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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지역포럼(ARF) 의장 성명 수정 파동, 미국 국립지리원의 독도 '주권 미지정 지역' 표기 등 외교분야의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나면서 책임자 문책을 통해 외교안보 라인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들은 28일 일제히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이태식 주미대사 등 외교안보 라인의 경질 또는 전면적인 내각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 외교안보 라인이 진보·보수 양쪽 모두에게서 외면을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날 긴급 당정협의와 자체 회의 등을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문책론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청와대도 "일단 경위부터 파악하겠다"며 시간을 끌었다.

 

민주당 "대통령, 10·4선언 이행의지 있다면서 모순 행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장마철에 논둑 무너지듯 매일같이 국민들 걱정하는 일이 터지고 있다"면서 "외교는 외교대로 수모 당하고, 남북문제는 문제대로 깊은 수렁에 따지게 하는 이 정부 행태가 한심스럽다"고 개탄했다. 

 

그는 "ARF 성명 사건이나 독도 대응을 보면 이 정부가 눈앞의 나무도 분간하지 못하는데 숲은 제대로 볼지 의문이 든다"며 "이 정권이 남북관계에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냉전시대로 회귀시킬 것인지, 한반도 평화·번영의 미래 대화를 되찾을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송영길 최고위원도 "ARF에 가서 외교적 추태와 망신을 당한 꼴"이라며 대통령과 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송 최고위원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을 듣고도 국회에 와서 10·4 정상선언을 이행할 의사가 있다고 표시했던 이 대통령이 완전히 모순된 행동을 했다"며 "이것은 거의 (외교·안보의) 파탄 상태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송 최고위원은 미 국립지리원 지명위원회의 독도 표기 사태까지 언급하며 "이태식 주미대사와 유명환 외교부 장관 등 내각의 전반적 경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이 대통령은 대북·외교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외교라인의 전면 교체를 요구했다.

 

이회창 "햇볕정책 계승이냐 중단이냐"... 강경노선 주문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이날 긴급성명 형태의 입장문을 내고 "이대로 가면 이 정부는 주저앉고 말 것"이라며, 내각 전면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 총재는 "금강산 총격사건, 독도 문제, 심각한 민생경제와 법치유린에 대처하는 내각의 무능과 미숙이 국민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며 "이 대통령에게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의 일대 쇄신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ARF 의장성명 파동과 관련해 강경한 대북정책을 주문했다. 이 총재는 "(ARF 의장성명 파동은) 이 정부가 출범할 때 새 정권이 지향하는 대북정책의 기조와 원칙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과거 10년간 유지돼온 햇볕정책을 그대로 계승할 것인지 바꿀 것인지 분명히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금강산 피격사건을 언급하면서 "정부는 북한에게서 사과는커녕 재발방지 약속도 받아내지 못하고 오직 현대만 닦달하고 있다"며 "금강산 관광 중단 뿐 아니라 중요한 현금과 경제이익이 제공되는 지원을 일시 중단함으로써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 장관 "'10·4 선언에 입각해...' 표현 막기 위해 동시삭제 수용"

 

이 같은 야당들의 요구에 대해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경위를 알아보자"며 입장 밝히기를 일단 미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불문곡직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일단 (사태의) 경위를 알아야 하지 않느냐. 책임 소재를 가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이날 오전 최고위를 열고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했지만, 인책론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윤상현 대변인이 전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유명환 외교부장관을 불러 ARF 성명 사태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

 

윤 대변인에 따르면, 유 장관은 간담회에서 "금강산 피격사건은 이미 ARF 각국 대표들의 발언과 언론 보도로 소기의 효과를 보았다고 생각했다"며 "북한과 충돌을 빚으면서까지 굳이 의장성명에 포함시키려는 게 당초의 목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유 장관은 "'10·4선언에 입각한 남북대화'란 표현은 북한 측에 의해 향후 선전자료로 활용되고 다른 국제사회에서도 원용될 가능성이 높아 두 문장을 존치시키는 것보다는 모두 삭제하는 게 옳다는 결정으로 동시 삭제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태그:#ARF, #독도, #유명환, #외교통상부, #주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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