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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0일 처음 열린 후 두 달 보름을 넘어 진행되고 있는 울산촛불집회의 주축은 다음 카페 '울산촛불문화제' 회원들이다.

 

이중엔 매번 자녀와 함께 촛불을 드는 가족단위 참가자가 끊이지 않는다. 울산촛불문화제 회원 강건씨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아버님이 최근 위암 수술을 받아 아버님을 모시고 서울과 울산을 오가느라 정신없이 바쁘다는 그는 여섯 살 된 딸을 소개해 회원들을 숙연케 했다.

 

강건씨는 여느 때와 같이 여섯 살 딸과 함께 지난 17일 울산대공원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하기로 했으나, 급하게 아버님이 계신 병원에 갈 일이 생겨 촛불집회에 못갔다고.

 

이날 딸과 함께 차를 타고 병원에 가는 도중 딸이 갑자기 "아빠! 미친소가 걱정이야? 할아버지가 걱정이야?"고 물었다. "둘 다 걱정이지"라는 아빠의 대답에 딸은 "근데 왜 촛불집회는 안가고 할아버지 한테만 가?"라며 재차 물었다.

 

아빠가 할말이 없어 얼버무리고 있는데 딸이 다시 "할아버지도 미친소 먹으면 죽잖아! 그러니까 미친소가 더 걱정이지"라고 한 후 "촛불집회 안가면 미친소 먹고 우리 다 죽는단 말이야"고 하더란다.

 

그러면서 여섯 살 된 딸은 "우리가 미친소 먹고 다 죽으면 할아버지도 못보잖아. 그러니까 촛불집회가 더 중요하지"라고 덧붙였다.

 

아빠는 이틀 뒤 7월 19일 열린 촛불집회에 딸과 함께 참석했다. 참가자 수가 다소 적은 것을 본 딸이 "아빠 사람들이 왜이렇게 적어?"라고 물었다. 이에 아빠가 "무슨 바쁜 일이 있는 모양이지"라고 하자 딸은 "다 할아버지가 아픈가?"라고 되뇌이더란다.

 

이 같은 사연에 회원들은 강건씨 아버님의 건강회복을 격려하기도 하고 딸에 대한 칭찬도 이어갔다.

 

울산지역 촛불집회가 매주 두 차례로 정례화됐다. 여기다 매주 일요일에 열리는 촛불음악회까지 포함하면 모두 세 차례 촛불 관련 행사가 열린다.

 

이같은 울산촛불집회의 주역은 다음 카페 '울산촛불문화제' 회원들. 최근 회원수가 700명을 넘어서면서 만만찮은 규모로 성장했다.

 

회원들은 촛불집회 거리행진 도중 참가자 몇 명이 경찰에 연행되자 새벽까지 경찰서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기도 하고 현직교사가 구속되자 석방을 촉구하는 항의를 하기도 했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울산대공원 측의 비협조엔 관리 측인 울산시설공단 홈페이지에 댓글 항의를 이어가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회원들은 촛불집회에 참석한 후 뒷이야기와 소감을 카페 게시판에 올리는 등 회원들의 갖가지 사연들이 소개되고 있다.

 

"울산 명촌지역 광우병 청정지역 만들자' 제안도

 

다음 카페 울산촛불문화제 회원들은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의미심장한 일들도 제안해 실천해 나가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회원 '혁신단'은 최근 "울산 북구 명촌지역을 '광우병청정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지역에 노동자가 많이 살고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

 

이후 회원들은 인근에 있는 대형마트 측에 "미국산 쇠고기를 취급하지 말 것"을 요청해 마트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얻기도 했다.  

 

회원들은 '혁신단' 회원의 제안을 실천하기 위해 이 지역 상가 음식점을 대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설명회를 대부분 주민들의 휴가기간 이후인 오는 8월 7일 열기로 하는 한편, 8월 5일에는 상가에 홍보물을 배포할 예정이다.

 

또한 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반대 홍보활동을 벌이면서 아파트 단지내 게시판과 엘리베이터 등에 소자보를 붙이는 등 '명촌지역 광우병 청정지역 만들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회원 '혁신단'은 "이같은 활동을 하자 이 지역 동장이 긴장하며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며 "세상에 공짜도 없지만 쉬운 일이 하나도 없네요"라고 토로했다.

 

한편 다음 카페 '울산촛불문화제' 회원들은 26일 저녁 7시 30분부터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울산 울주군 간절곶에서 촛불음악회를 연 후 다음날인 27일 오후까지 회원가족을 동반한 야유회를 가진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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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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