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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을 은평구 진관동에 위치한 은평뉴타운 1지구 전경.
 서을 은평구 진관동에 위치한 은평뉴타운 1지구 전경.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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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건데, 지난 대선과 총선의 결과는 전혀 의외였다. 개인적인 깜냥으로는 전통적으로 기득권층과 부유층을 대변해 온 한나라당 출신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국회의 거의 모든 의석을 한나라당이 석권해 버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인데 왜 그들은 자신의 권익을 대변해 줄 사람들을 선택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선거 직후에 쏟아져 나왔다. 물론 모두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는 분석들이었지만, 필자가 보기에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사회심리학적인 접근에 따른 분석이었다.

뉴타운과 특목고 유치 경쟁으로 점철됐던 지난 총선 직후,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프레시안>을 통해서 흥미로운 지적을 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 특히 서울 시민은 균형발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기보다 자기 지역이 외형적으로 발전하기를 갈망한다"면서 "강남으로 이사 갈 순 없는 대신 우리 동네가 강남과 비슷하게라도 변하길 바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시대의 이상한 욕망, '뉴타운'과 '특목고'

사실 뉴타운 사업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부터 꾸준히 추진되어 왔다. 그 이후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곳곳에서 심각한 부작용들이 발생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원주민 재정착률이 10%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원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입자들과 심지어 집주인들까지도 너무 높게 책정된 입주비용 때문에 결국 타지로 내몰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사실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뉴타운을 욕망했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특목고 유치 공약은 뉴타운 공약과 함께 지난 총선에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국민들은 뉴타운과 마찬가지로 특목고가 자기가 사는 동네에 들어오면 막연히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프레시안>이 만난 한 주민은 "우리 동네에 서울대나 연·고대가 있으면 왠지 뿌듯할 것 같다"는 대답을 했다.

그러나 실상은 '왠지 뿌듯할 것 같다'에서 그치는 않는 것이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들 중 하나였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았다. 특목고나 자사고 수를 대폭 늘려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그 계획은 오히려 사교육비를 증가시킬 뿐이라며 사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조차 비판을 받아왔다. 결국 피해로 보는 것은 어렵사리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서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욕망'을 선택했던 것이다.

우리 아이가 아니라 내 자신을 위해 투표를

서울의 한 특목고 1층 로비
 서울의 한 특목고 1층 로비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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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이 프로젝트는 실행 전 단계다. 내일이면 뉴타운처럼 특목고 혹은 자사고 '쓰나미'가 올지 안 올지가 결정된다.

우리는 지난 두 번의 잘못된 선택을 했다. 우리 자신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줄 상대에 대해서 그저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단지 '좋을 것 같다', '뿌듯할 것 같다'는 막연한 욕망에 기대어 안이한 판단을 했다. 그 결과 우리에게 돌아온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우리가 뽑아놓은 정부로부터 권리침해를 당하고 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거창한 표현도 필요 없다. 단지 딱 하나 우리의 호주머니만을 생각하자. 우리 삶에서 소중한 가치들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만 생각하자.

교육은 우리 아이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내 자신이 내 가족이 먹고사는 문제이기도 하다.

치맛바람에 이어 수많은 기러기 아빠들이 의미하듯이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국민성이 된 지 오래고 우리 시대의 부모님들은 그 비싼 사교육비 때문에 등골이 휜다. 고등학생의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는 시대에 한 해 등록금이 천만 원에 육박한다. 부모님들은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빚지는 것은 기본이고, 투 잡, 쓰리 잡이 모자랄 정도다. 학생들은 어떠한가? 고금리 학자금 대출 때문에 사회 첫 출발은 빚쟁이로 시작하는 일이 허다하다.

교육은 조금 과장해서 우리의 생명과도 같은 문제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뿌듯할 것 같아서' '좋을 것 같아서'라는 마음으로 투표를 할 수 있겠는가? 조금 더 심하게 말하면 그것은 자살행위와 다름없다.

그만큼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절실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당부하고 싶다. 나와 상관없다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줄 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마지막 이타심을 조금만 발휘해서 투표해 주시길 당부 드린다. 아무리 자신이 상관없다고 부인해도 결국은 돌고 돌고 돌아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태그:#교육감선거, #생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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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땐 영문학 전공, 대학원땐 영화이론 전공 그런데 지금은 회사원... 이직을 고민중인 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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