일 오후 4시 윤리위원 만장일치로 ‘탈당권유’ 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김 의장에 대한 공세는 이것으로 멈추지 않았다. 안양시의회 한나라당 의원들은 24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김국진 의장을 향해 “대시민 사과와 의장직 사퇴를 촉구” 했고 사퇴 하지 않을 시 "김 의장의 직무수행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감시와 견제 할 수 없는 ‘일당 독재’ 체제가 근본원인

 

 

지방의회 부패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지방정부와 의회가 같은 당 소속이어서 감시와 견제라는 의회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어왔다. 이것이 후반기 원 구성문제를 둘러싼 사건의 근본 원인이다.

 

실제 이번 금품살포 사건과 연루된 서울과 부산, 경기도는 견제 세력이 거의 없는 실질적인 한나라당 일당 독재 지역이고 의장 선출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난 안양시 의회도 한나라당이 과반을 훨씬 넘는 지역이다.

 

서울시의회는 총 의원106명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이 100명이고 경기도 의회는 총 119명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이 104명이다. 부산도 마찬가지. 총 47명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이 41명이다. 또, 안양시 의회는 총 인원 24명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이 15명이나 된다.

 

의장 선출방식도 문제다. 현재 지방의회는 ‘교황식 선출방식’ 으로 의장을 선출하고 있다. 교황식 선출방식은 출마 의사 표시와 소견 발표 없이 의원들의 자서식 (투표자가 백지 투표지에 투표하고자 하는 후보자의 성명이나 부호 등을 자필로 기입하는 제도)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밀실야합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교황식 선출방식을 일찌감치 버린 대전 서구 의회는 잡음 없이 의장단을 구성해 모범이 되고 있다.

 

서구의회는 지난 3월 한진걸 의원의 대표 발의로 의장단 선출방식을 개선하는 내용으로 '대전시 서구의회 규칙'과 '서구의회 위원회 조례'를 개정했다.

 

이후 지난 7월 10일 남재찬 의원을 비롯, 양동직, 이의규, 장미연 의원이 소견 발표를 한 가운데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정례회를 열었다. 이후 투표가 이뤄져 남재찬 의원을 의장으로 뽑았고, 별다른 잡음은 없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방의회가 지방자치시대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조목조목 따져봐야 한다. 특히, 특정 정당이 의회를 장악할 수 있는 의석을 가지고 있을 때 어떤 사태가 일어나는지 똑똑히 보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문제가 되고 있는 교황식 선출방식을 좀 더 민주주적인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태그:#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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