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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이후에 주목되는 문화현상은 촛불에 관한 인문사회 서적의 출간이다.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클레이 서키 지음, 송연석 옮김, 갤리온 펴냄)는 기업인과 정부, 언론사 등 기존의 기득권을 긴장 시킬 만한 대중들의 가공할 만한 네트워크와 집단지성이 가져온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대한민국 상식사전 아고라>(아고라 폐인들 지음, 여우와두루미 펴냄)는 현장성이 강하다. 쉽고 간단하면서도 진중하고 진실한 태도로 '댓글 토론'에 참여하며 만들어낸 '집단지성'의 성과물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평가다. 학적 엄밀성으로 촛불의 문화와 정치적 의미를 탐구한 책도 있다.

 

<축제의 정치사>(윤선자 지음, 한길사 펴냄)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 축제가 당대인들에게 어떤 공간을 제공했고 정치와 어떻게 연결이 됐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이처럼 촛불집회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는 책이 많이 출간된 탓일까? 8월의 오프라인 책 행사도 '촛불'이라는 주제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촛불과 인문학의 만남

 

촛불집회는 곧잘 '촛불문화제'라 불리며 '문화'의 성격이 부각되기도 하는데, 정치적 의미와 문화적 의미가 복합됐다는 점에서 프랑스대혁명의 축제와 비교된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대혁명 당시 루이 16세를 기요틴에서 처형할 때도 성난 대중들은 '형벌'이라는 엄정함보다는 '축제'라는 왁자지껄한 모습을 보여줬다. 왕의 처형이란 축제의 주요한 프로그램일 뿐이다.

 

한겨레신문사 하니누리(독자프리미엄 서비스)에서는 매달 주요한 작가를 초청해 독자와의 만남을 진행하고 있다. 최재봉 기자는 주로 문학 파트, 고명섭 기자는 인문사회 파트를 맡는데, 이번달은 고명섭 기자가 <축제의 정치사>의 저자 윤선자를 만나 프랑스대혁명과 촛불문화제, 그 축제와 정치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8월 4일(월요일) 저녁 7시 30분 안국역 부근의 책카페 '싸롱 마고'에서 열린다. 한겨레신문사와 ㈜쥬스컴퍼니, 한길사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촛불문화제와 관련해서 진중권 다음으로 사랑을 받은 작가는 우석훈 박사다. 우 박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촛불문화제 번개를 제안하자 200명의 참여자가 따라나섰던 일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우 박사는 8월 말에 <88만원세대>로 시작한 <한국경제 대안시리즈 4부작을 완간한다.

 

올 6월에 출간한 대안시리즈 3부 <촌놈들의 제국주의>(개마고원 펴냄)는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을 부제로 달았다. 세대 간 폭력구조를 다룬 <88만원 세대>와 인재를 바보 만드는 한국조직문화의 문제점을 다룬 <샌드위치위기론은 허구다>와 달리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제국주의 침탈의 피해자 한국이 내부모순과 팽창을 외부에서 해결하려다가 1, 2차 세계대전의 전화에 휩싸인 옛 제국주의 국가들의 전철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비판하고, 동북아 사이에서 높아진 전쟁비용을 문제삼았다.

 

특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은 20년 후에 사회적 위치를 가지게 될 현재의 10대들이라는 판단에 10대를 위한 배려를 많이 담았다. 

 

8월 14일(목) 저녁 7시 영풍문고 갤러리에서 우석훈 박사와 저자들이 만나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 주제는 총 4가지로 이루어졌다. '한중일의 전쟁위기 어디까지 왔나?', '대안으로의 에라스무스 모델', '10대들에게 희망을 읽다',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그것이다. 도서포털 리더스가이드와 개마고원 출판사, 영풍문고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축제와 정치보다 가볍고 발랄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독자들은 정혜윤과 박기영의 북콘서트가 볼 만하다. 정혜윤 PD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독서광이다. 벌써 책에 관한 책만 두 권째다. <그들은 한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푸른숲 펴냄)는 진중권, 정이현, 공지영, 기탁환, 임순례, 은희경, 이진경, 변영주, 신경숙, 문소리, 박노자 11명을 인터뷰해 그들의 문학적, 사상적, 철학적 시발점을 포착해 보여준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쏟아낸 저자들이기에 비단 책의 주제에 머무르지 않지만, 크게 보면 '책'이라는 키워드로 분류할 수 있다.

 

가수들은 주로 재테크 관련 책이나 창업서, 혹은 인터넷 안내서를 쓰는 게 통념으로 돼 있지만 가수 박기영은 '길'에 관한 에세이를 남겼다. '길'과 '에세이'의 키워드를 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내공이 필요한 법인데, 연예계 활동이라는 허무한 속도감을 뒤로 하고 '느림'과 '걷기'를 선택했다니 놀랍다.

 

그의 책 <박기영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북노마드 펴냄)에서 박기영은  '걷기'란 세상이 안겨준 상처를 치유하는 소중한 행위이며 느림의 미학과 행복, 음악, 삶, 사랑, 그리고 영혼의 깨달음을 준다는 점에 있어서 박기영 음악의 원천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다. 8월 12일 저녁 7시 30분 홍대 상상마당에서 정혜윤과 박기영이 함께 북콘서트에 출연한다. 푸른숲, 북노마드, 평화방송이 주최하며 인터파크가 후원했다.

 

대중들과 함께하는 문학작가들의 성장통

 

이번 달에도 문학작가들의 저자간담회가 풍성하다. 문학작품도 '성장소설'이 대세다. 촛불은 대한민국의 성장통을 상징하며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 성찰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성장소설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행사는 황석영과의 만남이다. <바리데기>로 건재함을 알린 황석영 작가가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로 독자들을 찾았다. '왜 성장소설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황석영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해 '바리데기'를 발표한 다음, 젊고 어린 독자들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그들과 뭘로 소통할까 생각하다가 성장소설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 2월부터 5개월 동안 네이버 블로그에 장편소설을 연재했고 그 결과물이 <개밥바라기별>이다. 8월 5일(화요일) 저녁 7시 홍대 문화플래닛 상상마당 6층 카페에서 '황석영 작가의 문학세계와 소설 <개밥바라기별> 이야기'라는 주제로 이야기판을 펼친다.

 

<너도 하늘말나리야>(40만부)와 <밤티마을 큰돌이네>(30만부)로 밀리언셀러를 바라보고 있는 이금이 작가가 학부모 100명을 초대해 "책과 친해지려면", "온가족이 함께 책읽는 방법", "어떻게 책을 쓸까"라는 주제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의 대표작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세 아이들이 겪은 사춘기 시절의 상처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다.

 

막 사춘기에 들어선 세 친구 미르와 소희, 바우에 관한 이야기로, 이혼한 엄마를 따라 달밭 마을로 온 미르, 부모 없이 할머니와 사는 소희, 엄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와 사는 바우라는 불운한 성장기의 아이들을 등장시켜 아픈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법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과 관계하며 함께 느끼는 법을 우의적으로 표현했다.

 

이금이 작가와의 만남은 8월12일 오전 10시 30분 "나무그늘 카페 강남역점"에서 열리며 인터파크와 푸른책들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인터파크 사이트에서 신청사연과 질문을 댓글로 달면 초대장을 받을 수 있다.

 

이와는 맛이 다른 문학이야기도 있다. 재일일본인의 이야기다. <낫짱이 간다>를 쓴 김송이 작가가 <작은책 특집강좌> 8월의 강사로 초대됐다. 주제는 "재일 한국인들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낫짱 이야기>의 낫짱은 일본 아이들한테 시달리면서도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씩씩하게 맞서 싸우며 살아가는 조선 아이이다.

 

재일 조선인 2세 김송이씨의 어릴 적 이야기를 담은 동화로, 조국의 무관심과 일본 사람들의 차별 속에서도 조선인으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살아온 재일 조선인들의 이야기가 주된 테마다. 독도 문제 등 한일외교쟁점이 부각될 때마다 가슴조리며 살아야 하는 재일 일본인들의 삶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8월 21일 저녁 7시 서교동 문턱없는 밥상 2층 <작은책 강당>(태복빌딩)에서 열린다.

덧붙이는 글 | 매달 오프라인 책행사를 소개하는 '이달의 책행사'에 정보를 주시려면 기자에게 이메일(dajak97@hanmail.net)을 보내주세요


태그:#오프라인 책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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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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