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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바야흐로 총력전 양상을 띠고 있다. 무엇보다도 팔 걷어붙이고 나선 정부기관과 역할들을 우선 살펴 보면 예사롭지가 않다.

 

감사원(KBS 감사), 교육과학기술부(동의대 신태섭 교수 해임 건), 문화체육관광부(대통령에게 KBS 사장 해임권이 있다고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보고했다), 농림수산식품부(MBC <PD수첩> 고발), 국정원·법부무·지식경제부·행정안전부·방송통신위원회(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 마련), 국세청(KBS에 프로그램 공급하는 제작사 세무조사)은 물론 "KBS는 정부산하기관"이라고 한 청와대까지 범정부적으로 총동원령이 내려진 느낌이다.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 한복판에 KBS·MBC·YTN·EBS 등에 대한 방송 장악과 모든 인터넷의 멱살을 사정없이 틀어쥐고 있는 통제 형국이 자리잡고 있다. 이중에서도 KBS 사장 몰아내기는 정부의 핵심 사업인 듯 하다.

 

내정 단계서부터 맹활약 보여준 최시중

 

여기서 어찌보면 생소하기까지 한 기관의 이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바로 요즘 새로운 언론통제기구라는 소리를 들으며 혜성처럼 등장한 '방송통신위원회'다.

 

지난 정권 때까지 있었던 '방송위원회'와 이름은 비슷하지만 하는 일이나 권한은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그야말로 막강한 파워를 가진 기구다. 위원장도 이명박 대통령의 형 친구인 최시중씨로, 최씨는 내정 단계에서부터 맹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김금수 KBS 이사장을 만나 정연주 사장이 사퇴토록 압력을 넣더니 인터넷에서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과 관련한 게시글을 삭제토록 조치해 버렸다.

 

MBC <PD수첩>을 중징계하고 KBS <뉴스9>에 주의 결정을 내린 데 이어 대기업의 방송사 지분 보유 자격도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대폭 완화했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도 추진중이다. 그래서 조중동이 저처럼 '열심'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무언가 스케일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불안하다.

 

지난 22일 발표된 인터넷 정보 보호 종합 대책도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대책이 말로는 인터넷 정보 '보호'를 위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다름 아닌 인터넷 '목조르기'라고 판단하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인터넷에서 허위 정보를 유포하면 처벌하고, 포털사업자에게 게시물을 의무적으로 모니터링하게 하며, 허위정보로 인한 비방·명예훼손 피해자가 포털업체에 정보 삭제를 요청하면 즉시 삭제하는 임시조치를 취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삭제된 정보를 최종적으로 되살려 게시할 것인가 또는 삭제한대로 그냥 둘 것인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임시조치기간인 30일 이내' 결정해 준다고 했다. 속 터지는 이야기다.

 

목 조른다고 1억 개 눈 가릴 수 있을까

 

흔히 법정에서도 다툼이 있는 '명예훼손' 여부를 일개 포털업체가 판단토록 하는 것도 문제거니와 건전한 비판이나 사회고발 내용도 누군가 피해자임을 자처하며 요구만 하면 우선 삭제부터 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판단이 나오는 30일동안 묻어 두라는 소리다.

 

뿐만아니다. 인터넷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기업이나 언론 등의 웹사이트를 점검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게 된다고 했다. 이야말로 검열이고 사찰이다. 기가 차는 이야기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송두리째 훼손하는 이야기다.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의 IT선진국에서 저개발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조치들이 서슴없이 저질러진다는 것인가.

 

아마도 촛불시위 과정에서 인터넷을 타고 번저 나간 '싫은 소리'가 듣기 싫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싫은 소리'를 하는 입을 틀어막겠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죄가 된다면 지금이라도 현행법으로 다스릴 수 있게 돼있다. '사이버 모욕죄'라는 별난 죄명을 신설해서라도 인터넷 옥죄기는 결행하겠다는 게 이 정권의 의지인 듯 하다. 그야말로 권위주의식 통치방식이 아닐 수 없다.

 

5천만 개의 입과 1억 개의 눈을 가리기 위해 한강 다리를 무리지어 건너오는 일사불란한 군홧발 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이다. 가슴 철렁한 이야기다. 바로 언론자유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렇다. 언론자유는 두말할 나위 없이 민주주의의 핵심 요체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처럼 생겼으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언론자유고 그게 보장되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다.

 

자본권력은 조중동의 멱살을 풀어줘라

 

빼앗긴 언론자유를 되찾아 세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땀과 눈물과 피를 흘렸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까지 잃었는지 우리는 잊을 수 없다. 잊어서도 안된다. 조금씩 조금씩 어렵사리 여기까지 밀고 온 민주화의 수레바퀴를 지금 되돌릴 수는 없다. 호박씨 까서 한 입에 털어 넣듯 할 수는 없다.

 

언론이 바로 설 수 있는 첫 번째 요건은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다. 때문에 이명박 정권은 당장 방송과 인터넷의 멱살을 풀어줘야 한다. 민주주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결단 여부에 따라 이명박씨 개인은 물론 정권에 대한 역사의 평가도 엇갈릴 수 있다는 냉험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물가 상승률이 경제 성장률을 웃도는 최악의 상황이 다가왔고 그래서 성장, 물가, 일자리의 세 마리 토끼를 다 놓쳤다는데, 싱가포르의 아세안 지역 안보포럼에서 또 쓸 데 없는 짓을 해 국제적으로 큰 망신을 당했다는데, 왜 이명박 정권은 목숨 걸고 매달려야 할 일들은 제쳐두고 한 눈파는데 열심인지 그게 안타까워서 하는 소리다.

 

언론이 바로 서는데 없어서 안되는 또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자본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다. 조중동의 이야기다.

 

조중동의 사주들이 언론이나 신문 특히 편집분야에 대해 공부나 현장경험이 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오로지 아버지를 잘 만났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지금의 자리에 대물림해 앉은 게 그들이고, 자신들의 손아귀에 있는 신문을 활용해 배타적인 이익을 추구하며 세상을 쥐락펴락하고자 한다는 소리를 적지 않게 듣고 있는 게 그들이다.

 

대외적으로는 '밤의 대통령' 소리를 듣기도 하고 대내적으로는 편집권은 물론 직원들의 생사여탈권을 거머쥐고 있는 게 그들이다. 기자를 비롯한 사원들이 그런 사주들의 주파수에 자신의 주파수를 맞춰가려 하는 것은 그래서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때문에 사주들이 이제는 해줘야 할 일이 있다. 조중동을 놓아줘야 한다. 바로 설 수 있게 조중동의 멱살을 풀어줘야 한다. 소유를 막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자들에게 언론의 자유를 돌려주라는 이야기다.

덧붙이는 글 | 오홍근 기자는 국민의정부 당시 청와대 공보수석을 지냈으며, 20년 전 월간지에 기고한 '청산해야 할 군사 문화'라는 칼럼 때문에 정보사로부터 테러를 당했다.


태그:#조중동, #방송통신위원회, #KBS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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