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가족이 모두 모였다. 하여 주말농장에서 따온 옥수수를 삶았다. 이맘때면 삶은 옥수수는 우리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간식거리이다. 이번에는 다른 때와 조금 다르게 삶아봤다. 삶는 방법은 같지만 누슈가 대신 설탕조금과 소금을 넣고 삶았다. 과연 식구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다.
넉넉한 시간 동안 삶아서 그런가 옥수수 알갱이가 부드럽게 잘 익었다. 옥수수 알갱이는 씹을수록 고소하고 깊은 맛을 느낄 수가 있었다. 다른 식구들도 오히려 다른 때보다 더 맛있다면서 눈깜짝 할 사이에 한 접시가 모두 동이 나고 말았다. 음식을 만들 때는 정성과 사랑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실감나기도 했다. 설탕과 소금, 물, 옥수수만 넣고 삶을 때도 만찬가지였다.
지난 금요일(1일)이었다. KBS에서 방영된 소비자고발이란 프로그램을 보았다. 그날 방영된 프로 중에 '옥수수맛 알고보니 사카린 맛?'이란 프로도 방영이 되었다. 삶은 옥수수를 사서 먹어보면 집에서 삶은 것과는 다르게 더 맛있다는 느낌이 들곤 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모두 사카린을 넣은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카린나트륨을 과잉 섭취시 소화기장애, 방광염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사용이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
그 방송에서 사카린에 대해 나온 것을 보고 난 더욱이 놀라게 된것이다. 얼마전 집에 뉴슈가가 떨어져 마트에서 새로 사왔다. 설탕을 넣고 삶으면 단맛이 덜한 것 같기에 뉴슈가를 사와 그것을 함께 넣고 삶은 것이다. 뉴슈가에는 바로 사카린나트륨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그동안은 모르고 있었다.
그 방송이 끝나고 얼른 뉴슈가 봉지를 찾았다. 그리곤 앞뒤에 적힌 작은 글씨를 모두 읽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설명서에는 사카린나트륨이 들어있다고 분명히 표기 되어 있었다. 중량 60g에 포도당95%, 삭카린나트륨이 5%(합성감미료)라고.
뒤에 적힌 작은 글씨의 설명서를 읽어 보지도 않았거니와 앞에 사카린나트륨이 있다고 표기한 사실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세상에나 이럴 수가!' 이렇게 표기가 되어 있었는데도 그것을 한 번도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지 않았다니. 더구다나 가족의 건강이 걸려있는 일인데. 나의 무지함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가정에서 아무 문제 의식없이 뉴슈가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을 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물김치를 담글 때 설탕 대신 뉴슈가를 넣는 집도 있기는 하다. 설탕을 넣으면 끈적끈적 거리는데 뉴슈가는 그렇지 않다면서. 그런 뉴슈가는 설탕의 약 25배 단 성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가 뉴슈가 봉지를 들고 한동안 주물럭거리고 있자 아들아이가 "엄마 아까부터 그건 들고 뭐하세요?"라고 묻는다. 창피하지만 솔직히 말해야 했다. "글쎄 여기에 사람 몸에 해로운 사카린 성분이 있다잖니. 너도 잊지 말아라"라고 말해 주었다. 아들아이가 "얼마나 해롭데요" 하고 다시 묻는다. 그동안 먹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새로 사온 뉴슈가는 지난 번 옥수수 삶을 때 한 번 사용했다. 나머지는 버려야 했다.
옥수수는 따온 그 즉시 삶아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하루가 지나면 맛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그 말을 상기하면서 주말농장에서 따온 옥수수를 압력솥에 넣고 바로 삶아 내 놓은 것이다. 밖에서 사 먹는 것이 위험하다고 하더니 이렇게 집에서도 위험한 행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더욱 기가 막혔다.
점점 자극적인 맛을 찾는 우리들의 입맛. 나날이 자극적으로 변하는 입맛을 집에서도 알게 모르게 부축인 것은 아니었는지. 다음 옥수수를 삶을 때는 그날 사용한 설탕의 양보다 절반 정도 더 줄여야겠다. 다음에는 더 줄이고 또 줄이고. 앞으로 집에서 만들어 먹는 먹거리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고 절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