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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상하다. 산재 처리가 안 돼 있네. 그 사람 크게 다친 사람이었는데. 치료도 다 안 끝났을 때 퇴원했던 걸로 아는데."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요노(Yono, 28)가 산재 사고를 당해 한 달 보름 동안 입원해 있던 병원의 원무과 직원이었다.

 

요노는 지난 6월초 방음단열재를 만드는 작업을 하다가 손이 기계 회전판에 끌려들어가는 사고로 왼손 전체를 못 쓰게 됐다. 진단명은 '우 수부 광범위 압궤파열 및 제3. 5지 근위지골 골절'이었다. 귀국 예정일을 한 달 보름 남겨두고 일어난 사고였다. 귀국을 준비해야 할 동안에 요노는 병원에서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을 보며 매일 밤 속으로 울어야 했다.

 

문제는 한 달 보름간의 치료가 진행된 뒤였다. 회사는 "체류기간이 만료되었으니 이제 집에 돌아가야 된다"며 치료는 집에 가서 하라고 입원해 있던 병원치료를 중단 시켰다. 그러나 요노는 여전히 손에 감각이 없고, 움직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덧난 곳이 있어서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산재 처리를 요구하기 위해 쉼터를 찾아왔다.

 

그 일로 요노의 회사 담당자와 전화통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병원에 의하면 산재처리를 하지 않으셨던데요. 아직 하지 않으신 건가요? 할 의향이 없으신 건가요?"

"산재요? 그게 그러니까. 그냥 회사에서 병원비 내고 끝냈어요. 회사 사정이 좀 있어서. 우리 같은 데는 산재 처리를 하면 번거롭거든."

"그럼, 휴업급여나 장해보상 같은 것도 회사 측에서 지급할 건 가요?"

"아, 휴업급여야 우리가 이미 지급했고, 보상도 생각하고 있어요."

 

회사 쪽에서 하는 말을 전하자, 요노는 안 믿긴다는 듯 피식 웃으며, "다 거짓말"이라고 답했다. 요노에 의하면 자신은 한 달 300시간 가까운 근무 시간 중 1/3은 야근을 해서 급여가 150만 원이 넘었는데, 이것저것 다 떼도 140만 원은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휴업급여라고 받은 금액은 50만원 남짓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회사 담당자는 "휴업급여라고 하는 건 통상 임금의 70%를 주기 때문에 본인 입장에서 보면 적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계산한 거다"라고 우겼다.

 

우긴다고 한 이유는 산재로 인한 휴업급여는 통상임금 기준이 아닌 평균임금 기준인데, 담당자가 "뭘 모르고 따지지 말라"는 듯 훈계를 늘어놓았기 때문이었다. 산재로 인한 휴업급여 지급은 산재 사고 발생일 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임금보다 훨씬 적은 통상임금 기준 운운하며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는 담당자의 말을 듣다보니 "이 사람들 다른 것도 엉터리로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요노의 월급봉투를 자세히 살펴보니, 기본급도 최저임금보다 적었고, 잔업 수당 계산도 시간당 시급의 1.5배가 아닌, 1.25배를 하는 등 급여계산에 있어서 꼼수를 쓰고 있었다.

 

답답한 노릇이었다. 요노의 회사는 중소기업 중에서도 탄탄한 규모를 자랑하는 꽤 이름 있는 업체로,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주 5일 근무업체였다. 산재처리를 안할 이유가 없었고, 휴업급여를 지급할 때 통상임금 기준인지, 평균임금 기준인지는 노무사를 통해 헷갈리지 않고 지급할 수 있는 회사였다.

 

산재 처리를 하지 않은 것도 이상한데, 휴업급여라고 준 것도 실제 수령액 절반 밖에 지급하지 않는 행태 등을 보면서, 보상해 주겠다는 장해보상이나마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외국인이 알면 얼마나 알랴 하는 심보였는지 대충 얼버무리려는 담당자의 능글능글한 태도가 눈에 선했다.

 

그래도 요노는 대화 말미에 회사 측에서 치료가 끝날 때까지 체류기간 연장 신청과 휴업급여나 장해보상 등을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지급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하자 회사를 다시 한 번 믿어보겠단다.

 

어수룩해 보인다고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회사 측의 농간에 더 이상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요노의 등을 토닥거리며 배웅하는 길, 사고로 검고 딱딱하게 변해 축 쳐진그의 팔이 유독 무거워 보였다.


#산재#평균임금#통상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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