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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바로 주경복입니다. 7월 30일 함께 서울시 교육을 바꿉시다."

 

28일 오후 4시 무학여고 앞. 주경복(58)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목소리를 높였다.

 

주 후보는 공정택 후보의 색깔 공세를 비판하는 한편, 16%나 폭등한 사교육비를 줄이는 방안으로 학원비 상한제, 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 국가지원 등을 제시하며 자신의 비전을 제안했다. 단 5분이었지만 맞은편 도로에 선 성동구 주민들은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이날 주 후보의 인기를 실감케 한 것은 언론사들의 취재 열기였다. 주 후보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방송3사의 카메라가 다녔고, 다른 언론사 기자들도 인터뷰 약속을 잡기 바빴다.

 

이날 새벽 0시부터 주 후보는 48시간 선거유세에 들어갔다. 지금의 주 후보에게는 자르고 잘라도 부족한 게 시간인 듯 했다. 윗입술은 이미 빨갛게 부르튼 상태였다.

 

결국 빡빡한 일정 때문에 주 후보와의 인터뷰는 무학여고 앞에서부터 다음 유세장인 건국대학교 앞까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진행됐다. 주 후보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전교조 후보' '반대만 하는 후보' 이미지를 강하게 부인하고 '서민을 위한 진짜 후보' '대안을 갖춘 후보'로서 비전을 설명했다.

 

다음은 주 후보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리더십을, 못하는 학생은 학습동기를 얻는다"

 

- 48시간 강행유세가 주 후보의 블로그를 통해 중계되고 있다. 중계 내용을 보니 시민들과 술도 한 잔 기울였더라. 많은 이야기 들었나.

"택시기사 분들과 술 한 잔 나누면서 '서민들을 위해 교육행정을 펼쳐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해졌다. 모두들 먹고 살기도 너무 힘든데, 교육비마저 올라 힘겹다고 하셨다.

 

사실 사교육비 상승은 과잉경쟁에서 초래된다. 우리 사회가 경쟁을 선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모두가 경쟁의 노예가 되면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한다. 그를 명확히 보여준 것이 바로 핀란드형 교육 시스템이다. 핀란드는 세계 학업성취도 1위의 국가다."

 

- 핀란드형 교육 시스템보다 나은 한국형 교육 시스템을 앞서 몇 차례의 토론회에서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우리나라도 핀란드형 교육 시스템이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물론 핀란드형을 그대로 도입할 수 없다. 우리 방식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대안형 공립학교를 제안한다. 학교 수업방식은 협동식 수업으로 방과후학교는 맞춤형으로 구성해 각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협동식 수업 방식과 방과후 맞춤형 학습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가 부족하다.

"협동식 수업은 공부 잘하는 학생이 공부가 부족한 학생을 도와주는, 경쟁보다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그를 통해 자신감과 리더십을 얻을 수 있고 공부가 부족한 학생들은 그를 통해 친구에게서는 우정과 공부하는 방법을 얻고 이 과정 속에서 스스로 자극을 받아 공부를 할 동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미 핀란드에서 입증된 정책이다. 방과 후 맞춤형 수업도 우열반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 원하는 것, 특기 등을 잘 살릴 수 있는 수업으로 진행할 것이다."

 

- 서울교육청 청렴도 개선을 위해 외부감사제를 도입하는 등 교육관료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하기도 했다.

"물론 깨어있는 공무원들은 자성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경험상 관료들은 소신껏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으로 일을 한다. 그 과정에서 안일주의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의식 있는 관료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과 같이 어울려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공정택 후보가 교육감으로 부임한 후부터 상위권이었던 서울시 교육청의 청렴도가 3년 연속 꼴찌를 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교원평가 하자, 좀더 종합적으로 하자"

 

- 공정택 후보는 여전히 '학점 남발', '전교조 후보' 등 공세를 죄어오고 있다.

"공정택 후보가 서울시 교육청 청렴도 순위를 그토록 낮춰놓고 한번 더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문제지만 선거에서 교육자로서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너무 지나치다. 교육감 자질이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공세가 맥락을 거두절미하거나, 왜곡해 이뤄지고 있다.

 

60~70년대 군사독재정권 때나 이뤄졌을 '색깔공세'는 시대에 뒤떨어질 뿐만 아니라 너무 악랄하다. 예를 들어 전교조는 나를 지지하는 수많은 단체 중 하나일 뿐이다. 나는 시민후보로서 전교조뿐만 아니라 교총 등 교원단체와도 대등하게 대화하면서 행정을 펼칠 것이고 잘못된 행동을 하면 적극 제재도 가할 것이다."

 

- 교원평가제와 관련해서도 다른 후보들로부터 공세를 받고 있다.

"사실 교원평가제를 반대한 바가 없다. 오히려 지금 단순한 몇개 문항만 체크를 하는 현재의 교원평가제를 넘어 좀 더 다면적이고 종합적인 교원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교원평가제를 그대로 받아안아야만 찬성인가? 비리에 연루된 교원은 교단에서 곧장 퇴출시킬 수 있도록 '레드카드제'를 도입할 계획도 있다. 교원단체의 요구를 받아준다는 일부의 비판은 받아들일 수 없다." 

 

- 토론회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많이 밝혔지만 많은 학부모들이 여전히 학교에서 자기 자식에게 많은 교육을 시켜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주 후보는 잠도 자면서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다른 후보들이 그 점 때문에 '하향평준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에 대해 아직 학부모들과 충분한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라고 생각한다. 통계로 증명됐듯이 영어몰입교육 정책이 발표된 직후 사교육비가 6조원이나 증가했다. 서민들에게 하나도 유리할 게 없다. 그 순간은 자식에게 잘된 일 같아도 결국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친다. 나중에 '부메랑'이 돼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그 역풍이 돌아온다."

 

- 마지막으로 서울 시민에게 드릴 말이 있다면?

"흑색선전에 현혹되지 마시고 누가 서민을 위하고,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위한 후보인지, 올바른 정책, 진정성 있는 행정을 펼칠 후보인지 생각해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정직을 모토로 살아온 내 남편, 흑색선전에 상처받고 있다"

 

주경복 서울시 교육감 후보의 유세장에는 항상 그의 부인인 문현주(52)씨가 함께 하고 있다. 문씨는 유세장 곳곳에서 주 후보의 명함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문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점들을 물어봤다.

 

- 얼마 전 아들이 올린 블로그 글이 화제가 됐다. 미리 기획된 것이었나?

"아니다. 아들이 두 명 있는데, 그 중 블로그에 글을 쓴 세훈이는 이런 유세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싫어하고,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스타일이라서 도와 달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가 선거에 나가니 자신도 무엇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잘 보면 철자도 틀리고, '아빠'라고 지칭해 놨다. 미리 봤다면 '아빠'는 좀 고쳤을 텐데…(웃음). 실제로 세훈이가 쓴 내용 모두가 사실이다."

 

- 유세 현장이 홈그라운드인 건국대라서 그런지 유세단도 많고, 후보도 힘이 넘치는 것 같다.

"홈그라운드인 것은 맞다. 시민들의 호응도 좋고, 하지만 유세단은 항상 유쾌하다. 돈을 받고 일하는 이들이면 저렇게 웃으면서 열심히 하지 못한다. 고맙다. 특히 이날은 30분마다 이동하고 있어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다."

 

- 이제 투표가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

"아무래도 잠을 못 자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의 흑색선전에 가장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주 후보는 평생 '정직'을 모토로 삼고 살아온 이다. 교수들 알지 않냐. 그런데 지금 선거에 접어들어서 자신의 삶과 자존심에 대해 매도당하고 있어 많이 상처받은 것 같다."  


태그:#서울시 교육감 선거, #주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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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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