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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택 후보 쪽에서 서울시민들에게 보낸 선거 공보 안에 있는 학생 사진.
 공정택 후보 쪽에서 서울시민들에게 보낸 선거 공보 안에 있는 학생 사진.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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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공정택(74) 후보가 수업을 받아야 할 초중고 학생 80여 명을 동원해 사진을 찍은 뒤 선거공보에 실었다는 지적이 27일 나왔다.

이 사진은 공 후보가 교육감으로 재직할 때인 지난해 11월 3개 초중고 교장들이 협조해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직위를 이용해 학생 학습권을 빼앗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 애초 이같은 사실이 올해 3월 <오마이뉴스> 등에 의해 보도되자 공 후보측은 "선거용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이번 선거공보에 당시 논란이 됐던 사진을 실어 비난을 받고 있다.

3개 초중고 교장 협조, "정상 출석으로 기록하라"

공정택 후보 캠프는 최근 서울시민들에게 책자형 선거공보를 일제히 발송했다. 이 공보 5쪽에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린 초중고생들이 공 후보를 둘러싸고 서 있는 대형 사진이 실려 있다. 사진 하단에는 "학교 경쟁력 강화가 정답입니다"란 글귀도 적혀 있다.

그런데 서울 ○초등학교 관계자와 교육시민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사진에 등장한 서울 송파구 ○초등학교 1~6학년생 43명과 다른 두 개 중고생 40여 명 등 모두 83명은 평일인 지난해 11월 13일 오전 7시 30분부터 11시쯤까지 교실에서 수업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이 시간은 1~3교시에 해당한다.

서울시교육청 공보담당관실은 같은 시간 미리 해당 학교 관리자 3명에게 협조를 얻은 뒤 서울 올림픽공원 등지로 학생들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초등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이 학교 교감은 사진 촬영 전날 교무회의에서 "외국에 한국교육을 홍보하는 사진을 찍는 것"이라고 둘러댔고, 이어 교장은 출석부에 학생이 정상 출석한 것으로 허위 기록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학생들을 인솔한 교사 5명도 근무상황부에 '출장 기록'을 남기지 않도록 해 비밀리에 일을 진행한 것이란 비판을 사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촬영 사진 가운데 하나를 자체 기관지인 월간<서울교육> 3월호에도 실었다가 공보담당관실 직원 3명이 지난 4월 서울시선관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선관위, 선거목적 부인한 공 후보 봐주기... 직원 3명만 '경고'

<오마이뉴스>와 MBC 등이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자 당시 시선관위는 "수업 중인 학생을 공 교육감과 함께 사진을 찍게 하고 이를 교육청 홍보물에 게재한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면서도 "(공 교육감의) 사진 촬영 행위 자체는 선거 활용 목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공 후보에 대해서는 징계 대신 주의 조처인 '협조요청' 결정을 내리는 데 그쳤다.

그러나 시선관위 조사에서는 선거 관련성을 부인해 온 공 후보가 실제로 선거공보에 해당 사진을 게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선거법 위반 지적이 다시 일고 있다.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며 선거권이 없는 자에 대하여 교육상의 행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제85조)는 공직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선관위 관계자는 27일, "일상 활동사진을 공보에 게재하는 것은 법으로 허락된 것"이라면서 "특별한 법 위반 내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 후보 쪽은 "지난 해 11월 찍은 사진이 아니다"고 게재 혐의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박종진 대변인은 "상황을 파악해본 결과 이 사진은 2~3년 전에 찍은 사진이며 수업 중 학생 동원 사진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교육> 3월호에 실린 문제의 학생 사진. 위 사진과 견줘보면 옷차림과 얼굴이 같은 학생들이 보인다.
 <서울교육> 3월호에 실린 문제의 학생 사진. 위 사진과 견줘보면 옷차림과 얼굴이 같은 학생들이 보인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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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후보측 "2~3년 전 사진" 전면 부인, 하지만...

하지만 지난 해 서울 ○초 3학년 담임을 맡은 양 아무개 교사는 "우리 반 학생도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옷차림과 머리 모습이 올해 3월 <서울교육>에 실린 것과 선거공보 사진이 똑 같다"면서 "2~3년 전 사진이라면 그 아이가 초등학교 1, 2 학년이라는 얘긴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서울교육>에 실린 사진과 공보 사진을 비교해 본 결과 상당수 학생의 얼굴과 옷차림이 일치했다.

한편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되자 공 후보 쪽 박 대변인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2~3년 전 사진이란 말은 사진 속 공 후보의 모습을 보고 개인적으로 추측한 것일 뿐 선거 캠프의 공식 의견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사정을 잘 아는 서울시교육청 공보관실 관리 2명은 모두 "공정택 후보의 선거공보 사진이 지난 해 11월 찍은 사진인지 아닌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교육감 역할 중 제일 중요한 것이 학생들 학습권 보호인데 개인 이익을 위해 수업을 받아야 할 학생을 동원했다면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일이며 교육감 자격 미달"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울시교육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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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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