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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3기 체제가 출범했다. 강기갑 대표 체제의 시작이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아래로부터 형성된 대중적 명망성에 기초한 최초의 지도 체계라고 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전과 다른 역사적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1, 2기의 지도부는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사퇴하는 불운한 결말을 맺었다. 물론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만, 만일 신임 3기 체제도 동일한 전철을 밟는다면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치명적 실패가 될 것이다. 3기 체제는 민주노동당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재산을 남김없이 올인한 지도체제이기 때문이다.

 

'강기갑' 개인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우려

 

3기 민주노동당 성패의 모든 책임은 강기갑 개인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당 대표에 원내대표를 겸직하며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에 대한 임명권 등 실제 일상적인 당의 전권을 강기갑 1인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3기 민주노동당의 성공은 곧 정치인 강기갑이 진보정치의 큰 지도자로 성장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실패는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진보정치인 강기갑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새로운 기회와 위기의 갈림길에 서있는 강기갑과 민주노동당을 보며 낙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것은 왜 일까? 아마도 광포만 사건에서 강 의원이 보여준 모습 때문일 것이다.

 

지역 주민 90%가 원하니 당론과 달라도 찬성하겠다며 경선 과정에서도 끝내 뜻을 철회하지 않은 강 의원의 미숙한 정치력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흔히들 보수 정치인 출신의 국회의원들은 지역구를 '관리'한다고 표현한다. 새벽마다 약수터에 얼굴 내밀기, 결혼 주례 많이 하기, 상가집 얼굴 내밀기 등등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관계를 맺는 것에서 시작해 온갖 이권사업에 대한 개입·청탁 등이 지역구 관리의 내용이다. 관리란 변화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대개 현상 유지를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보수정치인들의 지역구 활동에는 '관리'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그러나 진보 정치인들은 지역구 관리라는 용어보다는 지역구 '활동'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정당의 정강 정책을 알리고 이권보다는 정책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보적 정치 지도자의 지역구 활동은 본질상 정치 활동이다. 일상생활의 관계맺기도 정치 활동의 연장이기에 관리가 아니라 '활동'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광포만 사건에서 강 의원이 보여준 모습은 진보적 정치인이 견지하는 참다운 지도자의 그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보수 정치인의 지역구 관리에 가까웠다. '대안도 없이 주민 90%가 바라는 것을 반대할 수는 없었다'고 항변하는 강 의원의 입장도 물론 이해는 간다. 그러나 대안이 없다면 지도자가 선택해야 하는 것은 결정의 유보다. 결정을 하지 못할 시점이면 긴박한 압력에도 결코 섣불리 결정을 하지 않는 '유보의 정치력' 역시 지도자의 필수 항목이다.

 

지금 민주노동당에 필요한 것은 '조연의 지도력'

 

이러한 유보의 정치력은 민주노동당 3기 지도부 안에서는 '조연의 지도력'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당내 모든 권력이 강 의원 1인에게 집중된 현 시점에 강 의원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주연의 지도력을 의도해서는 안 된다.

 

당의 정치 활동이란 항시 우여곡절이 있기 마련이며 정치적 부침도 따르기 마련이다. 현재의 1인 집중 구조라면 매번 곡절과 부침의 중심에 강 의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좋은 일만 있으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문제는 어려움 속에서 발생한다. 당이 겪는 어려움이 곧 강 의원의 어려움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광포만 사건과 유사한 상처가 반복될 것이다.

 

이를 피하자면 자신에게 집중된 권력을 행사할 것이 아니라 주변사람들이 행사하도록 되돌려 주는 쪽을 택해야 한다. 당규로야 원내대표의 권한이지만 실질 운영의 모든 권한은 원내부대표에게 넘겨야 한다. 또 당규로야 당 대표지만 역시 실질 운영의 권한은 차점자 최고위원인 이수호 최고위원에게 넘겨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주인공이 되게 하고 자신은 조연으로 머물러야 한다. 그 길이 민주노동당 3기 지도부가 성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조연의 지도력은 빠른 결정보다는 관망하고 유보하는 정치력을 필요로 한다. 지금 강 의원에게는 유보의 정치력과 조연의 지도력이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김문주 기자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부원장입니다.

이기사는 새사연(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강기갑, #민주노동당, #광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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