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을 두고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아래 한총련)이 발끈하고 나섰다.
7월 31일 국방부의 한 관계자가 "한총련에서 군대에 책 보내기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면서 "이 단체에서 보내려고 한 도서목록을 입수해 국방부에서 재분류한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한총련을 불온서적의 진원지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한총련 소속 대학생 20여 명은 1일 오후 2시 30분께부터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베스트셀러 불온서적 지정도 모자라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한총련을 걸고 넘어지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방부가 최근 전군에 영내 반입 차단을 지시한 23권의 '불온서적'에는 방송사 책 소개 프로그램에서 권장도서로 뽑힌 바 있는 현기영씨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와 지난해 10만 부 이상 판매된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리고 대학 교양교재로 널리 쓰이는 주강현씨의 <북한의 우리식 문화> 등이 포함돼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군대 책보내기 운동 사실무근... 국방부 시계 거꾸로 돌아가는 중!"주하나 덕성여대 부총학생회장은 "한총련이 군대에 책보내기 운동을 계획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올 한해 대학 내에서 진보적인 책읽기 운동을 하자는 취지로 저명한 몇 개의 책을 선정해 제안서를 만들어 각 학교 학생회에 건의한 것뿐인데 국방부는 이를 이용해 색깔을 덧씌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책읽기 운동 제안서는 한총련 홈페이지에도 올라와 있는 공개적인 문서이며 강압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라 제안만 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방부의 모습은 학생단체 탄압을 위한 책동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현웅 한총련 투쟁본부장은 성명을 통해 "한총련은 올해 진보적 책읽기 운동을 제출하여 지성인으로서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을 전파하고 있다"며 "대학사회에서 이런 책을 읽는 것은 당연하고, 젊은 대학생들이 군대에 가서 이런 책들을 접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군대에 있는 젊은이들을 외눈박이로 만들고 이를 한총련에 대한 탄압과 비방모략의 빌미로 삼으려 한다"고 국방부를 비판했다.
조선대에 재학 중인 김진아(23)씨는 "국방부가 지정한 책 목록을 보니 그동안 대학생들과 국민들 누구나가 읽어 온 책"이라며 "방송으로도 방영된 도서를 불온서적으로 선정하는 모습을 보니 분노를 금할 수가 없고, 이를 이용해 한총련에 대한 조직적 허위사실 유포를 하는 것을 보니 정말 통탄스럽다"고 성토했다.
한양대 재학생 이상윤(23)씨도 "옛말이 틀릴 수도 있는 것 같다"며 "선배들은 항상 군대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고 했는데 지금 보니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