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마치 처음 광우병을 공부하는 학생처럼 열심히 공부는 했으나 과학적인 내용과는 거리가 멀어 별로 점수를 줄 수 없는 리포트를 썼다. 뿐만 아니라 도대체 왜 리포트를 썼는지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전문가 자문위원회(아래 전문가 자문위)는 30일 기자회견에서 전날 있었던 검찰의 'PD수첩 수사 중간발표'를 이렇게 비꼬았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검찰이 과외를 받아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과외선생을 잘못 선택했다"고도 했다.
전문가 자문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의 'PD수첩 수사 중간발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검찰의 발표내용은 농식품부의 고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었을 뿐 수준 이하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특히 검찰의 의도적 오역문제 등을 지적하면서 "한국 검찰의 영어수준은 어느 정도인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전문가 자문위는 조만간 검찰과의 공개토론을 제안할 예정이다.
[반박①] 광우병 때문에 다우너 소 도축을 금지했다
먼저 검찰은 "다우너 소의 발생원인은 59가지에 달하고 광우병은 아주 드문 경우인데 PD수첩은 다른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다우너 소와 광우병을 연결시키는 것은 과장'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미국 농무부의 보도자료는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가 2007년 7월 발표한 '식품안전검역청 다우너 소 가공 금지 최종 법령 공포'라는 보도자료에는 이렇게 기술되어 있다.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역청은 도축 전 검사에서 서지 못하거나 걷지 못하는 소(다우너 소)로 판명될 시 도축을 영구히 금지할 것을 발표했다. 서지 못하거나 걷지 못하는 것은 광우병의 임상적 징후일 수 있다. … 미국 농림부는 2003년 12월 23일 미국에서 광우병 사례가 발견된 3주 이내인 2004년 1월 12일 빠르고 단호하게 인간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조치를 취했으며 … 이 조치들(다우너 소 도축 금지 등)이 유효하다는 것이 판명되었으므로 이를 영구적인 조치로 변경한다."
즉 다우너 소의 도축을 금지한 것은 광우병 위험 때문이라는 얘기다. 전문가 자문위도 "미국 농무부가 다우너 소 도축금지 조치를 한 이유는 '59가지 질병' 때문이 아니라 광우병 발생에 대한 대응조치였다"며 "광우병만을 콕 집어서 인간에 대한 전파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명시했다"고 반박했다.
[반박②] 미국은 여전히 동물성 사료를 소에게 먹이고 있다
검찰은 ▲ 광우병 발생국으로부터 수입 제한 ▲ 동물성 사료 금지 ▲ 치아감별법에 기초한 월령 구분 ▲ 24개월 이상 고위험군 소에 대한 예찰검사 ▲ 도축장에서 1·2차 검사 ▲ 도축가공과정에서 SRM(특정위험물질) 제거 등을 근거로 '미국의 광우병 통제시스템은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의 주장과 달리, 미국은 광우병 발생국가인 캐나다로부터 쇠고기는 물론이고 생우도 1년에 140만 마리 수입하고 있고, 동물성 사료도 소에게 여전히 먹이고 있다. 미국은 반추동물에 대한 반추동물사료 금지조치만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영국과 캐나다에서 실패한 조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 자문위는 "(미국에서) 소는 아직 돼지와 닭을 먹고 있고 소의 피나 레스토랑 음식찌꺼기 등을 소도 먹고 있다"며 "검찰은 무슨 자료를 근거로 미국에서는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는 것이 금지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나"라고 비판했다.
[반박③] 치아감별 월령구분법은 신뢰성이 없다
검찰이 '미국의 광우병 통제시스템은 안전하다'는 근거로 내세운 '치아감별법'은 미국에서조차 '신뢰성이 없는 월령구분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의 교과서에서조차 "치아감별법은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방법"이라고 명기돼 있다.
전문가 자문위는 "이력추적제가 시행되지 않으면 월령감별은 실제로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일본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서 20개월 미만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력추적제를 미국에게 요구해 관철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박상표 정책국장은 "유럽연합이나 일본 정부 등의 비공개 보고서에는 치아감별법이 과학적이지 않다고 돼 있다"며 "검찰의 주장은 농식품부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것이고, 농식품부의 주장은 미국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박④] 미국은 0.1%만 광우병검사를 하고 있다
검찰은 ▲ 24개월 이상 고위험군 소에 대한 예찰검사 ▲ 도축장에서 1·2차 검사 등을 근거로 미국의 광우병 검사체계가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 자문위는 "미국은 광우병 발생국가 중 가장 심각한 결함을 가진 광우병 검사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일본은 건강한 모든 도축소를 대상으로, 유럽연합은 30개월 이상과 광우병 고위험군 소를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그동안 1%만을 대상으로 광우병 검사를 실시해 오다 현재는 이보다 10분의 1이나 줄어든 0.1%만 검사하고 있다.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는 광우병 소를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 자문위의 주장이다. 게다가 미국 정부도 자국의 광우병 통제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미국 농무부는 2008년 5월 "1차 생체검사에서 합격한 후 주저앉는 증상을 보이는 소를 추가검사하지 않고 도축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으로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박⑤] 미국은 가장 약한 SRM 규정을 가지고 있다
검찰은 미국이 도축·가공과정에서 SRM을 제거하고 있기 때문에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은 광우병 발생국가 중 가장 약한 SRM 규정을 가지고 있음은 진작 드러난 사실이다.
미국은 2004년∼2005년까지 소장 전체를 SRM으로 규정했다가 이후 회장원위부 50cm만 SRM으로 규정했다. SRM 규정이 계속 축소돼온 것이다. 유럽연합의 경우 소장과 대장, 장간막까지 SRM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 자문위는 "올해에만 미국에서 SRM 미제거로 발생한 리콜 사태가 여러 건 발생했을 정도로 도축과정에서 SRM 제거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고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반박⑥] 검찰은 의도적으로 휴메인 동영상을 왜곡번역했다
검찰의 오역문제도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 자문위의 판단이다. 검찰은 휴메인 소사이어티(Humane Society)의 동영상에 나오는 내용의 일부를 이렇게 번역했다.
"다우너 소들에 대한 도축은 특히 다우너 소가 광우병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하지만 전문가 자문위는 이를 "의도적인 축소 번역"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 자문위가 '정확하다'고 주장하는 번역은 다음과 같다.
"다우너 소의 도축은 다우너 소와 소해명상뇌증(BSE), 일명 광우병과의 관계가 확실하게 입증되었으므로 지금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또 검찰은 마이클 그레거 박사가 미 상원 청문회에서 "다우너 소는 병원성 대장균, 살모넬라균, 광우병, 탄저병과 같은 것에 오염될 위험이 높다"고 증언했다고 번역했다. 하지만 원문에 충실한 번역은 다음과 같다.
"그레거 박사는 '다우너 소가 광우병과 장 탄저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뿐만 아니라 대장균이나 살모넬라와 같은 식중독 병원체에도 오염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Dr. Greger pointed out that downed cattle may be at higher risk of comtamination with foodborne pathogens such as E. coli and Salmonella, as well as the pathogens that cause mad cow disease and intestinal anthrax)."
전문가 자문위는 "'B as well as A'를 'A뿐만 아니라 B'라고 해석해야 하는데 검찰은 'B와 A'라고 해석하고 이를 유일한 근거로 PD수첩이 휴메인 동영상을 과장 왜곡했다고 주장한다"며 "그레거 박사의 지적은 영어 문장으로 보면 광우병을 가장 강조했음이 분명한데도 검찰은 대장균, 살모넬라, 광우병, 탄저병 순으로 나열했다"고 지적했다.
[반박⑦] vCJD는 CJD가 포괄하는 질병 중 하나다
검찰은 "CJD(크로이츠펠트-야콥병)와 vCJD(변형CJD)가 다른 병"이라며 PD수첩이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을 의도적으로 과장했다고 주장했다. 즉 인간광우병(vCJD)은 CJD와 다른 별도의 질병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보통 '인간광우병'이라 불리는 vCJD는 CJD의 네가지 유형(산발성-의원성-변형-가족성) 중 하나다. 보건복지가족부 질병관리본부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vCJD는 CJD의 일종이라고 기술해 놓고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CJD가 vCJD의 상위개념이기 때문에 혼동해서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자문위는 "'CJD라고 하는데 왜 자꾸 vCJD라고 주장하나'라는 검찰측의 주장은 '왜 의사들이 아레사 빈슨을 사람이라고 주장했는데 PD수첩은 흑인이라고 주장하나'라는 식의 주장 이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반박⑧] 의원성 CJD 가능성 배제는 과학적으로 타당하다
검찰은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과 관련 "PD수첩이 위절제술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한 채 vCJD로 단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 자문위는 "PD수첩이 위 절제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과학적으로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영국 국립CJD감시단 자료에 따르면, 의원성CJD(iCJD)의 잠복기는 최소 12개월 이상이다. 하지만 아레사 빈슨이 위절제수술을 받은 것은 2008년 1월이고, 사망한 것은 같은 해 4월이다. 즉 수술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사망했기 때문에 최소잠복기가 12개월인 iCJD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 자문위는 "더욱이 의원성CJD는 이식수술이나 호르몬요법, 신경외과적 수술·처치에서만 확인되었다"며 "이식이 아닌 일반외과적 수술을 받은 환자에서 의원성CJD가 전염된 경우는 없다"고 반박했다.
[반박⑨] MM유전자형 광우병 괴담의 진원지는 정부
검찰은 "유전자형에 비춰 한국인의 광우병 발생 확률이 미국인의 2배라는 보도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MM유전자형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것은 괴담일 뿐'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 자문위는 "MM유전자형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것이 괴담이라면 그 진원지는 정부와 관변 전문가"라고 반박했다. 실제 농림부가 2007년 9월 작성한 자료에서는 "우리 민족은 인간광우병에 유전적으로 민감하다"고 기술된 대목이 있고, 2006년 질병관리본부에서 작성한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 표본 감시·감시 지침'에도 "vCJD에서는 MM형이 100%"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2005년과 2007년 정부의 전문가회의에 참석했던 김용선 한림대 교수는 <의학신문> 기고문에서 "국내 정상인 500명 중 95%가 MM형으로 나타났다"며 "국내 정상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vCJD에 걸릴 확률이 전세계적으로 제일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반박⑩] SRM 0.1그램으로도 인간광우병에 감염될 수 있다
제럴드 웰스 등의 연구에 따르면, 소에게 SRM을 먹였을 때 100그램은 100%의 질병이환률을 보였고, 0.1그램(100mg)은 7/15(약 46.7%)의 감염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0.001그램(1mg)으로도 감염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 자문위는 "이 논문은 50%를 감염시킬 수 있는 양을 소의 SRM 0.20g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95% 신뢰구간에서 0.04~1.00g으로 파악한다"며 "최소 감염량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 이 보고의 결론"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자문위는 "여기에 인간광우병 발병에서 사전예방의 법칙에 따라 종간 장벽을 1로 간주하라고 한 학계의 권고가 있기 때문에 이 감염량은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우석균 정책실장은 "최소감염량이 없다는 것은 1mg 미만으로도 인간광우병에 감염될 수 있다는 얘기"라며 "이 사실만으로도 라면 스프가 안전한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 자문위는 "라면 스프, 화장품 등의 광우병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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