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숫자가 지난 2001년 3만7600명에서 올해 2만8500명 수준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방위비 분담금은 4882억원에서 7415억원으로 늘었다. 주한미군 1인당 방위비 분담금은 2001년 당시 1300만원이었지만 올해는 2600만원에 이른다"(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 상임연구원)방위비 분담금은 항상 논란거리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이 돈이 주한미군 1인당 얼마씩이나 돌아가는지 모를 것이다.
올해 2600만원. 한국의 웬만한 직장인 1년 연봉에 해당된다. 더구나 이는 주한미군 쪽에 건네주는 직접 비용만 계산한 것이다. 카투사 비용, 토지 임대비용 등 이른바 간접 비용까지 감안하면 몇배로 늘어난다.
4일 오후 3시 국회헌정기념관에서는 '21세기 한미전략동맹과 주한미군 주둔비지원금(방위비 분담금)'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주최하고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실이 주관했다.
"미군, 한국에게 받은 방위비 분담금 8000억원 축적"토론회 제목에 방위비 분담금이 아니라 주둔비 지원금을 앞에 내세운 것은 분담금이라는 용어 자체가 주는 느낌 때문이다. 분담금은 마치 한국이 당연히 내야 할 돈처럼 들린다. 그러나 명확히 하면 분담하는 돈이 아니라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미국의 강권에 따라 한국이 대주는 것이다.
지난 2006년 1월 노무현 정부가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한 이후 주한 미군은 동북아 기동군으로 변모했다. 북한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는 미군에게 주는 돈에게 '방위비 분담금'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부터가 별로 사리에 맞지 않는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한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 상임연구원은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의 한국 측 부담 비율을 현재 42%에서 50%로 늘려달라고 요구한다"며 "그러나 올해만 해도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 외에 미군기지 이전비용 3628억원, 해외파병 643억원, 파주 무건리 훈련장 확장비용 960억원, 워게임 모의센터 분담금 47억원 등을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밖에 행정안전부 소관 미군 공여지역 관련 예산, 지자체의 미군기지 관련 예산, 카투사 및 한국 노무단 인력지원비, 미군기지 임대료 등을 합치면 방위비 분담금은 공식 방위비 분담금을 훨씬 뛰어 넘는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주한미군은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으로부터 받은 방위비분담금 가운데 8000억원을 축적하고 이 자금을 부동산 펀드 등에 투자해 얻은 이자수입 1000억원을 미 국방부에 송금했다"며 "이는 국가재정법과 국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논란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주한미군 기지 이전 비용 가운데 미국이 부담해야할 비용을 방위비 분담금에서 충당하는 것이다.
미군기지 이전 비용 가운데 한국 부담액의 경우 지난 2007년 3월 국방부가 5조5905억원으로 발표했는데, 2007년 중반에는 7조9478억원으로 늘어다더니 올해 초에 와서는 8조9479억원으로 팽창했다.
전략적 유연성 파동, 쇠고기 파동 똑같다
박 연구원은 "경기개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소관 예산으로 지출될 미군 공여구역 및 주변지역 발전지원금, 도로 및 공원 매입 국고지원금 등은 모두 3조5030억원에 이른다"며 "행정안전부 소관 예산도 주한미군기지 이전 사업을 위한 것이므로 미군기지 이전 비용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 3월12일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이 미 2사단 이전 비용의 50%를 방위비분담금으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며 "이에 따르면 한국은 미군 기지 이전 전체 비용의 83.3%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미국은 전국의 주한 미군 기지를 통폐하면서 모두 5167만평의 훈련장을 반환했다고 밝혔으나 되레 다락대(2676만평), 무건리(960만평) 등 5700만평 이상의 훈련장이 한미공동 훈련장이라는 명목하에 미군에게 제공됐다.
이곳에서는 주한 미군 뿐 아니라 주일 미군, 심지어 본토의 미군까지 와서 훈련을 하는 이익을 누리면서 관리 책임에서는 벗어나게 된다는 게 박 연구원의 주장이다.
이날 토론자나 발제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한미 동맹 복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 그들의 구상은 이미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토론자로 나선 최재천 전 민주당 의원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이제 공론화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노무현 정권은 내부 자료에서는 '주한미군의 지역적 역할 변경'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면서도 겉으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용어로 국민을 호도했다"며 "그 내막이 봉하 마을에 가져간 문서에 다 들어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고 국회 비준을 받아야 했다"며 "그러나 2006년 1월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장관급 성명으로 대체했다, 현 정권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행태가 똑같다"고 지적했다.
장경욱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한미 동맹을 복원하겠다지만 사실 노무현 정부 이래 일련의 한미 동맹 재편 과정의 산물에 불과하다"며 "그런데도 과거 정권을 '반미' '좌파'로 몰아세우며 한미동맹 신뢰회복을 주창하다보니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철기 동국대 교수는 "김영삼 대통령이 핵무기와 원자로를 구분하지 못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그 정도 수준은 아닐 것으로 생각했는데 겪어보니 외교안보에 관해서는 더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