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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가짜 보수, 가짜 진보입니다. 아이들의 눈망울에 이념의 색깔을 드리우면 안 됩니다."

 

28일 낮 12시 홍제역 인근 유진상가 앞 유세장에서 만난 이인규(49) 서울시 교육감후보는 몇 번씩이나 힘주어 "좌우 대결 구도로 흐르고 있다"며 선거구도를 비판했다.

 

목소리엔 힘이 넘쳤지만 투표일까지 이틀 밖에 남지 않은 지금, 교육감 후보 중 가장 젊은 그도 약간 지친 듯 보였다. 특히 이 후보는 지난 17일~19일에 이어 지난 27일부터 두 번째 72시간 선거유세에 돌입했다.

 

그러나 인터뷰 내내 이 후보는 열성적이었다. 좌우 대결로 격화되고 있는 교육감 선거를 논할 때는 손짓을 하며 공정택·주경복 후보를 맹렬히 비판했고, 앞으로 그려갈 교육 정책을 논할 때는 기자에게 현 정책과 외국의 교육개혁 사례를 들어가며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다음은 이 후보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토론회가 좀 더 많았다면... 정책대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 두번째 72시간 선거유세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을 텐데 힘들지 않은가.

"밤이 오히려 편하다. 어제는 동대문상가를 갔는데 장사를 하시는 상인분들, 술집에서 술을 드시는 분들이 제 이야기도 들어주고 낮보다 내 말에 집중해 준다. 다른 후보자들한테는 비밀인 셈인데, 낮보다는 밤 유세에 주력하는 게 나은 것 같다."

 

- 일부 시민단체들로부터 '정책평가 1위'를 했다고 강조하는데.

"정책 대결이 우선시됐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TV 토론회도 예정됐던 세 번이 아닌 한 번 밖에 하지 않았다. 토론회가 좀 더 많았다면 투표율도 올라가고, 이념 대결도 수그러들 것이라 판단했는데…."

 

- 이 후보의 정책 중 '창의형 자율학교'와 이명박 정부의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정책의 차이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이 있다.

"자사고는 국가지원이 없는 사립학교라면 창의형 자율학교는 국가지원이 있는 공립학교라고 보면 된다. 자사고와 창의형 자율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같다. 하지만 국가가 지원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는 교육감의 의지 문제다. 또 창의형 자율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경쟁을 막기 위해 '무시험 추천제'로 입학을 결정할 것이다. 외국에서도 내신과 면접을 제외한 다른 입시시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 한국 교육 현실상 대입 전형에 따라 고등학교 교육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데 창의형 자율학교도 특목고처럼 변질되지 않겠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문제다. 대학입시가 바뀌지 않으니 고등학교부터 바꾸자는 것이다. 깨인 교육감이 이 일을 할 수 있다. 고등학교가 바뀌면 대학도 다양한 선발전형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 이 후보는 교원평가제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매번 강조한다. 이 문제를 가지고 주경복 후보와도 상당히 심각하게 대립 중이지 않나.

"주 후보는 교원평가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다. 교원평가는 교원능력계발평가의 준말로 수업만족도 평가에 불과하다. 교원들의 승진 여부를 결정하는 평가는 근무평가라고 따로 있다. 기득권층인 교원조직이 이를 교원평가제와 혼동해 사용하며 시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공정택, 주경복 후보는 교육의 기득권층을 의존하고 있다"

 

- 반 전교조를 기치로 내세우고 주 후보와 상당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주경복 후보가 무엇을 찬성하고 무엇을 반대한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예를 들어 주 후보의 공약인 대안형 공립학교는 대안학교인가, 공립학교인가. 그렇다면 인사권과 수업 커리큘럼은 어떻게 짤 것인가. 지금 주 후보는 전교조의 정책을 내세우다가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오리무중 상태. 내용없는 진보가 돼 버렸다."

 

- '반 이명박' 기치는 공정택 후보를 지칭한다고 생각된다. 실제 학생들을 동원해 선거공보에 싣는 등 도덕성 시비 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

"공정택 후보에게 본인의 교육 정책은 없다. 모두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그대로 잇는 것뿐이다. 물론 교육감이 현실적 타협도 해야 하지만 정도(正道)가 있는 것이다."

 

-오늘(28일) 아침에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양 후보가 이념 대결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거운동이 조직에 의존해 이뤄지고 있다. 한 명은 관료와 사교육조직에 의존하고, 한 명은 교원단체에 의존하고 있다. 교육개혁이 이뤄지려면 교육의 기득권층을 타파해야 한다. 현재 교육의 기득권층은 관료·교원단체 등 '공급자'들과 사교육집단과 같은 '시장'이다.

 

그런데 이런 이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어떻게 교육의 개혁을 이뤄내겠나. 항상 학부모와 같은 시민은 이들에 비해 소외돼 있다. 이들을 척결해야 진정한 의미의 교육주권이 세워진다. 당락을 떠나 이 메시지는 꼭 전달하고 싶다. 깨인 학부모들이 나서야 한다."

 

- 전교조도 교육의 기득권층이라고 볼 수 있나?

"전교조의 교육방침에 대해서는 2005년 대학입시를 생각해야 한다. 참여정부 하 전교조 세력이 대학입시에서 내신을 강화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매일 교사들의 평가에 얽매이고 보습학원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아이들이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갇혔다.

 

이명박 정부가 학교를 피라미드로 세운다면, 전교조는 교실을 피라미드로 세운 것이다. 모두 한 통속이다. 이 피라미드를 깨고 네트워크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영국도 교원노조를 깨고 학교운영위원회로 전환해 교육개혁을 했고, 미국은 관료조직을 깨 교육개혁을 했다."

 

"나는 건강한 보수와 진보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용광로가 되고 싶다"

 

- 결국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좌우 대결로 번질 것을 예상했나?

"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정책의 우편향이 심해지면서 그에 대응하는 좌편향이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반 이명박, 반 전교조'의 프레임을 설정한 것이다. 우편향과 좌편향 사이에서 교육이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촛불정국이 예상 외로 오래갔다. 개인적으로 초기의 순수한 촛불은 지금 없다고 생각한다. 깃발이 억지로 촛불을 교육감 선거까지 끌고 갔다고 생각한다."

 

- 여전히 현장에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시민들도 있다.

"교육 자치의 의미를 아직 모르시는 것이라 생각한다. 교육은 대통령이, 전교조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께서 자신들의 상식에 맞춰 결정하시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는 대선과 아무 상관이 없다.

 

전교조도 지금 이렇게 나서서는 안 된다. 노조의 입장이 서울교육의 전체 경영을 대변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시민이 주인이다. 이제 깨야 한다. 이념을 떠나 생활 진보, 생활 보수를 이뤄야 우리 사회의 미래가 밝다.

 

사실 나는 그를 위한 용광로가 되고 싶었다. 건강한 보수와 진보가 조화를 이루는 교육을 이루고 싶었다. 지금은 바깥의 용광로가 더 뜨거운 것 같지만…. 시민 분들께 '속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다."


태그:#서울시 교육감 선거, #이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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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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