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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 시동 꺼!"

 

8월 1일 저녁 7시 여의도 KBS 본관은 전경 버스로 둘러싸여 있었다.

 

몇 시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전경버스의 매연 탓에 KBS 본관 앞에서는 매개한 냄새가 가득했지만 '방송장악·네티즌탄압 저지 범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86차 촛불문화제 '언론장악? 꿈도 꾸지 마'에 참여한 400여명의 시민들과 누리꾼들은 오히려 목청을 높여 특유의 '재치'로 대응했다. 

 

이날 이들에게 허락된 장소는 고작 KBS 정문 앞 일부 공간뿐이었다. KBS 본관 사방을 물샐 틈 없이 막은 경찰병력, 사복을 입은 경찰들까지 KBS 본관 주위를 왔다 갔다 하며 '순찰'을 돌았다.

 

그러나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좁은 자리에 오밀조밀하게 붙어 앉고, 자리에 앉지 못한 이들은 맞은편 여의도 공원 잔디밭에 앉아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 '이별 아닌 이별'을 부른 가수 이범학씨의 열창에 맞춰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고, 백기완 선생이 목소리를 높일 때는 아낌없이 박수를 치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백기완 "잔꾀와 거짓말을 믿는 양아치와 싸우면 우리가 꼭 이긴다"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언론을 장악하고 '넷심'을 묶고자 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KBS를 지키고자 나서는 것은 KBS 직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와 우리 자식들을 위한 것"이라며 "만약 우리가 지쳐 움직이지 못할 때 시민 여러분들이 힘차게 밀어달라"고 말했다.

 

양승동 PD협회장은 "다음 주까지 정연주 KBS 사장을 몰아낸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반드시 KBS 구성원들은 분연히 떨쳐 일어날 것"이라며 "모든 방송인들은 이명박 정권의 노골적인 방송장악 시도를 결코 앉아서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백기완 선생도 "'깡패'가 알통만 믿는 녀석이라면 '양아치'는 잔꾀와 거짓말을 믿는 비겁자"라며 "그런 양아치들과 싸우면 우리가 꼭 이긴다"고 시민들과 누리꾼들을 격려했다.

 

백 선생은 "앞으로 정말 '인권', '자유'를 논하려면 노동자가 3000명 죽고 그들을 지지하는 양심적인 시민 3만명은 감옥에 가야 하늘을 가리고 있는 어둠이 한 조각 열린다"며 "폭력과 협박에 굴하지 말고, 믿음을 갖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꾼들 "허위사실까지 유포하며 환상 속에 갇힌 경찰, 현실을 직시하라"

 

누리꾼들의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마이클럽 회원 닉네임 '한다솜'(31)은 "지난 31일 <동아일보>, <문화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내가 마이클럽에서 활동하며 여성 시위대를 선동하고 동원했다고 판단하고 조사 중이라고 한다"며 "나는 '선영님'들을 부추긴 적도 없고 그 분들을 동원할 능력도 자격도 없다"고 말했다.

 

앞서 <동아일보>와 <문화일보>는 지난 31일 경찰청의 발표를 인용해 "장모씨가 여성전문 포털사이트인 마이클럽에서 여성 행세를 하면서 다른 회원들을 선동·동원하고, 지난 6월 21일 시위 당시 모래주머니를 운반해 토성을 쌓고 차벽 위에 올라가는 등 혐의를 받고 수사 중이고 곧 경찰에 소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는 "닉네임 '한다솜'은 6년이나 내가 사용해온 것으로 순우리말로 '커다란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뜻도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에서만 본 분들도 내가 남자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며 "여성 전문 포털사이트에서 활동했다는 것, 깃발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수많은 '선영님'들을 선동하고 동원했다는 것은 오히려 여성 비하 발언"이라고 일갈했다.

 

또 '한다솜'은 "허위사실을 의도적으로 흘려 선량한 시민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경찰로서 해서는 안 될 해괴한 짓이었다"며 "언제까지 구시대적 발상 속에 갇혀있을 것인가, 경찰은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라"고 충고했다.

 

'안티MB' 회원 닉네임 '너럭바우'는 "2MB가 누리꾼들의 빠른 정보력과 결집력을 보곤 가만히 놓아두면 자리보전이 힘들겠다는 판단으로 검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온갖 공권력을 동원하고 있다"며 "분명 이를 통해 누리꾼들을 누를 수 있을 것이라 꿈꾸고 있겠지만 우리 누리꾼이 단결해 '일장춘몽'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촛불문화제, #언론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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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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